창업 쉽지 않지만..."20대들이 젊음을 낭비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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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쉽지 않지만..."20대들이 젊음을 낭비했으면 좋겠어요"
  • 김지훈 기자
  • 승인 2022.03.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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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포더유스' 이진훈 대표
지속가능한 상품에 젊음의 가치를 담다

[nbn시사경제] 김지훈 기자

"조지 버나드 쇼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젊음은 젊은이에 의해 낭비된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젊음을 낭비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사회로부터 오는 불안이 크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브랜드로서 역설적으로 젊음 정도는 낭비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20대에게 '취직'은 생각만 해도 우울해지는 단어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끊임없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로 나를 어필해야 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경력자'를 우대하고, 경력이 없는 신입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어렵게 취직을 해도 끝이 아니다. 청년들은 '내가 바라던 일'과 '내가 해야하는 일'의 괴리를 느끼고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한다. 그 고민의 결론은 이직이 되기도 하고, 퇴사가 되기도 한다.

퇴사를 한 청년들은 '나를 위한 것'을 찾아 나선다. 자신이 추구하는 직업을 가지기 어렵다면 차라리 '내가 직접 직업을 만들자'는 생각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하지만, 청년들은 기꺼이 부딪혀 본다. 패션 브랜드 '포더유스'를 설립해 펼쳐나가고 있는 이진훈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진훈 포더유스 대표.(사진=김지훈기자)
이진훈 포더유스 대표.(사진=김지훈기자)

▲ '내 것'을 찾아 시작한 일..."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걸 후회없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

이 대표는 '나를 위한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어요. 일을 하면 할수록 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컨설팅이라는 건 결국 상대방을 위한 것이잖아요.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창업을 결심했지만 결심만으로 쉽게 되는 건 아니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같이 일하던 과장님의 말이 이 대표의 고민을 확신으로 바꿔놨다. "학교는 쉬면 휴학이지만, 직장에 들어온 순간부터는 쉬면 그건 경력 단절이다. 대학교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보고 회사에 들어와도 늦지 않다."

이 대표는 포더유스의 브랜드 슬로건을 '지속가능한 상품에 젊음의 가치를 담는다'로 정했다.  "IN&OUT 두 측면에서 설명 드리면 ‘OUT’으로는 지속가능 원단만을 사용해서 제품을 제작하고, ‘IN’으로는 그 제품에 젊음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판매하고자 합니다. 단순한 의류 판매 패션 브랜드를 넘어 젊음의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진훈 대표가 3일 오전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포더유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지훈기자)
이진훈 대표가 3일 오전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포더유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지훈기자)

이 대표는 요즘 눈만 뜨면 고민을 한다. 오는 10일 목요일에 포더유스의 세 번째 프로젝트를 오픈하기 때문이다. "제품 생산, 모델 촬영은 다 마쳤고 막바지인 만큼 사진 보정과 홈페이지 리뉴얼, 판매 채널 관리 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어떻게 할지, 다른 패션 플랫폼에 어떻게 들어갈지 등 고민이 끊이질 않아요. 저희가 지금 활용하는 플랫폼이 인스타그램과 자사 웹사이트 2개뿐인데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고 싶었어요. 또 저희 타겟이 20대인데, 20대는 옷을 살 때 패션 플랫폼을 많이 이용해요. 이미 ’OCO‘라는 패션 브랜드 셀렉션 플랫폼에 들어간 상황이고, 더 다양한 플랫폼에 들어가려고 준비 중입니다. 무신사같은 거대 플랫폼에도 들어가고 싶어요."

▲ 원단부터 상품 홍보까지 손수 진행하는 포더유스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

포더유스의 직원은 현재 4명이다. 한 명은 생산 담당, 한 명은 디자인 담당, 한 명은 유통 담당, 그리고 이 대표다. 이 대표는 프로젝트의 첫걸음부터 마무리까지 전부 다 관리하고 직접 참여한다. "프로젝트는 크게 생산 파트와 컨텐츠 파트로 나뉩니다. 생산 파트에서는 상품 기획과 동시에 이번 상품에는 어떤 가치를 담을 것인지 등 전체적인 컨셉을 정해요. 그 다음엔 원단을 찾습니다. 지속가능한 소재만 사용하기 때문에 꼼꼼하고 신중하게 따져서 원단을 정해야 해요. 원단을 정하고 나면 제품 디자인을 하고, 공장을 알아봅니다. 공장에서 샘플을 만들고, 원단이랑 부자재를 발주해서 본 생산에 들어가요. 하나의 상품을 만들더라도 다양한 공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공정이 필요하다면 하고, 검품과 패키징 까지 하면 생산파트가 끝이 납니다. 컨텐츠 파트에서는 물건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고 홍보할 건지, 협찬은 어떻게 진행할 건지 등을 정해요. 그렇게 정해진 컨텐츠를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합니다."

포더유스는 친환경 원단을 직접 찾아서 선정한다.(사진=포더유스)
포더유스는 친환경 원단을 직접 찾아서 선정한다.(사진=포더유스)
친환경 소재들을 진열해놓은 모습.(사진=포더유스)
친환경 소재들을 진열해놓은 모습.(사진=포더유스)

매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로드맵을 짠다는 이 대표. 하지만 의류 브랜드이다 보니 게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기간을 4달 정도 잡았습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시기의 날씨에 따라 유동적인 면이 있죠."

포더유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 상품 이미지.(사진=포더유스 제공)
포더유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 상품 이미지.(사진=포더유스 제공)

▲ 두 번의 프로젝트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효성 TNC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리젠’이라는 원단을 사용해 티셔츠를 만들었어요. 그 안에 담긴 가치는 ‘The OCEAN, That's what you are in right now’, 즉 과정의 가치를 담고자 했습니다. 우리 세대는 늘 결과를 요구받은 세대잖아요. 항상 목적지와 목표를 요구받으며 살아왔는데, 그것보다는 지금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떠 목적지보다 그곳을 향해 가는 젊음의 과정이 이미 소중한 The Ocean임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포더유스의 두 번째 프로젝트 상품 이미지.(사진=포더유스 제공)
포더유스의 두 번째 프로젝트 상품 이미지.(사진=포더유스 제공)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상품을 다양화 했다. "오가닉 코튼을 사용한 맨투맨과 리사이클 코튼을 사용한 데님을 선보였죠. 그 안에 담고자 했던 가치는 ‘act’입니다. 포더유스의 IN(젊음)과 OUT(지속가능성)을 연결하는 키워드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언가를 실천하는 젊은이들의 조그만 행동이 큰 영향력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했던 것 같아요."

포더유스는 두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인플루언서 ‘러닝해영‘님과 플로깅 행사(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를 진행하기도 하고, 보호종료아동의 꿈을 디자인하는 소셜 벤처 스타트업 ’본비‘와의 협업 이벤트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또 프로축구구단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유니폼을 만드는 이벤트에 협찬사로 옷을 제공했습니다. 쪽방촌 봉사도 주기적으로 다니고 있고요. 지속가능성은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넓게 적용되는 주제라고 생각해요."

▲ 창업의 희로애락..."재정적인 어려움 있지만 메시지에 공감할 때 제일 뿌듯해"

'영끌'이라는 말이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말인데, 이 대표 역시 창업을 위해 모아둔 돈을 '영끌'했다. 그렇게 어렵게 시작해도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재정적인 부분이죠. 모든 창업하시는 분들이 그렇겠지만 결국 수익금이 자본금으로 귀속되는 구조에요. 규모를 계속 키워야 하기 때문에, 번 돈을 다음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나면 순수익이 없어요. 사비 지출도 상당히 많고요. 그렇다 보니 촬영이나 장소 대관, 헤어 메이크업 등은 지인들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타 플랫폼에 진출하고 나서도 거기서 상품을 판매하면 플랫폼이 수수료를 많이 떼가기 때문에 수익이 별로 나오지 않아요."

또 다른 측면의 어려움도 있다. 바로 책임감과 부담감이다. "지금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받는 대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주고 있거든요. 노력만큼의 대가를 장담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담이 많이 되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소비자들이 메시지에 공감할 때라고 했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조금이나마 공감해줄 때 굉장히 뿌듯해요. 좀 더 현실적으로는 제품이 많이 팔릴 때, 사람들이 SNS에 많이 올릴 때 뿌듯했던 것 같네요(웃음)."

▲ 창업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결과의 불확실성'

창업을 꿈꿨을 때 상상했언 이상과 창업을 하고 나서 느낀 현실의 괴리가 있는지 이 대표에게 물었다. "크게 두 가진데 첫 번째는 이론과 실전의 괴리에요. 컨설팅 학회를 하면서 많은 공모전과 기업의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했기 때문에,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자신이 있었어요. 그러나 학회와 실전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학회에서는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에 대한 결과를 볼 수 없어요. 그저 ’이러이러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뿐이죠. 하지만 실제로 내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하면 결과까지 이어져요. 그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결과와 매우 다르기도 하고요. 결과가 다른 원인을 찾으려고 해도 명확하게 나오지도 않아요. 이론으로 설명했을 땐 완벽했던 것들이 실제로 적용하면 이론과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나에 대한 괴리인데요. 일을 하다 보면, 현실적인 문제나 고비가 찾아와요. 그럴 때마다 내 열정에 대한 의심이 들어요. ’내가 예전같지 않은가?‘ ’열정이 식었나?‘ 등의 의심이요. 그래도 팀원들과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그런 고민이 해결되기도 한답니다."

▲ 포더유스의 향후 계획

포더유스는 오는 4월 2일부터 1주일간 제주도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전시회 형식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 팀원들이 다 제주도 출신이거든요. 제주도에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바램이 다들 있더라고요."

포더유스는 상품 판매와 더불어 비디오 작품을 만들어 주제를 보여주고, 인플루언서 협찬을 진행하는 한편 팔로워(소비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컨텐츠를 꼭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상품을 만들면 외적인 건 쉽게 보이지만, 안에 있는 메시지는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저희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홍보도 지금은 인스타그램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유통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서 플랫폼 입점에 더 신경쓸 생각입니다."

 

포더유스의 세 번째 프로젝트 이미지.(사진=포더유스 제공)
포더유스의 세 번째 프로젝트 이미지.(사진=포더유스 제공)

▲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포더유스가 전하는 메시지

이 대표는 이 질문에 대답하며 '이 말만은 꼭 넣어달라'고 했다. 그만큼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번 시즌 저희 주제가 ’Waste Youth, 젊음을 낭비하라‘에요. 조지 버나드 쇼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젊음은 젊은이에 의해 낭비된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젊음을 낭비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사회로부터 오는 불안이 크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브랜드로서 젊음 정도는 낭비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낭비라고 해서 지금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막 살라는게 아니에요.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고민을 했을 것이고, 창업을 결정하기까지 ’지금을 낭비하고 있진 않은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 불안들에 충분히 공감도 하고요. 조급함에 치여서 하고자 했던 걸 미루지 말고, 충분히 지금을 낭비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낭비할수록 얻을 수 있는게 많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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