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1등 당첨금을 나눠주기로 한 술김의 약속! 진짜 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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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1등 당첨금을 나눠주기로 한 술김의 약속! 진짜 줘야 할까?
  • 임경숙 변호사
  • 승인 2022.05.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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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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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n시사경제] 임경숙 변호사

‘인생 역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로또이다. 2002년 시작되어, 2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매주 국민들에게일확천금의 꿈을 심어주고 있는 로또. 토요일 오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로또 명당에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나도 한 장 사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내가 월요일에 출근을 안 한다면, 토요일에 로또에 당첨된 걸로 알아라”라는 농담을 던지는 직장인들도 많다. ‘○○회사의 직원이 로또에 당첨되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났대’ 등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돌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로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겠다. 매주 로또 1등 당첨자를 보며 부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로또 당첨으로 인해 크고 작은 분쟁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일까? 행운의 로또가 가족이나 친구를 잃는 불행을 야기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
껴질 때가 있다.
A는 2021년 1월 9일, B와 술을 마시다 술집 근처 로또 판매점에서 복권 4장을 구매해 이 중 2장을 함께 술을 마시던 B에게 나누어 주었다. 복권을 받은 B는 만약 자신이 당첨된다면 당첨금 중 일부를 A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이후 당첨 확인 결과, A가 B에게 나누어 주었던 로또복권 중 1장이 1등(당첨금: 12억 원)에 당첨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는 B에게 약속대로 당첨금을 나누어 달라고 주장하였으며, A와 B는 당첨금 분배 문제로 옥신각신하다 2021년 1월 30일, B가 A에게 당첨금 중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구두 약정을 체결하였다. 이후, B는 2021년 2월 1일까지 총 2회에 걸쳐 A에게 합계 8천만 원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8천만 원 지급 후 B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며 구두 약정을 번복하였다. 첫째, 복권에 당첨될 경우 A에게 당첨금을 나눠주기로 한 약속은 농담으로 한 말이었을 뿐 실제로 당첨금을 나눠줄 의사는 아니었다. 둘째, 이후 당첨금을 나눠주기로 한 약정 역시 ‘구두에 의한 증여’일뿐이다. B는 이 두 가지 이유를 들며 A에게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를 해제하겠다는 내용의 우편을 보내고 나머지 약정금 1억 2천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A는 B로 부터 나머지 1억 2천만 원을 받을 수 있을까?

B의 첫 번째 주장에 관해, 민법은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07조). 여기서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 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의사 표시를 한 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의사표시를 한 자가 그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란 게 아니었다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즉 사례에서 B가 A에게 당첨금 중 2억 원이라는 구체적 금액의 지급을 약속하고 이에 기초해 실제로 8천만 원을 지급했다는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B가 A에게 금전 지급을 약속한 것은 단순한 농담이라고 볼 수 없고, B의 진의라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B의 두 번째 주장에 관해, 민법은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555조). 그러나 사안의 경우 ① A가 로또복권을 구입하여 B에게 나누어 준 사실 ② B는 이 사건 당첨을 위하여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사실 ③ 이 사건 약정은 이 사건 당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 보아 이 사건 약정은 ‘증여계약’이 아닌 「로또복권의 당첨금에 관하여 소유권 귀속 및 공헌도 등의 안분에 의한 당첨금 분배약정」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A와 B 사이에 체결한 약정은 구두라 하더라도 단순 ‘증여계약’이 아니라 ‘당첨금 분배약정’을 체결한 것이고, 이는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의 해제방식으로는 해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기존 약정에 따라 B는 A에게 나머지 1억 2천만 원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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