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20전투비행단 사망 여군 유서…부대 내 괴롭힘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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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20전투비행단 사망 여군 유서…부대 내 괴롭힘 정황
  • 김희선 기자
  • 승인 2022.07.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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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예람 중사 쓰던 방 알고 충격…안내 없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20전투비행사단 강 하사 사망 사건에 대한 초동 브리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20전투비행사단 강 하사 사망 사건에 대한 초동 브리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nbn시사경제] 김희선 기자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숨진 여군 부사관 강모 하사(21)가 남긴 유서에 부대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는 27일 서울 마포구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에 기재된 내용과 여타 정황을 확인할 때 강 하사의 사망에 부대와 관련된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군 수사기관의 초동 대응과정 상의 문제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군 복무 중 겪은 사건으로 입대를 후회하고 군 생활을 원망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유서에는 “진짜 나는 군입대만 안 했어도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진짜 후회된다. 왜 그랬을까?”, “관사로 나온 게 후회가 된다. 다시 집 들어가고 싶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상사 등 부대 내 구성원으로부터 겪은 일의 부당함도 토로했다. 유서에는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우네. 진짜 너무 화난다. 더 화나는 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날 더 힘들게 하는 거…좌절감을 크게 맛봤다. 복구가 될까…힘들다. 차라리 그냥 죽고 싶다”, “교육사 체검 담당 중사 새X 시X 니가 뭔데. 앞뒤 안 따지고 만만해 보이는 하사 하나 붙잡아서 분풀이하는 찌X이 새X”, “나만 억울하게 살기도 힘들다. 시X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러니까 빡치네”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한편 강 하사가 올해 1월 배정받은 관사는 지난해 5월 숨진 채 발견된 고 이예람 중사가 쓰던 관사였다. 관사를 배정하는 20비 복지대대의 배정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중사 사망 이후 해당 관사는 반년 넘게 비어 있었고 인근에 살던 이들은 모두 이사를 갔다고 한다. 강 하사는 지난 4월 집으로 온 우편물을 통해 해당 관사가 이 중사가 머물던 곳임을 뒤늦게 알게 됐고 주변 동료에게 공포감과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호소했다고 단체는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관사 배정을 관리하는 복지대대가 부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초임 하사에게 일언반구 없이 아무도 살려 하지 않는 관사를 배정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현장에서 군 당국이 법적 근거 없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조치들을 해 유가족이 항의하는 일이 이어졌다고 단체는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군 수사기관이 다른 입회 주체들이 확인하기 전에 유서를 봉인했다가 항의를 받고 봉인을 푸는 등 초동수사 과정에서 민간과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유가족은 군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군수사단과 검찰단이 유가족에게 부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서명을 해야만 강 하사의 시신을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한 점, 유가족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부검할 수 있다고 말한 점, 유가족이 유품을 챙기려 하자 이를 저지한 점 등을 거론하며 "군 수사기관의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강 하사는 지난 17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달부터 시행 중인 개정 군사법원법과 시행령 등에 따르면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는 민간으로 관할이 이전되며 변사사건 발생 시 민간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입회할 수 있고 의견도 제시할 수 있다.

다만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군이 한다. 민간 검찰이 범죄 혐의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군에 수사기록을 요구했으나 군 수사기관은 제공을 거부했다고 단체는 전했다. 단체는 “사망사건 처리의 주도권을 민간에 넘기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보이는데, 군사법원법의 개정 취지를 형해화하는 조치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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