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환자혁명] 역류성 식도염: 증상만 완화하는 대증요법의 대표적 실패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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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환자혁명] 역류성 식도염: 증상만 완화하는 대증요법의 대표적 실패 사례
  •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 승인 2022.11.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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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경 기능의학 전문의
조한경 기능의학 전문의

[nbn시사경제]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프로톤펌프 억제제(PPI)는 가장 많이 처방되는 블록버스터 약물 중 하나다.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속 쓰린 증상이 있는 환자들 대부분이 잘못된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한다. 위장내과를 내원하면 100% 잘못된 치료를 받게 된다.

식사 후 속쓰림이 역류성 식도염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 혹은 불타는 듯한 속쓰림으로 병원에 가면 어김없이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는다. 처방은 하나. 프로톤펌프 억제제다. 매번 번거롭게 위내시경을 할 수도 없고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를 그냥 둘 수도 없으니 손쉽게 처방되는 약이다.

문제는 모든 치료가 위산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가 사용되거나, 아예 위가 위산 분비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프로톤펌프 억제제가 사용된다. 속 쓰린 원인은 위산이 너무 많거나 강해서 그런 것이므로, 위산을 중화시켜 묽게 만들거나 위산 분비를 막아 증상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끌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처방은 아니다. 약물의 목적이 대부분 그러하듯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그사이 몸이 회복해 약물이 필요 없어지기를 바라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 몸이 아무 이유 없이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우리의 생활을 통해 분명한 원인 제공을 해왔던 만큼, 원인이 되는 것을 바꾸지 않으면 약만 먹었다고 해서 몸이 회복될 리 없다. 위산억제제를 먹고 조금 나아졌다고, 계속해서 똑같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개선될 리 없다. 당연히 대부분의 환자들이 1년 내내 이 약을 달고 산다. 그런데 위산억제제의 설명서를 살펴보면 2주 이상 복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약을 만든 제조사가 직접 경고하는데도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2주 이상 복용하지 말라는 이유는 영양 결핍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일부 영양소 중에는 강한 산성 환경에서만 흡수되는 영양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칼슘이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제를 사서 먹어봤자 흡수가 안 되니, 돈만 낭비하는 꼴이다. 충분한 칼슘을 섭취하지 못하면 우리 몸은 급한 대로 뼈에 있는 칼슘을 꺼내 쓴다. 현대인들에게 골다공증이 괜히 증가한 게 아니다. 이렇듯 위산이 강하지 못하면 영양 결핍을 초래한다.

위의 주세포(chief cell)에서 위산을 분비하는데, 위산을 분비하려면 칼슘이 필요하다. 칼슘이 부족하면 위액을 충분히 짜내질 못한다. 그런데 위산이 부족하면 칼슘 흡수가 어렵다고 했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것이다.

위산 분비 억제제는 비타민 영양소뿐만 아니라 다른 약물의 작용을 방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세포폐암 환자 중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지피티닙(Gefitinib)의 치료 효과를 떨어뜨린다. 기관지 확장약인 테오필린(Theophyline)의 작용을 약하게 할 수 있다. 또 위산이 알칼리화되면 위장관 감염 위험도 증가한다. 최근 미국 FDA에서는 위산 분비 억제제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에 의한 설사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의 권고했다.

한 가지 생각해보자. 위산이 많거나 너무 강해서 속이 쓰려 위산 분비 억제제를 먹어야 할 정도라면 소화가 잘되어야 하지 않을까? 위산이 강하거나 많은데 왜 소화는 소화대로 안 되고, 속은 속대로 쓰린 걸까? 이상하지 않은가? 그동안 별 탈 없이 잘 작동해오던 위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너무 많은 상황인 것은 맞다. 그래서 예전에는 ‘위산 과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은 우리 몸은 필요한 만큼만 위산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괜히 이유 없이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딱 필요로 하는 만큼 생산하는 것이다. 혈압도 몸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올라가는 것이고, 콜레스테롤도 이유가 있어서 간이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지 아무 이유 없이 몸이 고장 나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아니다.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이유를 알려면 위가 어떻게 소화하고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단 위산이 엄청나게 강한 산성 물질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잘린 손가락을 삼키면 20분 만에 뼈가 드러나게 녹을 정도로 강한 산성이다. 정상적인 위산의 pH 농도는 1.5~1.6이다.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강한 산성 독침을 뱉어대는 외계인과 다를 바 없다. 위산은 그렇게 강력한 산성을 띠고 있다.

음식이 배 속에 들어가면, 위벽이 늘어나면서 가스트린(gastr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이 신호를 주어 위에서는 염산과 펩시노젠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펩시노젠은 염산에 의해 펩신이라는 소화효소로 활성화되어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다. 이 모두를 통틀어 위액이라 부르는데,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위액의 분비뿐만 아니라, 동시에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식도와 위 사이에 위치한 괄약근이 꽉 닫혀줘야 한다. 그래야만 강한 산성을 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는다.

만약 위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았거나 위산의 산성 농도가 약하면, 가스트린이 계속 분비된다. 지금의 위산으로는 방금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기에 충분치 않으니 위산을 더 짜내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스트린 분비가 증가하면, 위와 식도를 차단하고 있던 괄약근이 열린다. 위에 산도가 충분하지 못한 것도 괄약근의 이완을 초래하는 데 한몫한다. 이때 열린 괄약근 틈으로 위액이 역류해서 흘러넘치면, 식도 아래쪽에서 칼로 찌르는 듯한 속쓰림을 느끼게 된다. 위산이 약하다 해도 보호막이 없는 식도가 감당하기엔 여전히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위와 경계해 있는 식도 부분이 아픈 건데 우리는 위가 쓰린 것으로 느끼게 된다.

위산이 충분히 강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지만, 먹는 음식도 문제다. 효소가 파괴된 음식이나 위가 소화할 수 없는 음식을 계속 먹게 되면, 위는 더 많은 위액을 분비해야 한다. 가공 치즈나 소시지, 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가 그런 것들이다. 소화가 안 되니까 소화 좀 시켜보겠다며, 음식을 녹이려고 위산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우리 몸은 필요 이상의 위액을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화를 해내기 위해 필요한 양만큼의 소화액을 분비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처음부터 위산이 강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모두 위산이 약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치료의 초점은 위산이 많아서 속이 쓰리다는 증상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위산을 중화시키기 위한 제산제나 위산 분비 억제제가 처방되는 것이다. 당장은 급한 불을 끄니까 조금 살겠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전혀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약 회사 스스로 2주 이상 먹지 말라고 경고한 위산억제제를 1년 내내 달고 살게 되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럼 역류성 식도염을 고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위산의 주성분은 염산(hydrochloride)이다. 염산은 분자식으로 쓰면 HCl이다. 수소(hydrogen)와 염화물(chloride)이 결합된 분자구조다. 우리 몸의 70% 이상이 물(H2O)이다 보니 수소는 충분하다. 문제는 염화물이다. 염화물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바로 소금이다. 소금은 영어로 ‘Sodium Chloride’, 즉 염화나트륨이다. 분자식으로 NaCl로 표기한다. 물(H2O)의 H와 소금(NaCl)의 Cl이 합쳐지면 위산의 주성분인 염산(HCl)을 만들 수 있다. 즉 충분한 소금을 섭취해야 강한 위산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싱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 일부러 저염식을 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짜게 먹으면 절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조건 싱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박고 있다. 하지만 싱겁게 먹는 습관은 혈압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위산만 약하게 만든다. 집안 내력으로 싱겁게 먹는 사람들은 대체로 위장이나 소화기가 건강하지 못하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바로 설사하고 소화력도 약한 편이다.
병원에 가도 그렇게 말하고 언론에서도 그렇게 말해서, 저지방·저염식 식단으로 챙겨 먹은 결과, 고혈압 환자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역류성 식도염 환자만 늘어났다. 2010년 가장 많이 처방된 처방약 1위가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였고, 2위가 넥시움(Nexium)이라는 위산 분비 억제제였다.

그렇다고 일부러 짜게 먹을 필요는 없다. 소금을 많이 먹는 것이 비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짜거나 맵게 먹으면 위산과는 상관없이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이 느슨해질 수 있다. 다만, 의도적인 저염식 식단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요, 저염식이 역류성 식도염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의 식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금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소금이 결핍되지 않도록 충분한 양을 섭취해야 한다.

위산을 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처방이다. 제산제나 위산 분비 억제제를 먹을 일이 아니라, 식사 때마다 반대로 염산이나 펩신 소화효소를 먹는 게 낫다. 또한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비타민 B, 마그네슘, 아연,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이들 영양소가 모자라면 제대로 된 위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식사 15분 전에 레몬즙이나 생강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레몬즙은 속을 더 쓰리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그렇지 않다. 신맛이 강해서 그렇지 강한 산성이 아니고 위액을 분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하는 음식이 있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그것이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또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소화가 어려운 음식은 당분간 삼가야 한다. 진화 과정에서 우리 몸이 경험해보지 못한 음식들, 그래서 효과적으로 소화할 줄 모르는 새로운 음식들. 바로 20세기에 갑자기 출현한 가공식품들이다. 가공 치즈나 소시지,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를 피해야 한다. 계속 똑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위산 분비 억제제로 고쳐보겠다는 시도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지은이 조한경 (Joshua Cho, DC) 
환자들을 향해 ‘병원에 오라’고 외치는 대신,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의사.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남가주대학(USC)을 졸업하고 2000년 카이로프랙틱 척추신경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에 위치한 진료실에서 열정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레이저 통증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던 당시, 콜레스테롤 저하제 복용 환자들에게서 말초신경통이 흔하다는 사실과, 단순한 레이저와 약물 치료만 받는 환자들에 비해 지방산 복용을 처방한 환자들의 치료 결과가 더 좋다는 사실에 착안해 본격적으로 영양학과 기능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항노화학회와 통합의학학회의 수련의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기능의학 보드 펠로 과정 중에 있다.
조한경 원장이 추구하는 진료는 환자들의 ‘질병을 관리’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건강’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 교육’과 ‘영양’뿐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의사의 말이라면 맹목적으로 따르는 ‘무식한’ 환자들을 일깨우기 위해 왜 병이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환자 본인도 한 번쯤은 직접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는 환자의 관심이 치료 결과를 바꾼다고 확신한다. 
조 원장은 환자들에게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온 것으로 내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주체가 되고, 의사는 도울 뿐이라는 것이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관절염, 골다공증, 암 등 대부분의 현대 성인병들은 환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고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유튜브 채널 ‘Dr. Joshua Cho’는 10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DrJoshuaCho.com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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