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위 들끓자 눈 가리기...월드컵 ‘노마스크’ 관중 화면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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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위 들끓자 눈 가리기...월드컵 ‘노마스크’ 관중 화면 뺐다
  • 김희정 기자
  • 승인 2022.11.2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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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 정부가 월드컵 중계 검열에 나섰다. (사진=유튜브 캡처)
'제로 코로나'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 정부가 월드컵 중계 검열에 나섰다. (사진=유튜브 캡처)

[nbn시사경제] 김희정 기자

'제로 코로나'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 정부가 월드컵 중계 검열에 나섰다. 경기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제로 코로나’에 억눌린 중국인들의 민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28일 중국중앙(CC)TV와 트위터 등에 따르면 CCTV는 월드컵 호주·튀니지전(26일), 일본·코스타리카전(27일)을 중계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환호하며 응원하는 관중을 클로즈업한 화면 대신 선수나 코치 등 경기장 화면으로 바꿔 내보냈다. CCTV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팬들의 모습을 지우기 위해 생중계를 30초 정도 지연해 내보내기도 했다.

반면 중국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 등이 중계한 같은 장면에서는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노마스크로 선수들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연일 전파를 타자 중국인들은 부러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당국의 엄격한 방역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어떤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월드컵 경기를 직접 보고, 어떤 사람은 한 달 동안 집에 갇혀 문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누가 내 인생을 훔쳐갔나? 나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산시성에 거주한다는 다른 누리꾼은 "월드컵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해외의 실제 상황을 보여줬다"며 당국에 실망감을 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위챗에서 "세계의 다른 지역에선 코로나 대유행 이전처럼 월드컵을 한껏 즐기고 있는데 중국은 왜 이렇게 통제하고 압박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는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PCR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들이 중국인과 같은 행성에 사는 게 맞느냐"고 비판했다.

이 글은 10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급속하게 퍼졌으나, 곧바로 삭제됐다. 위챗이 '관련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해당 글의 계정을 아예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위챗의 판단이 아닌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들은 당국의 방역 정책을 옹호하며 대응에 나섰다. 인민일보는 “공산당과 시 주석의 방침은 옳기 때문에 믿고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캠페인성 기사를 게재했고, 신화통신도 “중국 당국이 펼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목적은 중국인의 건강과 평화를 유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중국의 코로나 상황은 크게 악화하고 있다. 일일 신규 감염자 수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데, 베이징·상하이 등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ods0505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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