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시론] 지역 축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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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시론] 지역 축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 조성주 문화예술행정가
  • 승인 2020.03.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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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주 문화예술행정가
조성주 문화예술행정가

축제 양상의 변화... 축제의 당위성 찾자

[nbn시사경제] 요한 호이징하(John Huizinga)가 1938년에 출간한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 따르면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축제는 인간의 유희적 본성인 기쁨과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놀이의 형태이다. 축제는 지역별 특징이 있는 고유 자원을 활용하여 외부의 사람들이 지역을 방문하고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국에 축제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지방 시군구에서는 각자 문화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축제를 개최하였고, 지역민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2010년대를 넘어가며 축제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축제의 기본방향은 변함이 없지만, ‘정체성 확립’, ‘지역 대표 축제 등’ 축제가 단순 외부 방문객 모집의 수준을 넘어 축제 개최의 합리적 당위성을 찾는 단계로까지 성장해가고 있다.

주민참여가 성패 가른다

지난 1월 27일 폐막한 화천 ‘산천어 축제’는 주민들의 애정과 열정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큰 성공을 이뤘다. 23일간 184만 명이 축제에 참여했고, 축제 수입도 전년도보다 18%가 늘어난 60억 원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한다. 2018 화천군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군민 중 응답자의 98%가 ‘산천어 축제에 참여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화천군이 축제 예산을 삭감하자 군민들이 성금을 모아 부대 행사를 추진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참여가 축제 성공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전의 대표축제는?... 선택과 집중이 없다

그런 시류 속에 대전의 축제정책은 참으로 모호하다. 우선, 대전시의 대표축제라고 표방하는 축제가 없다. 효문화축제, 대전국제와인페어, 견우직녀 축제, 사이언스페스티벌, 유성온천축제, 대전칼국수축제 등 개최하는 축제의 수는 많으나 대전 전역이 들썩이거나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축제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런데도 대전시, 출연 기관, 공사·공단, 구청에서 경쟁이라도 벌이듯 문화예술 예산에 ‘축제’ 항목이 많은 비율을 차지고 하고 있다. 대전시 예산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문화 및 관광 예산은 195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5.07%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축제 예산을 별도로 찾아보려 했으나, 축제 예산이 각 과별로 파편화되어 있고, 그 범주를 문화·예술 분야로 구분할지, 그 수혜대상으로 구분할지도 어려웠다.

‘대전방문의 해’로 준비가 한참인 관광마케팅과의 예산을 살펴보면 2019년에는 199억원으로 전년보다 72억원이 늘어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산은 관광프로그램 발굴 또는 시설 정비에 대부분 예산이 배정됐고, ‘대전 방문의 해’ 추진 비용은 15억원에 그쳤다. ‘관광축제 육성’항목으로 총 11억원이 책정되어 이중 6억원은 ‘대전 국제 와인페어’에 배정 되고, ‘대전 K-POP 뮤직페스티벌’에 3억원, ‘텐텐프로젝트’에 1억2000만원이 배정되어 운영된다.

문화예술정책과의 경우 축제 성격의 예산 항목이 다양하다. 2019년 예산은 499억원으로 ‘한국민속예술축제’ 8500만원, ‘전통민속놀이’ 한마당 천만 원, ‘대전예술제’ 1억원, ‘대전인디음악축전’ 3600만원, ‘대전연극제’, ‘소극장 연극축제’, ‘시민무용축전’ 등 각 분야별 축제성격의 사업 예산들이 편성되어 있다.

이 모든 사업이 올해 대전에서 이뤄지는 축제 성격의 사업들이다. 물론 이를 통해 대전이 문화예술로 풍요로워질 것이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 모든 예산은 결국 대전 시민들의 세금으로 편성된 축제 예산이다. 지역 축제의 문화 정책이 파편화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대표축제로의 성장·육성의 기조로 문화 정책이 변해야 한다.

사전 준비는 필수... 축제위원회 만들자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 영역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축제는 보통 1~2년 전부터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준비 기간이 길고 계획단계부터 축제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축제의 성장·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또한 축제 예산도 더욱 효율적으로 배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실 있는 지역 대표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구성은 시청 공무원과 여러 축제 관계자, 기관의 축제 담당자, 지역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축제 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지난 2월 22일 대전문화재단 주최로 ‘도시 대표 예술축제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 및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주된 목적은 ‘지역 대표축제’에 관한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류정아 한국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에서 합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하게 전문가들의 말로 축제 추진 당위성을 찾는 경우가 많다. 대전은 구상 단계부터 전문가들의 검토와 토론을 통해 추진하는 과정은 매우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축제는 시민과 함께 성장

지역 축제는 시민의 의식 성장과 함께 발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이 누리는 지역 축제도 이제는 기존에 머물기보다는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올해부터 3년간 ‘대전방문의 해’이기에 축제에 대한 기본부터 진단·점검하고 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대전을 방문하고 대전을 즐기고 대전에 머물고자 할 것이다.

 

 

<문화예술행정가 조성주>

nbn 시사경제, nb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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