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은 나빠’도 전략공천하기 좋은 도시, 고양시
상태바
[기자수첩] ‘물은 나빠’도 전략공천하기 좋은 도시, 고양시
  • 김경현 선임기자
  • 승인 2020.03.03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경현 선임기자
▲ 김경현 선임기자

[nbn시사경제] 김경현 선임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7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재선을 한 경기도 고양시(병)에 홍정민 변호사를 전략공천 했다. 이날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홍 변호사의 경제학 박사학위와 사법고시 패스를 거론하며 “경제전문가로 고양시 지역경제 발전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고양시를, 아니 일산동구(고양병)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말이다.

그리고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역구 ‘신년회 및 송별회’에 참석해 부동산 정책에 항의하는 주민에게 “그동안 동네 물 많이 나빠졌네”라고 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인 고양시(정)도 전략공천 지역으로 이미 분류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지난 19일 정재호 의원의 지역구인 고양시(을)도 전략공천 지역에 포함시켰다.

고양시 국회의원 지역구는 4개로써 20대 국회에서 갑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였고 나머지 세 지역구는 모두 민주당이었다. 그리고 그 3개 지역구 모두를 전략공천 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김 장관의 말처럼 고양시가 ‘물은 나빠’도 정치를 하기 좋은 도시임은 분명하다. 아니, 정치인으로 등극하기에는 전국에서 제일 좋은 도시라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전략공천 대상지역에 대해 한 번 되짚어보자. 전략공천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을 수 있겠다. 첫째, 선점이 필요하고 반드시 승리함으로써 상징적 의미가 있는 지역에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권주자로 꼽히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서울 종로에 역시나 여당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전략공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영입인재, 즉 정치 초년생을 안전하게 당선시키기 위해 지지기반이 안정적인 곳에 전략공천하는 것이다. 바꿔 말해 그 지역에는 누구를 내보내도 당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전략공천이다. 이는 야당 후보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홍 변호사를 고양시(병)에 전략공천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전략공천 되는 것이니 누가 당선돼도 지역 주민에게 큰 문제가 없다. 그만큼 지역 현안이나 발전을 위해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지역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초선의원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경제학 박사에 변호사라고 해도 지역을 알지 못하는 정치 초년생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더해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서의 고양시 3개 지역구 전략공천은 지역 주민들의 후보 선출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총선 출마를 위해 그동안 활동해온 예비후보들에게서 ‘공평한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또한 ‘공정한 과정’이 생략된 ‘정의로울 수 없는 결과’의 산물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양시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 폭탄’을 맞게 됐다. 1기 신도시인 일산(병·정)은 이제 ‘늙은 도시’가 돼 버렸고, 전통적으로 낡은 도시인 덕양구(갑·을)에는 그린벨트까지 훼손해가며 창릉신도시(3기) 개발을 추진 중이라 민심이 양분된 상태다. 지금이야 말로 고양시에는 지역을 잘 알고 민심을 아우르면서 현명하게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노련함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때 아닌 전략공천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이는 진짜 ‘물이 나빠’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 고양시민들의 잘못이다. 또한 시민들이 바뀌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물이 더 나빠’지던지, 아니면 ‘새물을 담아’야 해결될 테니까.

 

 

newsjooo@hanmail.net

nbn 시사경제, nbnbiz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