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전세 사기 피해자 숨진 채 발견…"버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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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전세 사기 피해자 숨진 채 발견…"버티기 힘들다"
  • 박민석 기자
  • 승인 2023.03.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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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30대 피해자
전세 보증금 126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의 사기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nbn시사경제] 박민석 기자

전세 보증금 126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의 사기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2일 인천 미추홀구경찰서 등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5시 4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의 지인은 그와 연락이 되지 않자 집에 찾아갔다가 숨진 그를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A씨 휴대전화에서는 메모 형태의 유서가 있었다. 휴대전화 기록상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유서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며 '대책위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맙다'는 내용을 적었다. 어려운 가정환경 등을 언급한 부분도 있었다. 이어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썼다고 전해졌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범죄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가족에게 A씨 시신을 인계했다.

대책위 확인 결과, A씨가 임차한 빌라는 2011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전세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기준은 6500만 원으로 A씨는 7000만 원에 전세금을 임차해 변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A씨가 거주했던 빌라는 경매로 넘어가긴 했지만, 매각일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빌라가 경매로 넘어간 후 은행권에서 대출 연장을 확인했지만 거절당했고 최근 직장을 잃으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고인의 유서에는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정부 대책에 대한 실망, 직장을 잃고 구직활동을 하면서 전세대출 연장을 알아봤음에도 거절당하자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며 "A씨 사망과 관련해 추후 입장문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건축왕으로 불린 B씨는 지난달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 보증금 126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ppoli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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