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75년 만 첫 상속분쟁...승계 룰 영향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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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75년 만 첫 상속분쟁...승계 룰 영향줄까
  • 김희정 기자
  • 승인 2023.03.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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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 (사진=유튜브 캡처)
구광모 LG 회장 (사진=유튜브 캡처)

[nbn시사경제] 김희정 기자

LG그룹의 상속재산 분쟁은 75년간 ‘장자(長子) 승계’를 원칙으로 장남에게 대(代)를 이어 경영권을 맡겨오던 LG가(家)에서 여성들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사건이다.

앞서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아내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세 모녀는 지난달 28일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과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원점에서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자는 게 세 모녀의 주장이다.

세 모녀는 이미 지난해 선대회장 재산을 법정 상속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다시 배분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내며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LG가(家) 세 모녀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소송을 건 것과 관련해 집안 어른들은 대부분 소송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75년 동안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LG 집안에 재산을 둘러싼 싸움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송이 제기되기에 앞서 구광모 회장은 김 씨 쪽을 수차례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김 씨 쪽은 지난해 7월 서면으로 유언장 확인을 요청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구 회장이 지분이 아닌 다른 보상으로 합의하려고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같은 해 11월엔 김 씨와 딸들이 고 구본무 회장의 상속에 따른 상속세를 못 내겠다고 알려와 구광모 회장이 대신 납부했다. 이후 엘지는 상속을 다시 하자는 소송이 진행되자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로써 LG그룹은 창업주부터 무려 4대에 걸친 승계 과정에서 지켜온 '무분쟁' 전통이 깨졌다. LG그룹은 지난 1970년 구자경 명예회장이 창업주인 부친 구인회 창업주로부터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받은 이후 구본무 선대회장, 구광모 현 회장까지 무분쟁 장자승계 원칙을 유지해 왔다.

LG 측은 장자 승계 전통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사업 초기부터 (GS그룹으로 분리한) 허씨 가문과 동업했고 후손도 많아 집안·회사 내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가풍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의 경우 본인이 원하면 경영 참여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풍을 지켜왔기에 여러 차례 상속과 계열 분리 과정도 잡음 없이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재계 안팎에선 LG 가문이 원만한 경영권 승계를 철칙으로 삼는 만큼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되기 전에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먼저 나왔지만 LG 측은 소송과 관련해 “소송 대응에 매진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일각의 ‘사전 합의’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말할 것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가문의 전통이 오랜 세월 안정적인 승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구시대의 가부장 문화가 상속 분쟁의 씨앗이 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ods0505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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