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사주팔자와 궁합이 나쁘다는 이유로 이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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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사주팔자와 궁합이 나쁘다는 이유로 이혼할 수 있을까?
  • 임경숙 변호사
  • 승인 2023.03.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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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

[nbn시사경제] 임경숙 변호사

번화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사주팔자와 궁합을 봐준다는 천막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누가 그런 걸 믿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정말 궁금하기도 하다. 내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앞으로도 함께 해도 될지……. 본능적으로 인간은 가보지 못한,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산다. 

첨단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천재 이세돌을 이기고, 일론 머스크가 달나라를 지나 화성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시대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천문학이 발달해도, 우리 힘으로 잘 안 되는 일을 만나거나, 고난에 닥치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앙에 의지하던가, 그마저도 없으면 민간신앙에 기대게 된다.

사주팔자나 궁합을 둘러싼 분분한 의견을 살펴보자면, 미신이라고 무시하시는 사람도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진 조상의 지혜이니 어느 정도 참고는 하되 너무 맹신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사람도 있다. 철학이고 통계학적으로 타당한 부분이 많으니 신뢰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미래가 잘 안보일 때,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갈림길에 서서 판단하기 힘들 때 또는 주변에 아무도 내 얘기 들어줄 사람이 없거나 답답할 때… 그런 때 철학관에 가서 이런저런 신세한탄과 함께 하소연을 하면 속이 풀리면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직업의 특성상 상담을 많이 한다. 법률 상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젊은 커플이 상담하러 왔다. “사랑하는 사이라서 결혼을 하고 싶은데, 궁합이 나쁘다네요. 어쩌면 좋아요.”

이혼을 앞두고 찾아온 젊은 의뢰인도 있다. 결혼 전에 사주팔자가 사납고 궁합이 나쁘다는 소리를 듣고 시댁에서 반대가 심했는데, 그래도 우겨서 결혼을 했단다. 역시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더란다. 

집안에 우환이라도 생기면 ‘새사람이 잘못 들어와서 그렇다’, 남편 사업이 신통찮으면 ‘배우자 사주가 나빠서 네 운이 안 풀리는 거다’라고 탓하는 시어머니가 있다. 안 좋은 일만 있으면 사사건건 사주팔자 트집을 잡으며 스트레스를 주어서 급기야 유산까지 하였다. 오죽하면 ‘어른들이 사주팔자, 궁합이 나쁘다고 할 때 결혼하지 말걸’ 하고 후회를 한다고 했다. 남편도 처음에는 미신이라고 무시하더니, 시어머니가 말끝마다 사주팔자와 궁합이 나쁘다는 얘기로 트집을 잡으니 나중에는 그 말에 은근슬쩍 세뇌가 된 것 같고, 점점 부인을 대하는 게 뜨악해지고 마음이 멀어지는 것 같단다. 그래서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이혼을 해야겠다고 찾아왔다.

사주팔자나 궁합이 나쁘다는 것만으로 이혼사유가 될까? 아니다. 그러나 사주팔자와 궁합이 나쁘다는 이유로 배우자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구박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등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 협의이혼을 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겠지만, 혼인 파탄의 제공자가 위자료나 재산분할로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하면 재판상 이혼을 해야 한다. 이 경우 배우자 직계존속의 심히 부당한 대우를 입증하여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혼인 기간 동안에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있으면 정당하게 재산분할도 할 수 있다.

사주팔자나 궁합이 나쁘다고 하는데, 이걸 노력으로 바꿔서 성공한 사람은 없을까? 신앙으로 극복하는 사례는 있다. 기도의 힘이 운명보다 강하다고 하면서.

사주팔자나 궁합을 믿는 것은 운명론 또는 결정론을 믿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정론이란 그 사람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사람이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운명론 또한 이미 조물주가 정해 놓은 수순대로 살아가게 되고, 본인이 아무리 벗어나려고 노력해도 궁극적으로 정해진 운명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이론이 환경론 또는 변화론이다. 우리 속담에 ‘팔자 고친다’는 말도 있다. 어떤 환경과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코이의 법칙’을 아시는가? 코이라는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다 기르면 5~8cm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까지 자란다. 그러나 더 넓은 강물에 두면 90~120cm까지 자란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정론보다는 환경론을 좀 더 지지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결정론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론적인 입장에서 결혼생활을 살펴보자. 벨린다 루스콤은 ‘결혼학개론’이라는 책에서 결혼이란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이벤트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성취감과 안정감, 헌신, 자유, 협력, 개인의 가치 향상, 변화와 같은 가치를 원하고, 무엇보다 감동을 원한다. 결혼이 동반자적 관계를 의미하지만, 무엇보다 정서적 의미에서 친밀감을 요구한다.

결혼은 서로 협력하고 성취감을 느껴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성장하는 촉진제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각자의 성장을 위해 힘쓰고, 상대방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도와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결혼은 인생의 마라톤이다. 사소한 부분에서 다툴지라도, 큰 틀에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이어야 한다.

‘코이의 법칙’처럼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결혼생활이 작은 어항인지, 연못인지, 넓은 강물인지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진다. 사주팔자. 궁합이라는 운명이 정해져 있더라도 어떠한 환경을 만드는지에 따라 훌륭하고 멋진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사주팔자. 궁합이 나쁘다고 좌절하거나 우울해하지 마시기를…  

nbn 시사경제, nb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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