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혁명: 의학논문의 허상: 의사들도 속는 의학 연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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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혁명: 의학논문의 허상: 의사들도 속는 의학 연구 논문
  •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 승인 2024.07.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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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n시사경제]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조한경(기능의학전문의)
조한경(기능의학전문의)

시장 주도 의학이 만연하다
엄밀히 말하면 통계 분석은 의사들의 전문 영역이 아니다. 과학 연구를 진행하고 분석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연구원으로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것이 의과대학에서 다루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의사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소비자로서 주어지는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의사들도 속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의사들이 연구 논문에 지나치게 의존적인데 그럴수록 더 속기 쉽다는 것이다. 저명한 의학 저널에 소개된 동료 심사(peer-reviewed) 연구 논문이라면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문제는 의학계에 근거 중심 의학이 아닌 시장 주도의 의학이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임상의학 연구는 제약 회사와 의료기 제조 회사들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으며, 의과대학의 교육과정 역시 제약 회사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의사들의 보수(補修) 교육이나 학회, 세미나 대부분이 제약 회사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강사들도 거의 제약 회사의 지원을 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완전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의료 정보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의사협회지》는 2006년 논문에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공공 기관이 시행한 임상 연구보다 이익 창출이 목표인 기업들이 주관하거나 지원한 연구의 결과들이 더 긍정적인 결론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이 실험 기간을 조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개월 이후 부작용이 속출하는 약물이라면 실험 기간을 2개월 이내로 잡는 식이다. 
척추 수술의 경우, 수술 후 단기간 내의 입원율이나 중재술, 통증 감소 여부만 분석해서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1년 후 수술을 받은 환자 대부분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통증이 재발하지만 이미 긍정적인 연구 논문이 존재하게 된다.

표준치료만 하면 의사들은 괜찮다
또 다른 예로 백신 부작용이 의심되어 백신이 신경 계통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할 경우, 이중 맹검 연구에서 대조군에 위약으로 식염수를 주사하는 것이 아니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식이다. 대조군과 실험군 양쪽 다 신경독소인 알루미늄을 주사받게 되니 별 차이가 있을 리 없다. 그러고는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으므로 “백신이 신경 계통에 손상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다.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나지만 이런 식으로 연구를 교묘하게 디자인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렇게 해서 양산된 의학 연구 논문들이 범람한다. 또한 증가 추세를 보여 이제는 한 달에 쏟아져 나오는 연구 논문이 지난 1년 치보다 더 많다. 

의사들이 일일이 다 살펴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이 중에서 제대로 된 연구를 솎아내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제약 회사 세일즈맨이 입맛에 맞는 연구 논문을 몇 편 발췌해 개원의를 찾아간다. 그리고 자사의 신약이 연구 결과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처방을 늘려줄 것을 권하면 의사들은 그에 의존하는 식이다. 

실제로 약을 처방했을 때, 효과가 덜하거나 간혹 부작용이 보고되어도 연구 논문 뒤에 숨으면 그만이다. 진통제 부작용 심장마비로 환자가 사망해도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표준 치료’와 학계에서 공인된 의료 행위를 했을 경우 환자에게 문제가 생겨도 의사들은 괜찮다. 

반면, 비타민을 처방했다가는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처벌받을 수 있다. ‘표준 치료’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의학 연구 논문이란 것이 의사들의 정신 승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약 회사가 연구 논문을 주도하고, 의사들은 이를 받아들인다. 이것이 제약 회사가 주도하는 시장주의 의학의 심각한 문제점이다.

사진출처=펙셀스
사진출처=픽사베이

의사들뿐만 아니라 환자들이나 소비자들도 언론과 뉴스를 통해 연구 결과를 접한다. 의사들도 잘 모르는 통계 분석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리 없다. 언론에서 알려주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속을 수 있다. 다음은 누구나 알아두면 좋을 만한 통계적 표현 방법들이다. 간단한 차이점들을 이해하면 언론의 통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의학 관련 뉴스나 의학 저널 논문을 보면, 특정 치료나 약물의 효과 대비 위험성을 표현하는 데 세 가지 다른 방법이 사용된다.

• 절대 위험 감소(ARR, Absolute Risk Reduction)
• 상대 위험 감소(RRR, Relative Risk Reduction)
• 필요 치료 환자 수(NNT, Number Needed to Treat)

첫째, 절대 위험 감소(ARR).
말 그대로 절대적인 수치다.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와 시험 치료를 받은 사람들 중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의 차이를 집계한 후 그 차이를 전체 참가자들의 수로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지혈증 치료제 프라바스타틴 약물의 연구 결과, 플라세보 대조군에서는 1000명 중 41명이 사망했고, 프라바스타틴 약물 치료를 받은 그룹에서는 1000명 중 32명이 사망했다. 이 경우 절대 위험은 1000명 중 9명이다. 41명과 32명의 차이가 9명이기 때문이다. 이는 각각 1000명의 참가자를 기준으로 봤을 때, 현실적으로 0.9% 위험 감소 효과에 불과하다. 프라바스타틴 약물 복용자 중 약물 덕으로 사망을 피할 수 있는 환자가 1%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99% 이상의 환자들은 스타틴 약물을 복용해도 아무 도움을 못 받는다는 뜻이다.

두 번째 방법은 상대 위험 감소(RRR).
약물이 되었든 진단 장비가 되었든, 뭔가를 판매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좋아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프라바스타틴 연구 결과를 두고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간단히 양쪽 그룹의 사망자 32명과 41명을 비교한다. 두 그룹 간 사망자 수는 9명의 차이가 난다. 9명을 아무 치료도 받지 않아 사망한 사람들 41명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냥 놔두면 41명이 사망할 수 있는 것을 32명으로 낮췄으니 22%의 차이가 난다. 앞서 언급한 절대 위험 감소 0.9%보다는 숫자가 훨씬 크고 보기에도 좋다. 제약 회사가 주로 사용하는 숫자는 이것이다. 의대 교과서, 저널, 연구, 보건 당국 모든 곳에 인용된다. 그래야 의미 있는 수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망률 0.9% 감소!’가 뉴스에 나올 리 없다. ‘사망률 22% 감소!’쯤 되어야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하다.
의사가 환자에게 “이 비싸고 위험한 스타틴 약물을 복용할 경우 사망률을 0.9% 낮춥니다”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약 처방을 거부할 것이다. 하지만 22%라고 말하면 환자는 받아들인다.

세 번째 방법은 필요 치료 환자 수(NNT).
이 방법은 제약 회사나 보건 당국 사이에서 지독하게 인기가 없다. 하지만 셋 중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환자 1명을 살리기 위해 몇 명을 치료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프라바스타틴의 경우 1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11명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연구 디자인 자체가 문제 되기도 하지만, 이처럼 이미 나온 통계 결과들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다양한 통계학적 테크닉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통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연구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Lipitor)의 뇌졸중 예방 효과를 놓고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다른 결론이 가능하다. 1000명이 리피토를 복용할 경우 뇌졸중 발병 가능성을 28명에서 15명으로 낮출 수 있다. 절대 위험 감소로 보면 1000명당 13명 혹은 1.3%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비교 위험 감소로 보면 무려 48% 위험 감소라는 강력한 효과를 자랑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필요 치료 환자 수로 보면 숫자는 초라해진다. 1명의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77명에게 리피토를 처방할 필요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 게르트 기거렌처(Gerd Gigerenzer)는 《계산된 위험(Calculating Risk)》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스위스 병원에서 훈련을 잘 받은 부인과 전문의 15명에게 유방 조영술 매모그램의 상대 위험 감소율(RRR) 25%(1000명당 4명에서 3명으로 감소)의 의미를 질문했을 때, 단 1명만 정답을 맞혔다.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95%가 틀린 답을 내놨다. 평균적인 대답의 대부분은 현실보다 10배나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의사들은 연구 논문에 잘 속는다
의사들이 연구 논문에 잘 속는 이유는 확실성에 대한 환상과 지나친 신뢰 때문이다. 의사로서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도 작용한다. 현대 의학은 과학적이니까! 이를 간단히 해결해주는 것이 의학 연구 논문이다. 연구 논문을 의지하기 위해선, 이 사회에 절대선이 작동하고 과학 혹은 적어도 과학계가 흠 없이 완벽하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항상 기업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이 대변된다고 믿어야 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바람인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좋은 예다. 단순히 연구가 미흡해서 선의의 실수로 벌어진 사건들이 아니다. 기업과 그 기업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 당국이 기업과 한 침대에서 같이 뒹굴며 사건을 은폐한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좀 더 현실을 잘 아는 의사들은 의학 연구 논문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는다. 20년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 편집장을 지냈던 하버드 대학의 마샤 앤겔(Marcia Angell) 박사가 돌연 사표를 낸 이유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사기성 짙은 논문들에 신물을 느껴 스스로 편집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의료 시스템의 부패와 타락을 고발하는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Drjoshuacho@alumni.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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