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용의 예술탐방] 제2회 황창하 개인전 「정원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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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의 예술탐방] 제2회 황창하 개인전 「정원의 춤」
  • 장석용 예술평론가
  • 승인 2024.08.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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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감사의 화편(畵片)
(영상편집=김지연 기자)

[nbn시사경제] 장석용 예술평론가

정원의 꿈
정원의 꿈

 

정원의 춤, 흑성산 자락, 그곳에/ 내 정원은 춤을 춘다/ 사계절의 숨결 속에서/ 생명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산새는 노래하고/ 개구리는 물가에서 속삭이며/ 귀뚜라미는 밤을 수놓는다/ 이 모든 소리가 하나 되어/ 정원은 하모니의 무대로 변신한다//봄의 꽃은 희망을/ 여름의 풀은 열정을/ 가을의 잎은 깊이를/ 겨울의 눈은 평화를 피워내고//각기 다른 시간대에/ 다른 향기를 내뿜으며/ 정원의 공기는 끊임없이 춤을 춘다/ 생명의 기운이 작은 움직임으로/ 어우러져 춤의 향연이 시작된다.(서양화가 황창하)

정원에서의 춤
정원에서의 춤

 

팔월 한 달 동안 매일 12시~6시, 후광 갤러리(관장 최종환, 전 엘리사벳 수녀)에서 제2회 황창하(Hwang, Chang Ha) 개인전 「정원의 춤」(Garden Dance)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서양화가 황창하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주목할 예술가’로 선정 받은 작품들과 영성의 울림을 받은 신작으로 구성되었다. 갤러리 한쪽 부스를 엘리사벳 수녀(관장)께서 허락하여 작가의 조카(남동생의 첫째 아들) 황승범 (William Hwang)도 같이 초대되어 개인전의 의미를 높게 하였다. 작가의 첫 개인전은 2019년 천안 갤러리아에서였다.

황창하 서양화가
황창하 서양화가

원칙과 자상함을 동시에 소지한 의사인 부친의 타계(2021) 이후, 부친에게서 끔찍이도 사랑받았던 유학파 작가는 충격에 빠진다. 미혼인 관계로 모친과 같이 흑성산 자락 교천리로 이사했다. 작가는 여전히 평화를 사랑한다. ‘정원의 춤’, ‘정원에서의 춤’에 관한 사유는 결국 작가의 대표작 ‘세계평화’와도 일맥상통한다. 한 개인 내면의 평화가 하나둘씩 모여 마을, 도시, 국가로 확장되어 세계평화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정원의 춤' 역시, 한 개인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흑성산으로의 이주는 어머니의 큰 뜻이 담긴 것 같다. 작가가 큰 충격에서 원상으로 회복하고, 화작(畵作)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서울의 외청룡이 되는 신령하고 거룩한 산 흑성산(해발 519m)은 북쪽으로 천안시의 진산 태조봉을 거쳐 성거산이 바라보이며 서쪽 마정산 너머 천안시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김시민, 이동녕, 이범석, 유관순, 조병옥 등 많은 구국 열사가 배출된 지역이다. 황창하 작가가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그림 작업에서 승승장구하기를 기원해 본다. 그의 신작 몇 점의 인상을 살펴본다.

‘정원의 춤’(Garden Dance, 32 x 24cm, acrylic & mixed media on paper, 2016~2024)은 정원에서 순수하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일)의 조합된(재정렬된) 느낌을 표현한다. ‘정원의 춤’은 지극히 개인적인 나약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치유되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스스로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순수하게 정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자체를 표현한다. 여러 가지 자연현상에 관한 사유는 다른 시·공간대의 자연의 흐름, 사계절에 따른 다른 공기, 내음, 소리, 온도 등과의 하모니(=춤)가 화폭에 담긴다.

‘정원에서의 춤’(Dancing in the Garden, 32 x 24cm, acrylic & mixed media on paper, 2024)은 ‘정원의 춤’을 포함하면서도 작가의 영혼이 개입된 상태를 표현한다. 모든 자연의 소리, 공기 내음, 바람 등과 작가의 영혼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느끼며 춤을 추는 상태를 표현한다. ‘정원의 춤’을 확장하여 작가의 영혼이 개입되어 정원에서의 춤(힐링 행위)으로 연결되는 행위를 표현한다.

‘엘리의 시선’(Ellie’s gaze, 32 x 24cm, acrylic & mixed media on paper, 2024): 엘리(Ellie)는 흑성산 야생 산고양이 이다. 야생 동물들은 생존 본능이 강해 경계심이 매우 심하다. 야생 암고양이 한 마리가 지난 5~6월쯤부터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더니, 어느새 작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엘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길들어져 이제는 거의 경계심이 풀린 상태이며, 작가는 수시로 밥도 챙겨준다. 작가는 엘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상상해 섬서하게 표현한다. 뜻밖의 선물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힐링 요소를 찾는다.

엘리의 시선
엘리의 시선

‘정원으로부터 위로받는 영혼 Part I’(A Soul consoled by the Garden Part I, 32 x 24cm, acrylic & mixed media on paper, 2024), ‘정원으로부터 위로받는 영혼 Part II’(A Soul consoled by the Garden Part II, 51 x 38cm, acrylic & mixed media on paper, 2024): 신작 순번으로 4, 5번째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다. 제목 그대로의 뜻, 그동안 여러 삶의 굴곡에 지쳐 있었던 작가의 영혼이 ‘정원에서의 춤’과 ‘엘리의 시선’, 엘리와의 조우 같은 것으로 힐링하는 순간에서 힐링으로 인해 치유되는 변화를 표현한다.

정원으로부터 위로받는 영혼
정원으로부터 위로받는 영혼

 

황창하는 뉴질랜드 세인트피터스高, 하이트클리프 미술디자인大(Whitecliffe College of Art & Design : Film & Video, 1997)를 졸업하고, 늦은 나이에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경민대 아동미술학과(2013)를 졸업한다. 첫 개인전에서 제14회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전 최우수상(2019), 제39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주목할 예술가’(2019)상을 받았다. 갑진년 작가가 긴 코로나 기간과 부친 소천의 아픔을 이겨내고 극기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가 참 신앙인으로 인간, 동식물에 걸친 사랑의 마음을 담은 작품들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사진=황창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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