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편집국
2020년 11월 5일부터 2021년 1월 21일까지 제주도에 위치한 어느 골프장에서 A와 B, C, D는 돈을 건 내기 골프를 하였다. 그들은 각자 핸디를 정하고, 전·후반 18홀 동안 1타당 일정 금액을 상금으로 거는 속칭 스트로크 방식과 전·후반 최소타로 홀 인하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속칭 계 방식으로 내기를 진행했다. 위 기간 동안 A와 B는 총 32회에 걸쳐 합계 약 8억여 원, C와 D는 총 26회에 걸쳐 합계 6억여 원 상당을 내기골프에 사용했다. 이에 검찰은 A와 B, C, D를 상습도박의 혐의로 기소하였다. 위 4인의 내기 골프는 정말 상습도박에 해당하는 걸까?
‘내기 골프’는 과연 운동경기일까, 아니면 도박일까?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 당사자가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우연’에 의하여 그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형법은 정당한 근로에 의한 재물의 취득이 아닌 이러한 우연에 의존하는 재물의 취득을 정당하지 않은 재물의 취득 방식으로 보고 범죄로 규정해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이 생길 것이다. 골프는 운동 경기 중 하나이기에, 랜덤으로 패를 부여받는 카드게임 등과 달리 개인의 능력과 기술이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연’에 의한 재물 득실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박죄가 규제하는 도박은 반드시 객관적으로 불확실한 우연에만 의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 하더라도 다소의 우연성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성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골프의 경우 각 당사자의 기량에 의존도가 높은 스포츠 경기인 것은 맞지만 경기자의 기량이 일정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하여도 매 홀 내지 매 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골프가 진행되는 경기장의 경우 자연 상태에 가까워서 선수가 친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나 거리가 다소간 달라짐에 따라 공이 멈춘 자리의 상황이 상당히 달라지기 쉽고 이는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단히 우수한 선수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치는 공의 방향이나 거리를 자신이 원하는 최적의 조건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즉 우리가 흔히 스포츠로 즐기는 골프 역시 선수들의 기량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할 수 없고 어느 일방이 그 결과를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도박죄에서 말하는 우연의 성질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법원 역시 유사한 사안에서 골프를 함에 있어 단순히 일시 오락이라고 볼 수 없을 수준의 상금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경우 그 상금은 정당한 근로에 의한 재물의 취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내기 골프를 방임할 경우 경제에 관한 도덕적 기초가 허물어질 위험이 충분하므로, 이를 화투 등에 의한 도박과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위 사례의 A, B, C, D가 약 3개월 동안 총 14억여 원 상당의 내기 골프를 한 것은 단순 오락으로 보기 어렵고, 그 내기 횟수와 금액 등을 고려하였을 때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A와 B, C, D는 상습도박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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