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고나은 기자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이하 의학회)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함께 정치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주요 의사단체 중 처음으로 협의체에 참여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및 의대생 대표들은 불참을 선언했지만, 의협은 동시에 이들의 협의체 참여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8개월 넘게 이어져 온 의정 갈등이 이번 협의체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KAMC와 의학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의료인 양성 체제의 혼란과 의료 시스템 붕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절박한 심정으로 협의체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임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며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이들 단체는 "의대생이 제출한 휴학계는 협의체 발족 이전에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처리돼야 하며, 2025년과 2026년 의대 정원 확대 논의와 함께 의사 정원 추계를 위한 입법 기구 설립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로드맵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 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육과 수련의 내실화와 발전을 위한 국가적 지원과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의료인의 역량과 자질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학회와 KAMC는 또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정책이 발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위원회는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학회의 협의체 참여 결정을 환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랫동안 국민에게 불편을 끼친 의료 갈등을 해결할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다른 단체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며 "다음 주 중 협의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의협은 협의체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의협은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현 시점에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학회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의협 내부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기됐으며, 탄핵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미 없는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협의체의 첫 회의는 이달 중 열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은 일부 의료계 단체라도 협의에 나설 경우 즉시 협의체를 출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의학회와 KAMC는 "사안이 시급한 만큼 자리가 마련되는 대로 이달 중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하면 내일이라도 협의체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doakho@gmail.com
nbn 시사경제, nbn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