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이점석 기자
직원 A는 최근 사장 B로부터 근무 중 태도가 불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A가 근무 중에 휴대폰을 사용하고 직원 휴게실에 너무 자주 들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A씨는 업무 매뉴얼대로 휴대폰은 급한 사정이 없는 한 근무 중에 사용하지 않았고, 직원 휴게실은 얼마 전 갑자기 느껴지는 감기 기운에 따뜻한 차를 마시기 위해 두세 번 들린 일이 전부였다.
사정을 설명해 봤지만 B는 사무실과 직원 휴게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직접 확인한 결과라며 A를 더 압박하였다. A는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음에도 근무태도 불량자라는 오해를 받게 된 것이 억울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CCTV를 통해 휴게실의 모습까지 감시를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화도 났다. 얼마 전 곳곳에 CCTV가 설치된다는 사실이 공지되긴 하였으나 직원들의 근무를 모니터링까지 할 것이라는 안내를 받은 적도 없고 별도의 동의 또한 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CCTV는 일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 사용자에게만 촬영된 화면을 전달해 주는 영상 정보처리기기를 말한다. 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파트 주차장을 시작으로 길거리는 물론 각종 대중교통시설과 일반 건물의 복도, 엘리베이터, 음식점, 카페 등에 설치되어 있는 수많은 CCTV와 마주하게 된다. 엄연히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개인의 일상이 길거리 등 ‘공개된 장소’에서 사전동의도 없이 수많은 CCTV들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된 장소일 경우 일정한 목적 하에 CCTV의 설치와 운영이 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일 경우 개별법령에서 허용된 경우나 범죄 예방, 시설 안전, 교통단속 등을 위해 제한적으로 CCTV의 설치와 운영이 가능하다. 설치가 허용된 경우에도 CCTV 운영자는 촬영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그 운영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설치의 목적과 장소, 촬영범위, 시간, 관리자 연락처 등이 표시된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가능한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이다. 일반 건물이라도 출입증을 소지한 특정인들만 출입이 가능한 사내 사무실이나 매장 내에 직원들만 이용 가능한 공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만약 사무실 등 ‘비공개 장소’에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려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관리자가 해당 CCTV 운영으로 인해 촬영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즉 CCTV가 설치되는 공간을 이용하는 직원들에게 그 설치와 운영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사무실 등 ‘비공개 장소’에 CCTV설치 및 운영을 하려는 경우에도 그 목적은 범죄 예방이나 시설 안전 등의 목적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직원들의 근무를 감시하는 등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목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인 경우에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라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사업장 내 직원들의 근무를 모니터링을 하기 위한 목적의 CCTV 설치 및 운영이 가능하다.
위 사례에서 B가 사전에 직원들의 동의나 노사 간 합의 없이 직원 휴게실 등에 CCTV를 설치하여 직원들의 근무태도를 감시한 것은 엄연히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는 징역형 등의 형사 처벌은 물론, 불법적인 감시행위로 인해 피해근로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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