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현대무용의 성지를 구축한 현대 무용가 최효진

2024-08-29     장석용 무용평론가

[nbn시사경제] 편집국

최효진(현대무용가)

”춤 철학은 현실 적응형 인간에 대한 격려“

최효진(崔孝眞, Choi Hyo Jin)은 진홍의 넘치는 열정으로 자기 수련과 후진 양성으로 춤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연(緣)의 소중함과 스승의 가르침을 몹시 고마워했다. 교육, 경연, 단체 활동에 할애한 분주한 일상은 늘 푸른 춤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랑의 실천’을 가슴에 간직하고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무용수, 안무가, 교육자이다. 그녀의 안무작들은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소지하고, 성장과 나이 들어감에 대한 순응의 역사가 싸리울에 함박눈처럼 소복이 쌓여, 중독적 매력이 있다.

발레로 시작한 최효진의 춤은 긴 사유의 시간을 거쳐 왕벚꽃 터널을 넘어갔다. 수련 과정에서 즐기면서 춤을 춰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녀는 늘 설레는 마음으로 신작에 몰두한다. 그녀의 춤은 늘 강렬하고, 간결한 춤 터치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녀는 시적 감수성을 춤에 도입하여 현대를 전통으로 만들고, 간결하게 움직임의 의미를 환기한다. 그녀는 도시적 현상들을 포집하여 격정적 공간을 창출하고 관습적 가치들을 재고찰하며 모던 댄스의 미학적 승화에 집중하며 몸 칸 원고지를 채워나간다.

최효진의 안무적 발원은 「붉은 의자 위의 꿈」(2013)에서 시작한다. 프로이트적 발상으로 욕망의 분출이라는 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실로 설정된 벤치 위로 타인들이 다투고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진다. 오렌지 파편들이 흩어지고 오렌지 볼 유희가 벌어진다. 사람의 마음처럼 의자는 위치가 바뀌지만 춤에 대한 열정과 순수를 소지하며 내면과 현실 사이를 극복해 내는 여인의 길 위에는 일탈의 유혹과 낭만적 서사가 붉은 숲 너머에 존치되어 있다.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 위로 빗줄기가 떨어지고 냉정하게 자신을 찾는다.

최효진의 안무자인 「유리구두」(2014)는 젊은 여자들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은밀한 욕망’을 모티브로 한다. ‘욕망’은 보통이 ‘비범’이 되는 단계를 밟으며 갈망과 욕망이 채워지는 만족감은 제각기 다르며, 자신에게 상처, 외로움, 고통, 슬픔을 주기도 한다. 무용수들이 주변에서 보고, 체험한 소재를 연기해 내면서 유쾌한 낭만을 불러왔다. 성형 공화국의 여인 수난사와 다이어트에 시달리는 여인들의 허무한 ‘욕망’을 들추어낸다. 욕망은 비우지 않고서는 해결책이 없다. 현대무용의 유쾌한 희극성이 돋보인 작품이다.

최효진 안무의 「상실의 새」(2015)는 3부작의 첫 작품으로서 이면우의 시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를 모티브로 ‘희망과 좌절의 포물선 위에 내려앉은 생명의 서(序)’를 묘사한다. ‘30대 중반 여성들의 성 정체성과 상실감’을 현대무용의 특질을 세련되게 잘 표현하였다. 어느 날 찾아온 믿기지 않은 삼십 중반의 나이는 위기감을 불러오고 도전은 시작된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작품에 스며들면서 ‘상실감’의 진행은 깊이감을 더해간다. 소품으로 원초적 본능의 문제까지를 포괄하는 사과가 사용된다.

「상실의 새Ⅱ」(2016)는 여성의 정체성을 세묘(細描)한 현대무용이다. ‘어른 되기’의 아쉬운 감정을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정으로 차분히 그려내었다. 청춘의 특권은 사랑의 불시착이나 질풍노도를 낳고, 격렬한 전율을 넘어 만춘(晩春)의 낭만을 넘어가는 길목에서, 만개한 목련이 여름으로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듯, ‘상실’을 떠올린다. 원색의 ‘서른’을 보내는 별리(別離)의 제(祭)는 그녀에게는 슬픔이었지만, ‘마흔’의 묵직한 추상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아침은 여전히 반짝거리고 종달새처럼 가벼운 청량감을 던졌다.

「소쩍새 울다」(2017)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소쩍새에 얹은 서정적 작품이다. 그녀의 네 번째 개인 공연은 현대무용 기교를 바탕에 두고 한국적 기본 정서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공연이었다. 시린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추억들은 현(弦)의 울림으로 그녀에게 다가와 선홍의 신화를 일깨운다. 그녀의 춤은 천경자의 화풍(畫風)을 닮아 있지만 원색의 낭만은 남녘의 고향의 봄과 산하를 담는다. 항아리와 홍매화로 무대를 꾸미고 벤치는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확장하며 사색의 공간에 동참한다.

「상실의 새Ⅲ」(2018)은 여인의 심상을 관통한다. 인생의 늦은 봄과 이른 가을 사이, 여인은 상실된 시간 속의 사랑을 떠올린다. 시간이 만들어 낸 삶의 상실감 위로 정열이 스며든다. 박제된 현실 속에서도 가난했던 젊은 날은 늘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는가 보다. 「상실의 새Ⅲ」는 전작들과 맥락을 같이하나 청춘에 대한 '불안'이나 '상실'을 상기시키면서 과거 자신의 기교와 역동성, 심리묘사와 진정성 측면에서 진전의 모습을 보인다. 청춘은 사라지고 날지 못하는 키위가 되어 붉은 숲에서 그녀는 울고 있었다.

「The Lost(유실)」(2019)은 ‘전통과 현대 사이의 여성에 관한 한 연구’,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초월적 명상을 다룬다. ‘성숙으로 가는 길목의 여인’을 감성적 코드에 담아낸다. 현재는 건조하고 반복될 수 있지만, ‘유실’(流失)은 내면을 단련시키고 희망들을 배양시키며 숙성시키는 도구임을 알린다. 안무가는 문학적 상징과 리듬감을 구사하면서 여성성을 섬세하게 조망한다. 균형감의 작품은 예술의 운명과 예술가의 삶을 자연스럽게 도출한다. 안무가는 아내, 어머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유실’되어 가는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다.

 

 

「동행」(2021)은 거대한 상상의 시적 움직임이 인다. 코로나 대란으로 장소가 다섯 번째로 바뀌었고, 공연 열기는 뜨거웠다. 최효진은 ‘Play Ground’(운동장)를 수행했다. 개인의 사유와 놀이터의 개념을 벗어난 경쟁 개념이 도입되고 삶의 균형에 관한 성찰이 시작된다. 움직임의 동인(動因)이 된 운동장은 미끄럼틀, 그네, 철봉, 시소가 놓여있는 곳이다. 안무가는 시소를 무대의 도구로 삼아 춤을 전개 시킨다. 정제된 움직임으로 ‘운동장’이란 시적 은유를 ‘몸시(詩)’로 풀어내며 ‘삶은 수레바퀴와 같다“라일 것을 귀납법적으로 입증한다.

 

「온도의 차이」(2022)는 사랑을 피워내는 열정의 담금질을 묘사한다. 청록의 계절에 하양 가득한 봄과 별리(別離)를 상상한다. 나지막한 이팝나무와 아카시아의 내음이 짙어질수록 여름으로 가는 춤은 열정의 온도를 높여 간다. 간절기에 무소(舞巢)의 어린 새끼들은 둥지를 날아가고, 미묘한 감정들이 모여 ‘너와 나’ ‘사람과 사람’ ‘나와 어떤 나’에 얽힌 사유는 열정의 차이를 낸다. 마르지 않을 사랑, 어긋한 오해, 이어지는 고민은 사랑의 온도 차이를 보인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빚은 감각적 도시 이미지의 ‘희망의 온도’를 사유한다.

「신호등」(2022)은 삶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풍향계이다. 인생의 신호등은 초록 솔개의 꿈에서 정열의 빨간색으로 옮겨간다. 최효진은 뜨거운 열정의 대모신(大母神)이 되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청춘들의 집단무를 주관하고 상상을 뛰어넘어 빛나는 선에 도달한다. 그녀는 희망을 통한 구원의 한 방식으로 자신을 불태워 청춘의 제단에 초월적 모성과 사라진 것들에 대한 향수, 여성성에 대한 깊은 사유, 이기적 문명 속에 힘들어하는 청춘의 사랑에 집중한다. 그녀는 사라져가는 정의 근원을 밝혀내는 의로운 작업을 늘 하고 있다.

 

 

「White Night」(2023)는 춤 열정으로 지새운 하얀 밤의 기억을 담는다. 밤새워 가족을 생각하는 모성의 다른 표현이다. ‘지(知)와 사랑’에서의 고민, 또 다른 세계에 둥지를 트려고 하는 여린 영혼을 보살피며, 이른 판단으로 징검다리에서 미끄러지는 행위를 안쓰러워하는 어미의 마음을 담는다. 직선의 문명이 간과한 정(情)과 곡선의 미학이 예찬 된다. 안무가는 마무리에 장미꽃이 다발로 쏟아지거나 공, 풍선, 종이 눈이 내려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과잉으로 비치는 퇴행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관객들은 격하게 환호하였다.

「제로」(2024)는 최효진 현대무용단 창단 11주년 공연이었다. 삶은 영점(零點)의 연속이다. 혼돈이 정제되고 경쾌한 분위기가 주변에 퍼진다. 경전은 사람들을 희망으로 몰아넣고 하루를 출발시킨다. 흔들리는 나무 사이, 풍경은 세월을 엮는다. 모든 가능성의 시원(始原)을 찾아 바람 부는 날에도 운동화 끈을 다시 묶고 청춘은 무지갯빛 희망을 찾아 나선다. 일렁이는 마음으로 회색빛 도시를 서성인다. 그대와 같이 호흡하는 이 도시는 갓 닦은 안경처럼 밝아지고, 갓 볶은 원두커피가 향을 발하는 장미 화원(花園)으로 읽힌다.

최효진은 화려한 이력과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한양대 무용학 박사, 한양대 겸임교수, 상명대·수원대·순천향대 출강, 고려대 스포츠과학 연구소 연구교수역임, (사)밀물예술진흥원 이사, 한국무용협회 감사,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 한국무용학회 상임이사, 한국예술교육학회 이사, 한국문화예술교육총연합회 이사, 한국문화예술국제교류협회 이사, 한국무용연합회 이사를 맡고 있다. 그녀는 전국무용경연대회 지도자상(2004)에서 시작한 무수한 지도자상과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2022)등 50여 개의 수상 기록이 있다.

안무가 최효진은 늘 명랑한 분위기를 고양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최효진의 안무작들은 일종의 금렵구역 같은 강한 독창적 개성이 있다. 촘촘히 들어선 섬세한 춤동작들, 춤을 짜 나아가는 솜씨와 이미지화는 기도문처럼 완벽하다. 그녀의 안무작 속에는 늘 데코럼이 조화를 이루는 깔끔한 희망의 메시가 들어가 있다. 이미지화와 도시 서사화를 위한 그녀의 춤 이야기는 가시적 비주얼을 사용, 늘 전위적 긴장감과 주제 의식에 대한 밀착감을 불러왔다.

그녀의 춤 미학 속의 독창적 춤 접근방식은 새로운 가능성이다. 좌절을 통한 깊은 내적 성찰, 자신이 찾아낸 감각적 오브제에 ‘형상 입히기’는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깔끔하고 희망적 몸짓이 가득하다. 감각적 도시 이미지 창출, 빛나는 휴머니티를 소지한 최효진은 순교적 자기희생과 이타행에 빛난다. 최효진의 춤 길에는 잿빛 같은 암울함이 장밋빛으로 변하고, 베네통 톤의 자의적 화려함 속에 역설적 희망이 꿈틀대고 있다. 그녀의 춤 철학의 기본은 현실 적응형 인간에 대한 격려이며, 변화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아름답다.

춤 열원(熱源)의 둥지, 최효진은 거칠지만, 생생한 관습에서의 일탈과 야만적 야수성을 가진 원시적 춤 언어들을 만들어 내는 후학을 기다린다. 그녀의 춤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퇴비이며, 과일의 맛과 향을 침화(沈化)시키는 빛과 같다. 리듬감을 살려 미학적인 원리들을 찾아가는 그녀의 안무작들은 말 없는 대사와 침묵만으로도 지속적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다. 최효진의 역동적 춤 형식과 수사학은 ‘너머의 담론’을 창출하고 가변 춤의 가능성을 역설한다. 그녀가 하나씩 경계를 허물고 초월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건투를 빈다.

장석용 무용평론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최효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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