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지부터 정하면 해상풍력 25GW 목표 빨라질까?
2031년까지 25GW 규모 예비지구 지정…연내 첫 대상지 선정 정부가 입지·주민 협의 선행, 사업자는 설계·시공·운영 전담 42개 인허가 일괄 처리·입찰 상한가 인하…지역 상생이 관건
[nbn시사경제] 김아림 기자
정부가 민간 사업자 중심으로 추진해 온 해상풍력 개발 방식을 국가 주도의 ‘계획입지’ 체계로 전환한다. 사업 초기부터 정부가 적합한 해역을 찾고 인허가와 주민 협의를 지원해 장기간 지연돼 온 해상풍력 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회 해상풍력발전위원회를 열고 ‘해상풍력 주요 추진성과 및 계획입지 도입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위원회는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이끄는 범정부 심의기구다. 첫 민간위원장에는 김범석 제주대학교 대학원 풍력공학부 교수가 지명됐다. 에너지·환경·수산업·해상교통·전력계통·금융·갈등조정 분야 전문가 12명도 민간위원으로 참여한다.
ㅡ 정부가 입지 발굴…사업자는 건설·운영에 집중
계획입지의 핵심은 정부가 개발 가능 해역을 먼저 선별하는 데 있다. 기존에는 개별 사업자가 입지 조사부터 주민 협의, 인허가까지 맡아야 해 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초기 투자 위험도 컸다.
앞으로는 정부가 풍황과 해양환경, 어업활동, 선박 운항, 군사작전 등 301개 해양공간 정보와 규제를 분석해 후보지를 발굴한다. 지방정부가 주민·어업인과 협의를 진행한 뒤 발전지구를 확정하고 사업자를 경쟁 방식으로 선정한다.
절차는 ‘예비지구 지정→기본설계·민관협의→발전지구 지정→사업자 선정→실시계획 승인→착공·준공’ 순으로 진행된다. 선정된 사업자는 입지 확보와 초기 갈등 조정 부담을 덜고 설계·시공·운영에 집중하게 된다.
ㅡ 2031년 25GW는 ‘준공 용량’ 아닌 예비지구 규모
정부는 올해 안에 첫 예비지구를 지정하고 2031년까지 총 25GW 규모의 예비지구를 확보할 방침이다. 다만 25GW는 2031년까지 실제 발전설비를 모두 건설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향후 개발할 후보 해역의 발전 잠재 규모를 뜻한다.
정부가 제시한 누적 해상풍력 보급 전망은 2030년 3.1GW, 2035년 25GW, 2040년 45GW다. 별도로 제시된 ‘2030년 10.5GW’는 준공·착공 사업을 합산한 물량이어서 실제 가동 설비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첫 예비지구는 기본설계와 환경성 검토, 민관협의, 발전지구 지정과 사업자 선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정부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33년부터 계획입지 방식의 발전설비가 본격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ㅡ 42개 인허가 통합…입찰가격도 낮춘다
비용 절감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가 계획입지 단계에서 관계 부처와 주요 규제를 사전에 검토하고, 사업자 선정 이후에는 해상풍력법에 따라 42개 인허가 사항을 일괄 처리한다.
입지와 인허가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만큼 발전지구 경쟁입찰 상한가격도 기존 입찰보다 낮게 설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상한가격과 인하 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지원으로 개발 위험이 낮아지면 발전비용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반면 상한가격이 사업비와 금융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사업자의 참여와 국내 공급망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어 향후 가격 설계가 중요하다.
ㅡ 속도 못지않게 주민·어업인 신뢰가 관건
지역 수용성은 계획입지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정부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민관협의회를 사업 초기부터 운영하고 주민 이익공유와 어업인 상생 방안을 기본설계에 반영할 방침이다.
기존 민간사업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계획입지 체계로 편입될 수 있는 전환 절차도 마련한다.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사업과 새 제도 사이의 충돌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 주도 계획입지는 입지 조사와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25GW 보급 목표가 실제 발전량으로 이어지려면 전력망 확충과 항만·선박 등 기반시설 확보, 안정적인 사업성, 주민·어업인과의 이익공유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정부가 입지부터 정하는 방식은 해상풍력 확대의 출발점을 앞당길 수 있지만, 목표 달성 여부는 올해 지정될 첫 예비지구에서 갈등 조정과 인허가 단축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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