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분석] 서울 외곽 매매·전세 동반 상승, 실수요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노원·도봉·강북 등 15주간 서울 평균 웃돌아 중저가 주택 수요 집중…매매가 상승이 전세 공급 감소로 연결 서울 입주 예정 물량 축소 전망에 주거비 불안 장기화 우려
[nbn시사경제] 정혜민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상승축이 강남권에서 외곽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원·도봉·강북·중랑구를 중심으로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면서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의 주거 선택지가 한층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 통계를 토대로 6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 15주간 주간 변동률을 단순 합산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8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랑구는 6.09% 올라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노원구는 5.50%, 강북구는 5.47%, 도봉구는 5.0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진입가격이 낮았던 지역에 실수요가 몰리면서 외곽 지역이 서울 주택시장 상승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ㅡ노원 전셋값 6.08% 상승…매매·임대시장 함께 뛰었다
전세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조사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 합계는 3.93%였지만 노원구는 6.08%, 도봉구는 5.33%, 강북구는 5.18%를 기록했다.
금천구와 중랑구 전셋값도 각각 5.11%, 4.40% 올라 서울 평균을 넘어섰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에서는 매매와 전세가격이 모두 서울 전체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이는 외곽 지역을 저렴한 대체 주거지로만 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가격 상승은 실제 거래에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랑구 신내동 동성3차 전용면적 59㎡는 최근 6억5,000만원, 신내6단지시영 전용 49㎡는 7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격을 경신했다.
ㅡ 중화동 한신아파트 전용 59㎡도 9억8,0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세 신고가도 잇따랐다. 중랑구 신내동 성원 전용 84㎡가 5억5,000만원, 면목동 신성미소지움 전용 80㎡와 상봉동 LG쌍용 전용 68㎡는 각각 5억원에 신규 계약됐다.
노원구에서는 하계동 학여울청구 전용 84㎡가 7억1,000만원, 중계동 중계한화꿈에그린더퍼스트 전용 121㎡가 10억원에 전세 계약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다만 실거래 신고는 계약 해제나 정정 가능성이 있는 만큼 후속 확인이 필요하다. 관련 거래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ㅡ 대출 규제가 외곽 실수요 쏠림 키웠나
외곽 지역의 가격 강세에는 높은 집값과 강화된 대출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권과 한강변 주요 지역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자금 여력이 제한된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1인 가구가 비교적 가격이 낮은 동북권과 서남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과 생활 기반이 갖춰진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이들 지역의 가격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대출 규제로 매수 가능 금액이 제한된 점도 수요 이동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택 수요 자체가 사라지기보다 대출 한도 안에서 살 수 있는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외곽 중저가 시장의 가격을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외곽 전 지역이 일률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자치구에서도 역세권 여부와 준공 연도, 정비사업 가능성, 단지 규모에 따라 가격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신고가 거래만으로 지역 전체의 시세 상승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ㅡ 실입주 매수 증가가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져
매매 수요 증가는 전세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출 비중이 높은 실수요자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보다 즉시 입주할 수 있는 매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는 거래가 늘면 기존 전세 주택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거나 임대차시장에 다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매매가격 상승이 전세 물량 감소를 부르고, 부족해진 전세 매물이 다시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순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전세 물건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매매로 전환하면서 매매 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까지 빨라지면 보증금뿐 아니라 매달 부담해야 하는 주거비도 함께 커질 수 있다.
ㅡ 2028년 입주 물량 올해보다 42% 감소 전망
앞으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전세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4,953가구에서 2027년 2만3,957가구, 2028년 1만4,563가구로 감소할 전망이다. 2028년 예정 물량은 올해보다 약 42% 적다.
입주 예정 물량은 공사 일정이나 사업 여건에 따라 변동될 수 있지만, 전세 매물이 이미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공급까지 줄면 이사철 수급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대출 규제만으로 수요를 억제하기보다 지역별 전세 매물과 입주 물량,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도심 공급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공공임대와 장기전세 등 실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거 유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서울 외곽 매매·전세 동반 상승은 단순한 ‘가격 따라잡기’를 넘어 주거 사다리의 시작점까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저가 지역마저 빠르게 오를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는 서울 밖으로 밀려나거나 월세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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