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에도 반도체는 왜 더 뜨거워졌나…2분기 572조원 ‘신기록’
옴디아 기준 세계 반도체 매출 4,250억 달러…전분기보다 31.4% 증가 메모리 매출 약 309조원·점유율 54%…처음으로 시장 절반 넘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657조원…전년 대비 7배 수준
[nbn시사경제] 정혜민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속도조절론과 투자 과열 우려에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처음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집계한 올해 2분기 세계 반도체 매출은 4,250억 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572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분기보다 31.4% 증가한 규모이자 옴디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분기 매출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도 7,520억 달러, 약 1,013조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조사기관마다 제품 포함 범위와 집계 방식이 달라 시장 규모에는 차이가 있어 수치를 비교할 때는 조사 기준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 메모리 비중 54%…HBM·서버용 D램이 성장 견인
이번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는 메모리가 있다. 1분기 1,463억 달러였던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2분기 2,295억 달러, 약 309조원으로 늘었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5%에서 54%로 상승하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확대되면서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동시에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생산 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일부 범용 메모리 공급까지 빠듯해졌고, 평균판매가격 상승도 매출 확대에 힘을 보탰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역시 올해 상반기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동기보다 102% 성장했으며, 메모리 부문 성장률은 305%에 달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출하량 증가뿐 아니라 제품 구성 고도화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의미다.
◇ 메모리만의 호황 아니다…비메모리 수요도 확대
성장세는 메모리에만 머물지 않았다.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전분기보다 10% 이상 성장했다. 2002년부터 2025년까지 비메모리 시장의 2분기 평균 성장률이 3%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MPU) 매출도 전분기보다 16% 증가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HBM뿐 아니라 중앙처리장치와 네트워크 반도체, 전력관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글로벌 AI 업계에서 안전성과 막대한 투자비를 이유로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곧바로 반도체 수요 감소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둔화할 수 있어도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절대 투자액과 연산 수요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이익 7배 전망…변수도 살펴야
메모리 시장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약 392조원, SK하이닉스는 약 265조원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합하면 약 657조원이다.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약 90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7배를 웃도는 규모다. 다만 이는 확정 실적이 아닌 시장 전망치로, 메모리 가격과 환율, 생산수율, 고객사의 투자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AI 투자 증가율과 공급 확대 속도다.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설비를 빠르게 늘릴 경우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중국 기업의 기술 추격과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효율성 논란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산업계로서는 단기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에만 기대기보다 HBM과 첨단 패키징, 반도체 장비·소재, 전력·용수 인프라까지 경쟁력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이번 실적 확대가 일시적인 가격 호황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는지가 한국 반도체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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