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논평] 반도체는 달리는데, 일자리는 왜 제자리인가?

취업자 증가 둔화가 묻는 성장의 확산 경로…수출 성과를 채용과 가계소득으로 연결해야 연간 전망 미달 우려 속 청년·내수업종 점검 시급…고용정책 평가도 지속성과 임금 중심으로

2026-10-19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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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n시사경제] 정혜민 기자

경제가 성장한다는 소식과 취업이 어렵다는 현실은 함께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두 흐름의 간격이 오래 벌어진다면 경제정책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반도체 수출이 끌어올린 생산과 소득이 어느 산업으로, 어느 지역으로, 누구의 일자리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취업자 증가세를 둘러싼 우려는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국가통계포털 통계를 인용한 18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1∼9월 취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월평균 약 11만7000명 증가했다. 정부의 연간 전망인 15만명에 도달하려면 남은 석 달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이 월평균 약 24만9000명이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다만 연간 실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6년 만의 최소 증가’는 현재 추세에 따른 가능성으로 다뤄야 한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3%대 성장 기대 역시 전망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성장에 대한 기대와 고용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문제의식은 유효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성장률과 취업자 수를 나란히 제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성장이 채용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따져보는 일이다.

ㅡ 반도체의 성과가 모든 업종의 채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첨단 제조업은 설비와 기술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기존 인력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수출이나 생산이 늘었다고 해서 취업자 수가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성장의 의미를 낮추는 설명이 아니라, 고용 확산을 위한 별도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하반기 전망에서도 반도체·조선의 고용 증가 예상과 다른 주력 업종의 유지·감소 예상이 함께 나타났다. 다만 이 전망은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료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전체 취업자를 집계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와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정책의 초점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이 장비·소재·설계·서비스 협력사의 투자와 채용으로 이어지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 고용 성과가 입증되지는 않는다. 실제 채용 인원과 직무, 근무 지역, 임금 수준까지 확인해야 산업정책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ㅡ 고용의 회복 신호와 취약 지점을 함께 읽어야 한다

최근 지표를 모두 악화로 묶는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9월 고용동향 설명에 따르면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1만3000명 증가했고, 제조업 취업자도 1만6000명 늘었다. 15∼64세 고용률은 70.6%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청년층 고용률은 44.0%로 1.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달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9만7000명, 건설업은 4만8000명 감소했다. 전체 지표의 개선 여부와 별개로, 생활 현장과 맞닿은 업종에서는 고용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구구조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취업자 증가 폭은 노동 수요뿐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인구 규모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증가 인원만으로 고용정책의 성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령별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 구직 기간, 근로시간을 함께 봐야 현실에 가까운 판단이 가능하다.

특히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첫 일자리에 들어갈 기회와 이후의 경력이다. 채용 인원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경력 형성이 가능하다면 의미가 있다. 반대로 단기 취업과 실업을 반복한다면 취업자 수에 잡히는 순간이 늘어도 생활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ㅡ 고용정책의 성적표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고용대책을 평가할 때 예산 집행률이나 사업 참여 인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원 종료 이후에도 고용이 유지되는지, 훈련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지, 취업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개선되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청년 지원은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와 유급 현장경험을 연결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에는 채용 규모뿐 아니라 임금과 근무환경을 개선할 책임도 요구해야 한다. 건설업 등 부진 업종의 노동자에게는 소득 공백을 줄이면서 다른 현장과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실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정 업종의 취업자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술 도입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어떤 직무가 축소되고 어떤 업무가 새로 생기는지 확인해야 재교육과 전직 지원도 정확해진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의 기회다. 그 기회의 가치는 더 많은 사람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때 더욱 커진다.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성장의 성과가 구직자의 채용 기회와 노동자의 생활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가. 고용정책의 설득력은 그 답을 실제 결과로 보여주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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