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조 달러 앞둔 한국, 반도체 중심 성장 오래갈 수 있나?
1~10월 수출 9300억 달러…10월 반도체 비중 49% 비반도체 수출도 증가…가격 효과·AI 투자 지속성 함께 살펴야
[nbn시사경제] 김성욱 기자
한국의 연간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린 결과다. 다만 특정 산업의 실적이 전체 수출을 크게 좌우하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성장의 지속성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수출액은 93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6% 증가했다. 연간 1조 달러까지 남은 금액은 약 700억 달러다. 정부는 최근 수출 흐름을 근거로 11월 중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통관 기준 잠정 실적으로, 연간 확정 실적과는 구분된다.
10월 수출은 1152억80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반도체는 564억4000만 달러로, 전체의 약 49.0%를 차지했다. 해당 월 수출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국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상품 수출대금의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에서 나온 셈이다. 산업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출단가와 물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집중도가 높다고 해서 다른 산업의 수출이 일제히 위축된 것은 아니다. 10월에는 20대 주요 수출품목 중 18개가 증가했고,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도 전년 동월보다 34% 늘었다. 현재 수출 구조는 일부 산업만 성장한다기보다, 반도체의 증가 속도가 다른 품목을 크게 앞서는 모습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문제는 수출금액의 증가를 장기적인 성장 능력 확대로 곧바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출액은 판매 물량뿐 아니라 가격에도 영향을 받는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을 끌어올린 만큼 향후 가격 흐름이 달라지면, 물량이 유지되더라도 수출 증가율은 낮아질 수 있다.
2027년 실적을 판단할 때도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 높아진 수출액이 비교 기준이 되면 내년 증가율에는 부담이 생긴다. 다만 증가율 둔화와 수출액 감소는 다른 현상이다. AI 투자가 지속되고 고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된다면 증가율이 낮아져도 수출 규모 자체는 커질 수 있다. 내년 둔화를 확정적으로 단정하기보다 가격·물량·제품 구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미국 시장에서는 수출 확대의 기회와 통상 불확실성이 맞물린다. 10월 대미 수출은 249억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85.8% 증가했다. 반도체와 컴퓨터, 전기기기 등 AI 관련 품목이 증가를 이끌었다.
분석상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커지면 통상 협상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흑자 규모만으로 추가 관세나 투자 요구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한국산 부품과 장비가 미국 기업의 AI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는 측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수출 1조 달러 이후의 과제는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다른 산업의 성장 기반도 넓히는 데 있다. 수출 성과가 중소기업의 거래 확대와 국내 투자, 고용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다음 평가 기준이다. 총액의 기록과 함께 산업별 수출물량, 시장 집중도, 국내 부가가치를 살펴야 수출 성장의 체력을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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