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소비 기준 바뀌나…‘새 상품’보다 ‘감당할 가격’ 찾는 가계

2분기 소비지출 3.4% 증가했지만 실질 증가율은 0.4% 저가 식당·이월 의류·중고폰에 관심…구매비와 유지비 함께 따져야

2026-11-03     정혜민 기자
사진=nbn시사경제 Chat GPT 이미지 생성

[nbn시사경제] 정혜민 기자

소비 회복을 판단하려면 지출액이 늘었는지와 함께 그 돈으로 얼마나 구매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가격이 오른 만큼 생활비를 더 지출했다면, 가계가 누리는 소비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3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 그러나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4%에 머물렀다. 지출액 증가가 소비 여력의 뚜렷한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이러한 여건에서 저렴한 식당을 검색하고, 신상품 대신 이월 의류나 중고 휴대전화를 비교하는 움직임은 소비자의 대응 방식으로 읽힌다. 필요한 물건을 모두 포기하기보다는 구매 경로와 상품 상태를 바꿔 지출을 조절하는 것이다.

저가 식당 정보를 지도에서 찾아보는 이른바 ‘거지맵’도 같은 맥락이다. 이용자는 주변 식당의 메뉴와 가격을 비교해 식비를 관리할 수 있다. 다만 서비스에 대한 관심만으로 전체 가구의 외식 소비가 얼마나 이동했는지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의류와 휴대전화에서는 상품의 최신성에 지불하던 비용을 줄이는 선택이 가능하다. 방한 기능을 우선하면 지난 시즌 패딩도 대안이 될 수 있고, 통화와 일상적인 앱 사용이 목적이라면 중고 단말기도 비교 대상이 된다. 이는 제시된 소비 사례를 가격과 효용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으로, 품목별 시장 전체의 판매 증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표만으로 경제성을 판단해서도 안 된다. 재고 의류는 보관 상태와 교환 조건, 중고 휴대전화는 배터리 성능과 수리 이력 등에 따라 실제 사용 가치가 달라진다. 처음 지불하는 금액이 낮더라도 추가 수리비가 발생하거나 사용 기간이 짧으면 절감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자동차 역시 구입비와 보유 비용을 함께 살펴야 하는 품목이다. 기아가 공개한 올해 10월 국내 판매 실적에서 레이는 4497대, 모닝은 1495대 판매됐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고가 차량 수요가 경차로 옮겨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차종별 증감률과 신차 출시, 할인 조건, 공급 상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가계의 소비 태도는 평균소비성향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2분기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에 사용한 비율은 69.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이 지표의 하락에는 소득 변화와 가구별 사정이 함께 작용하므로, 모두가 소비를 줄였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저가 상품과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을 모두 불황의 결과로 설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가격 비교의 편리성, 상품 품질에 대한 인식, 재사용을 선호하는 가치관도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물가가 소비를 바꾼 정도를 파악하려면 거래액뿐 아니라 구매 건수와 평균 구매가격, 소득계층별 지출 변화를 나눠 분석해야 한다.

유통업체에는 낮은 가격과 신뢰를 함께 제공하는 과제가 남는다. 할인율을 크게 표시하는 것보다 상품 상태와 보증 범위, 반품 비용을 명확히 안내해야 소비자가 실제 부담을 비교할 수 있다.

소비 회복의 관건은 가계가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는 데만 있지 않다. 필수지출을 감당한 뒤에도 선택할 여유가 생기는지가 중요하다. 실질 구매력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당분간 ‘무엇을 살까’에 앞서 ‘얼마까지 지출할 수 있나’를 따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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