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래 감독의 '영화의 길 인생 담아' 한국의 사랑을 영화로 표현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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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래 감독의 '영화의 길 인생 담아' 한국의 사랑을 영화로 표현한 감독
  • 이성원 기자
  • 승인 2020.09.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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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조정래 인터뷰 (사진출처=nbn시사경제)
영화감독 조정래 인터뷰 (사진출처=nbn시사경제)

 

[nbn시사경제] 이성원 기자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귀향>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우리 정통 소리를 재해석하여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판소리 영화 <소리꾼>을 연출한 감독, 재미있고 즐거운 입담까지 겸비한 조정래 감독을 만나 그의 영화인생을 들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먼저 감독님께서 코로나19가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을 바라본 견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조정래 감독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체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국민들께서도 고군분투하시며 하루하루 살아가시고 전 세계적으로도 큰 고난 속에 있기에 이전에 인류가 겪지 못한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당황하고, 힘들어하는 시기에 문화예술인들과 영화인들 역시 당황해하면서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영화계에 어떤 한 사람으로서, 이 시기를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달으며 그동안 영화를 봐주셨던 관객 여러분들이 얼마나 소중했고, 한국영화계를 위해 일했던 수많은 노력들이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세삼 느끼게되는 시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애써주셨던 모든 선배, 동료들에게 감히 감사하고 정말 힘내시라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귀향>이라는 영화를 제작하시게 된 계기와 이 영화를 촬영하며 느낀 점에 대하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귀향이라는 영화는 2001년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봉사활동을 가게 됐다. 처음으로 할머니들을 뵙을 때 당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여러 가지 의식이라던가 앎이 없는 상태에서 할머니들을 만나 뵙고 충격이 컸습니다. 할머니들께 감히 위로를 들이겠다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했지만 되려 할머니들께 위로받고, 삶을 새롭게 꾸미게 되는 인생의 전환기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할머니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영화를 전공했던 것과 전통 예술에서 판소리 고수, 악사로서 활동하고 있던 음악 활동, 이 두 가지를 통해 할머니들께 작은 위안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계속해서 할머니들께 봉사를 하며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귀향이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위안부에 대한 지식과 커리어가 부족한 상태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거 자체가 사실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 큰 충격과 고통을 겪고, 돌아가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고 반드시 영화를 제작하여 이를 통해서나마 고향으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꼭 영화를 해내야겠다라는 사명감이 생겨 14년 만에 국민들의 힘으로, 기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귀향>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기적과도 같았고, 그 자체가 고통이였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난 후 전 세계를 돌며 "다시는 이 땅과 전 세계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 "전쟁의 고통과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다시는 전쟁을 통해 인권이 파괴되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의 메세지를 전했습니다.

▷<귀향>을 만드신 후 아쉬우셨던 점이 있으셨나요?

▶지금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여전히 일본이 이런 할머니들께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과거사는 예전에 다 해결했다는 자세를 취하며 전시에 일본의 전범들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만행을 여전히 저지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그러한 행동들을 보면 너무나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부디 일본의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 공식 배상, 야스쿠니 신사 참배하는 일들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통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영화 <소리꾼>에 대한 진정한 메세지는 무엇인가요?

▶영화 소리꾼은 가족의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너무나 소중한 부분이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 가족 구성원들과의 대화,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바쁜 생활 속에 매몰되어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가족, 친한 친구들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소통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영화 <소리꾼>을 통해 가장 가까이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같이 공유하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더 나아가서 남과 북으로 갈라져있는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다시는 이 땅에 전쟁과 외세의 침입이 없는 튼튼한 나라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영화 소리꾼을 만들었습니다.

▷<소리꾼>에서 가장 애착 가는 장면은 어느 부분이신가요?

▶영화 소리꾼에서 가장 애착 가는 장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눈이 멀게 된 심청이가 길을 떠나는 과정에서 만나는 인연들이 모두의 자식이라 상징할 수 있는 심청이를 공동육아하는 그런 모습들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 있습니다. 우리 한반도의 민요가 다 나오는 몽타주씬인데,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한편의 아름다운 음악극을 보는 듯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가장 애착이 가며 주제와도 가장 잘 맞닿아 있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감독의 시작 시점과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교 2학년 때 영화 '서편제'를 보고 영화도 하게 되고 전통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게 취미가 되고 업이 되면서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 졸업 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 봉사활동의 인연으로 영화 <귀향>도 만들어졌습니다. '서편제'라는 영화가 제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됐고, 영화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장르인지 알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서편제를 내 영화 인생에 시작지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영화 촬영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영화 소리꾼을 많은 분들이 보시지 못했지만, 지금도 상영회가 이어지고 있고, 스페인, 아랍에미리트, 일본 등 해외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많이 초청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에는 해외 영화 상영도 계획하며, 국내에 있는 상영회와 해외에 있는 영화제를 통해 영화 소리꾼이 마치 귀향이란 영화처럼 세계에 알려가는 작업들을 할 것입니다.

▷소리꾼 이후 연출하고 싶은 장르는 무엇인가요?

▶일본 훗카이도에 끌려갔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강제 노동 피해자분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나눈 훗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 왜냐하면 훗카이도에 귀향 상영회를 했을 때 어떤 일본인 교수와 종교인들께서 일본의 아이누족이 있었고 그 아이누족이 강제 징용 피해자들과 함께 연대해서 서로를 보듬어가며 위로하고, 그럼에도 엄혹한 시기에 죽임을 당해야 했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분들께 약속했던 것은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 이야기를 꼭 글로 쓰겠습니다"라는 약속을 했습니다. 영화, 드라마, 대본 셋 중 어떻게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꼭 당시의 아이누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고 평화만이 우리의 갈 길이고 모두가 연대해야지만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습니다.

▷함께 작업하고 싶으신 배우가 있으신가요?

▶기라성 같은 많은 배우들이 계시고 지금까지도 너무나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작업을 함께할 수 있다면 이전에 함께했던 두레소리와 영화 귀향, 소리꾼 배우들과 다시 한번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저에 대해서 많이 인내해 주시고 이해해 주신 배우들을 모시고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을지 알 수 없지만 그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영화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큰 영광은 없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감명 깊게 보신 영화는 무엇이며, 가장 애착 가는 영화 작품은 무엇인가요?

▶앞서 서편제도 있지만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은 2004년도에 만들어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라는 영화입니다. 단순히 종교적 예수님의 삶을 넘어서서 우리가 가야 될 길은 무엇이며 왜 내가 태어났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것들이 예수라는 한 인물을 통해 겪는 고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통스러운 삶과 고난 속에 살고 있기에 그런 것들을 투영해서 보신다면 이 작품이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은 1952년도 상영된 '싱잉 인 더 레인'입니다. 한 사람의 성공 스토리를 다루면서도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사랑이라는 가치가 결국은 인생사에 가장 큰 가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꽤 오래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영화감독으로서 중요한 가치관과 필요한 요건, 영화·드라마 감독을 준비하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본인의 작품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이 기술적 부분이 많이 중요하지 않냐고 말하지만. 기술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내고 지금 현재 과거 미래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고 ,살고 있고, 갈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영화, 드라마 감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린다면 대본을 직접 써보는 걸 권유합니다. 작품 속에서 자기의 분명한 생각을 말하고, 소통을 통해서 공감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대한 문제인 거 같습니다. 즉 내가 가지고 있는 현재를 바라보는 분명한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때로는 논쟁이 될 수도 있고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본인의 분명한 생각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소통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남들한테 위선적으로 비칠 수도 겉돌 수도 있지 않을까, 작품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크리에이터로서 남는 게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팬들과 영화계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케이팝, 케이컬쳐 등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한국에 대한 문화에 대해 알아가고 굉장히 많은 교류를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깊이, 가치관, 한국 문화 콘텐츠 자체가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것들과 맞닿아있어 세계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자긍심을 팬분들께서 가지고 있으시면 좋겠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영화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계속 응원해 주시고 비판해 주신다면 영화인들도 힘을 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코로나라는 것이 반듯이 해결될 것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고난의 시기를 잘 이겨내시고 한국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전 세계 팬들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주실 감히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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