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MBTI 알게되면 동질감 느끼거나 이해도 높아져 소통에 도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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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MBTI 알게되면 동질감 느끼거나 이해도 높아져 소통에 도움 되죠"
  • 김지훈 기자
  • 승인 2022.02.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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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마인드 상담센터 김완수 대표
"MBTI는 성격 유형을 나눈 것이지 사람 나눈 것 아냐"

[nbn시사경제] 김지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MBTI 성격유형검사. 잠깐의 유행으로 지나갈 줄 알았지만, 여전히 인기다. 이제 MZ세대에게 "안녕하세요" 다음 말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라는 질문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말이 됐다.

누구보다 자신을 파악하고, 정의하고 싶어하는 MZ세대에게 MBTI는 더없이 좋은 도구이자, 수단이다. 하지만 MBTI가 유행하는 정도에 비해, MBTI의 겉표면만 보고 열광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풍조는 자연스레 MBTI와 관련된 편견을 만든다. 체인지마인드상담센터 김완수 대표를 만나 MBTI현상을 짚어봤다. 

체인지마인드상담센터 김완수 대표.(사진=김지훈기자)
체인지마인드상담센터 김완수 대표.(사진=김지훈기자)

먼저 체인지마인드 상담센터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체인지마인드 상담센터는 긍정심리를 바탕으로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찾아준다.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원을 찾아주고, 회복하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 나중에는 셀프 상담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상담센터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주요 고객은 청소년, 성인, 커플, 부부, 가족 등 다양하다. 개인의 경우 자기애 문제나 불안, 두려움, 대인관계 문제로 많이 온다. 커플의 경우에는 갈등을 해결하고자 오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통해 '옛날처럼 하고 있구나'가 아니라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존재구나'를 깨닫게 하는게 목표다.

MBTI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MBTI를 구성하는 4가지 선호 지표.(사진=한국MBTI연구소)
MBTI를 구성하는 4가지 선호 지표.(사진=한국MBTI연구소)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개발자인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의 성에서 따왔다.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는 칼 융의 심리유형론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총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눠 정리했다. MBTI는 개인의 타고난 심리 경향을 ▲에너지의 방향이 어느 쪽인가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인식한 정보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어떤 패턴의 삶을 선호하는가의 4가지 선호 지표에 따라 분류한다. MBTI를 이해할 때, 이 4가지 선호 지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

MBTI와 관련해 주의할 점은, MBTI는 혈액형 검사와 다르다는 것이다. MBTI는 철저히 연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고 통계적인 측면도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 검사는 MBTI가 아니다. 정식 검사는 돈을 내고 하게 돼있다.

MBTI가 2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단순 검사만이 유행이었던 반면 지금은 MBTI에서 파생된 다양한 밈(meme)들과 테스트들이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MBTI가 형태를 바꿔가며 유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결혼정보회사 '노블레스 수현'이 실시한 MBTI별 이상형 추천 서비스. (출처=노블레스 수현 홈페이지)
결혼정보회사 '노블레스 수현'이 실시한 MBTI별 이상형 추천 서비스. (출처=노블레스 수현 홈페이지)

MBTI의 매력은 선호 지표에 따라 반대 성격을 구분지어 준다는 것이다. 사람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더 가까워지려 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반면 나와 다른 부분을 알게 되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 저 사람이 외향적이라서 저렇게 행동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밑거름이 된다. 

MBTI가 유행하게 된 데는 연예인이 MBTI에 관심을 가진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에 나와서 MBTI를 하지 않았느냐. 팬들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와 비슷한 성격인지 다른 성격인지 궁금해 한다. 만약 비슷하다면 연예인과의 심적 거리를 더 좁히고, 다르다면 다른 부분은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게 MBTI에 친숙해지고, 점차 친구, 또래, 가족, 새롭게 만나는 대상에게 MBTI를 적용시키게 된다. 요즘 소개팅 나가면 MBTI가 뭔지 꼭 묻는다고 들었다. MBTI가 상대를 이해하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도구로 쓰이게 된 것이다. 빠르게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행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 MBTI가 점점 녹아들고 다른 형태로도 나타난다. 기업들도 MBT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을 위한 도구로 MBTI를 사용한다. MBTI가 기업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MBTI를 둘러싼 입장이 두 가지로 나뉜다. 'MBTI는 과학이다, 정확하다'는 입장과, 'MBTI는 재미로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MBTI가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우선 과학이라고 했는데, 과학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과학은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고 ▲반복돼야 한다. 나만 경험하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경험해야 한다. MBTI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과학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MBTI에 대해 연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신뢰성이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MBTI가 정확하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오차범위가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말 그대로 16가지의 유형이고, 이 유형으로 모든 사람을 설명할 수는 없다. MBTI는 사람을 나눈게 아니고 성격 유형을 나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이 지원서에 MBTI를 기재하게 하고, 특정 MBTI를 우대하거나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동의하고 반은 반대한다. 영업직에는 외향적인 사람이 어울리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효율성을 위해 특정 MBTI를 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로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내담자의 성향은 철학자와 가까운데 영업을 하겠다고 했다. 진로에서는 성격 뿐만 아니라 적성과 흥미가 맞아야 한다. 흥미는 있는데 성격상 안 맞으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이미 지원자격이 없다고 봄으로 인해 불평등이 일어나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MBTI 4가지 선호지표 중 가장 차이를 보이는 요소는?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 중 '에너지 방향'에 대한 설명.(출처=한국MBTI연구소)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 중 '에너지 방향'에 대한 설명.(출처=한국MBTI연구소)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 중 '정보 인식'에 대한 설명.(출처=한국MBTI연구소)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 중 '정보 인식'에 대한 설명.(출처=한국MBTI연구소)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 중 '정보 판단'에 대한 설명.(출처=한국MBTI연구소)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 중 '정보 판단'에 대한 설명.(출처=한국MBTI연구소)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 중 '생활 양식'에 대한 설명.(출처=한국MBTI연구소)
MBTI의 4가지 선호 지표 중 '생활 양식'에 대한 설명.(출처=한국MBTI연구소)

차이보다는 갈등의 요소라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다.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S와 N이 가장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T와 F는 결과적인 부분이지만, S와 N은 아예 대화 자체가 안 통한다. S 유형의 사람은 감각적이고 경험과 현재를 중시하며, 이익 중심, 결과 중심, 구체적인 걸 요구한다. N 유형은 미래 중심이고, 포괄적이며, 애매모호한 면이 있고, 전체를 기준으로 상황을 파악한다.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 전에, 현상을 보는 관점 자체가 반대인 것이다. 또 N은 내가 알면 남들도 알 거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뛰어넘어 얘기한다. 이 과정에서 S는 N이 다 얘기해주지 않고 일부만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서운해 한다.

MBTI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첫 번째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면 평소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평소에는 E가 나오던 사람이 힘들 때는 I가 나오기도 한다. 검사는 건강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부모의 양육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원래는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이 계획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J 성향이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 예시다. 

세 번째로, 큰 피해를 봤을 때 바뀌는 경우도 있다. 원래 P였던 사람이 크게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보면 그 이후에 J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 특정 성향이 드러났다가 안 드러났다가 할 수 있다.

심리학자 칼 융이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40대 전까지는 원래 자신이 갖고 태어난 성격의 방향으로 행동하는 편이지만, 40대 이후에는 잘 쓰지 않았던 성향을 표현하고 나타내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님의 MBTI는 무엇인가.

검사를 해서 나온 결과는 ESFJ(사교적인 외교관)이지만 실제로는 ESTP(모험을 즐기는 사업가)라고 생각한다. F와 J는 학습되고 키워진 부분이 있다. 어머니께서 J셔서... 이래서 검사를 믿으면 안 된다. (웃음)

MBTI 전문가신데, 어떤 과정을 거쳐야 전문가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MBTI연구소에서 하는 강의를 들어야 한다. 강의를 듣고 나서 과제를 제출해야 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 단계를 밟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예전에는 심리학 전공자만 가능했는데 지금은 일반 기업에 있는 인사담당자도 가능하다.

향후 다른 유형의 검사가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에니어그램 9가지 유형.(출처=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에니어그램 9가지 유형.(출처=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에니어그램(Enneagram)이라는 검사가 있다. MBTI를 보완해주는 유형의 검사다. MBTI는 극단을 얘기하는 반면 에니어그램은 그렇지 않다. 내가 행동형인지 사고형인지를 MBTI는 말해주지 않지만 에니어그램은 알려준다. MBTI를 검사한 분들이 에니어그램까지 함으로써 통합적인 성향을 알 수 있다. MBTI에서는 T형인데, 에니어그램은 감정형이 나타난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두 검사를 종합해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예전보다 우울한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고, 진로 관련 문제로도 오신다. 가족 갈등도 많아졌는데, 원래 아침에 회사를 갔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분들이 집에 계속 있으니 상대방의 못 봤던 부분을 보게 됨으로써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상담 사례 중에 기억에 남는 사례들을 소개한다면.

다이어트 때문에 생리 현상이 멈췄는데 심리상담을 통해 회복이 된 경우가 있다. 그 당시 내담자의 몸은 회복이 됐는데도 생리를 계속 하지 못했다. 마음의 문제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상담을 통해 마음까지 회복이 되니까  다시 생리를 하게 됐다.

또 임신이 안 되던 사람이 심리가 괜찮아져서 임신을 한 경우도 있다. 내담자는 가족갈등으로 인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심리가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상담을 통해 개선이 돼서 임신을 하게 됐다.

자살을 결심하던 사람이 상담을 통해 나아져서 직업도 갖게 되고 연애도 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부부였는데 MBTI가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다. 10년을 사귀고 5년의 결혼생활을 했는데도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었다. MBTI 검사를 통해 유형을 해석해주고 이 사람이 이런 욕구가 있다고 하니까 서로 상대방이 이런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면서 왜 그때 그런 행동과 말을 했는지 알겠다고 했다.

심리적인 문제로 힘들지만 상담센터를 찾기 꺼려하는 분들께 한마디.

'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이해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가는 곳이 상담센터이지,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가는게 아니다. 커플같은 경우에도, '네가 문제냐 내가 문제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관계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건 객관적, 전문적인 입장에서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또 심리상담센터와 정신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 정신과를 많이 찾는다. 약을 먹으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간다. 그렇지만 이건 약에 의존하는 것이다. 약을 몇년 먹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마음을 다루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약은 몸을 해결하는 치료 수단이고, 상담은 마음을 다루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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