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혁명] 영양제 : 왜 병원에선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처방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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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혁명] 영양제 : 왜 병원에선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처방 않을까
  •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 승인 2023.12.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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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경 기능의학전문의
조한경 기능의학전문의

[nbn시사경제]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비타민이나 미네랄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보약 같다는 것이다.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약리작용은 없지만 꾸준히 먹다 보면 몸에 좋겠지…… 하는 정도의 시각이다. 건강보조제와 영양제는 식품으로 분류되고, 음식은 약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도 음식이고, 병을 일으키는 것도 음식이며, 병을 고치는 것도 오로지 음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효능은 때론 막강하다. 예를 들어 마그네슘은 응급실에서 사용한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고 혈압이 높은 환자에게 마그네슘을 주사하면 혈압과 박동이 정상화된다. 응급약인 것이다. 비타민 C 고용량 요법은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72시간 이내에 죽이는 효과가 있다. 의약품 중에도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바이러스제는 많지 않다. 오메가3의 경우 시중에 나와 있는 그 어떤 약물보다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이는 미국 FDA와 법정 다툼에서 승소하며 공인받은 사실이다. 비타민 B3 나이아신은 때론 관절염 환자에게 진통제보다 더 효과가 좋다. 또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스타틴 약물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나이아신은 LDL을 낮추고 HDL은 높이며 지질단백질 A를 낮추는 효과가 탁월하다. 식사와 함께 500mg씩 복용하면 스타틴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맹목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만 떨어뜨리는 게 별 의미는 없지만, 아무튼 원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스타틴에 비해 부작용은 훨씬 덜하다. 대부분의 약은 효과도 빠르지만 부작용 역시 빠르고 만만치 않은 데 비해, 자연 물질들은 효과가 빠른 것들도 부작용은 훨씬 적다.

그렇다면 왜 병원에선 나이아신을 사용하지 않고 스타틴 약물만을 고집할까? 스타틴 대신 훨씬 안전한 나이아신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던 클리브랜드 의대 심장 내과 전문의 스티븐 니신(Steven Nissen) 박사는 의학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출처=프리픽)
(출처=프리픽)

이유는 간단하며, 오직 하나다. 제약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비타민이나 미네랄과 같은 영양보조제를 총칭하는 자연 약물(Natural medicine)은 제약 회사의 의약품(Pharmaceutical medicine)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었다. 예를 들어 코엔자임Q10, 폴리코사놀, L‐카르니틴, R‐라이보스, 아르기닌과 같은 성분들은 강력한 치료 효과가 있는 자연 물질들이다. 그런데 합성된 약물이 아닌 자연 물질이기 때문에 특허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물질은 일단 다국적 제약 회사들로부터 외면당한다.

실제로 코엔자임Q10 합성에 최초로 성공하고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미국의 제약 회사 머크였다. 하지만 코엔자임Q10은 자연 물질이기 때문에 특허가 불가능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한 발견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놀랍게도 머크는 코엔자임Q10 합성 기술을 일본 제약 회사에 팔아넘겼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비즈니스 모델과 맞지 않으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아서, 혹은 연구가 불충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특허가 불가능해서 제약 회사가 원하는 이윤 폭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외면당하는 것이다. 즉 제약 회사가 추구하는 사업 모델과는 안 맞는 것이다.
실제 처방약들의 이윤은 어마어마하다. 공황장애 불안증 치료제 자낙스(Xanax)의 이윤은 5600배에 달한다. 1mg 100정이 들어 있는 한 병의 가격은 약 180달러 정도. 이 중 유효 성분의 원가는 2.4센트에 불과하다. 한 알이 아니라 100정 모두를 만드는 원가가 2.4센트다. 코엔자임Q10과 비교하면, 코엔자임Q10의 100개들이 한 병 가격은 40달러에 달한다. 물론 원가도 훨씬 비싸다. 아예 비교 대상이 되질 못한다.

이러한 폭리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려면 ‘특허’받은 치료약이어야만 한다. 제약 회사의 ‘의약품’이어야만 가능하다. 이를 지노바이오틱(xenobiotic)이라고 한다. 지노바이오틱은 생명체나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 그래서 특허가 가능한 신합성 물질을 의미한다. 토끼나 사과를 특허 낼 수 없는 것처럼.

그런 까닭에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은 콜레스테롤 저하제든 혈압약이든 당뇨약이든 전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합성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모두 특허받은 약물들이다. 도대체 왜 비슷비슷한 콜레스테롤 치료제들이 대여섯 가지나 있어야 하는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개인적 견해로는 하나도 없어도 된다. 그런 약들이 존재하고 병원에서 오직 그 약물만 처방하는 이유는 제약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다. 제약 회사는 정치적인 힘도 강하고, 돈도 너무 많아서 자사의 특허약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연 물질들을 음해하고 제거하려는 시도를 한다. 괜한 음모론이 아니라 경쟁 대상을 제거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당연한 생리다. 치열한 사업 현장일 뿐이다.

미국 의회에 가장 큰 로비 세력이 제약 회사다. 군수 무기나 오일 산업이 아니라, 화학 산업이 주도하는 식품과 제약업계가 가장 큰 로비 세력이다. 왜 미국의 의료비만 말도 안 되게 비쌀까? 응급실 한 번 갔다 오면 몇천 달러, 입원이라도 했다 하면 몇만 달러씩 병원비가 나오는 게 정상인가? ‘원래 그런 건가 보다’ 여기면서 그냥 살고 있는 어리석은 미국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로비를 통해 다 그렇게 만들어놓은 거다. 미국의 상하원 의원 1인당 제약 회사 로비스트가 2.5명씩 있다. 이권 세력이 의료보험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의료수가와 약값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전 세계에서 처방약의 TV 광고를 허용하는 국가는 미국과 뉴질랜드뿐이다. 강력한 로비의 결과다. 제약 회사들은 왜 막대한 돈을 들이며 처방약들의 TV 광고를 하는 걸까? 정작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만 상대로 광고를 하면 훨씬 비용이 덜 들 텐데. 환자들이 TV 광고를 보고 의사를 찾아가 그 약을 처방해달라길 바라고 그러는 걸까? 아니다. 그냥 돈으로 언론을 통제하는 거다. TV 매체의 가장 큰 광고주 역시 제약 회사다. 자동차나 맥주 회사가 아니다. 말 안 들으면 광고를 뺄 수 있다. 돈으로 위협하니까, 아무거나 함부로 탐사 보도도 못하고, 정말 중요한 정보도 뉴스 전파를 못 탄다.

2015년에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 홍역 백신이 흑인 아동들에게서 자폐증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15년간 은폐해오다가, 수석 연구원의 내부 고발로 세상에 공개되었지만 주류 언론에선 대서특필하지 않았다. 그깟 메르스(MERS)나 신종 플루로 몇 명 사망하는 것이 과연 뉴스에서 떠들 일일까? 물론 피해자들 입장에선 단 한 명의 목숨도 안타깝지만, 당뇨로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당뇨약 부작용으로 수천 명이 간암과 방광암에 걸려 집단소송이 한창인데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는다. 중요한 뉴스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뉴스만 전파를 탄다.

제약 회사는 그렇다 치고 의사들은 왜 약만 고집할까?

의사들을 교육하는 게 제약 회사다. 물론 의대 교육과정을 통해 수련하지만, 의대를 후원하는 것은 제약 회사다. 의대 교수를 찾아가 새로운 최신 약물에 대해 홍보하면 교수들은 그것을 수련의들에게 가르친다. 저명한 대학교수들은 ‘키 오피니언 리더’로 제약 회사에서 특별 관리를 하며 연구 논문 발표와 심포지엄을 통해 충분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제약 회사 주도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고서는 고가의 의료 장비로 가득 찬, 화려한 대학병원을 설립하고 유지할 수 없다. 현재의 암 산업이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대학병원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현대 의학은 대증요법으로 대표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자면, ‘제약 회사의 화학 약물을 사용해 증상을 치료하겠다고 하는 대증요법’으로 수많은 의학 중 한 가지 패러다임에 불과하다. 다만 20세기를 지나면서 자본의 힘을 등에 업은 제약 회사 주도의 의학 모델이 헤게모니를 잡았을 뿐이다. 의과대학 수련 과정 10년 중 영양학에 대해서는 몇 시간을 배울까? 보통 한 시간, 많으면 두 시간, 심하면 0시간에 불과하다. 의대에서는 의약품의 용량, 투여 방법, 독성학, 효능, 부작용, 대처법 등을 배우지 자연 물질이나 비타민, 미네랄의 약리작용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전혀 없다. 배움의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왠지 마음이 안 간다. 뜻있는 의사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따로 공부해야만 한다. 보통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저 배운 대로만 의술을 행한다. 환자가 혈압이 높다고 하면 당장 혈압약을 처방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상황을 응급 상황으로 보고 대증요법을 적용한다. 혈압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부작용이 생기면 부작용에 대한 약이나 처치 방법이 또 있으니 문제없다는 식이다.

당황스럽게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비타민이나 미네랄 영양제에 대해 누구와 상담하겠느냐고 물으면 90%가 의사를 지목한다. 90%의 환자들이 비타민에 대해 한 시간도 교육받지 않은 의사들에게 상담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의사에게 비타민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의사에게 한약에 대해 물어보는 것만큼이나 어색한 일이다. 그나마 솔직한 의사들은 ‘잘 모른다’고 답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비타민이나 미네랄에 대해 쓸데없다거나 먹지 말라고 조언한다. 잘 모르는 분야인데도 불구하고 당당한 태도를 내려놓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최근까지도 당뇨 환자에게 설탕을 대신해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권하거나, 수술 후 암 환자에게 아무거나 상관없이 골고루 먹으라고 하면서도 ○○버섯을 먹어도 되느냐는 환자의 질문에는 항암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먹지 말라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은 의사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아예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의 복용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의사 몰래 먹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환자들의 60%가 의사에게 말을 안 하고 건강보조제를 먹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문제는 어떤 비타민들은 처방약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이다.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손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다.

Drjoshuacho@alumni.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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