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 56명 뒷돈 받고 모의고사 문제 제공... 2023 수능 영어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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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 56명 뒷돈 받고 모의고사 문제 제공... 2023 수능 영어 포함
  • 강지원 기자
  • 승인 2024.03.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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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뉴스 캡쳐)
(사진=SBS뉴스 캡쳐)

[nbn시사경제] 강지원 기자

사교육 업체와 유착한 현직 교사들이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이 사실로 드러난 한편 2023학년도 수능 영어 문제도 포함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교원 및 학원 관계자 등 56명에게서 혐의가 발견됐고 이에 감사원은 2월 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 수·증재 등의 혐의를 받는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의 관련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교재에 수록된 지문과 똑같다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23번 문항은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3점짜리 문항으로, 그 해 3월 베스트셀러에 오른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TMI)'의 79페이지에서 발췌됐다.

감사원이 파악한 경위에 따르면 2023년 1월 출간될 예정인 EBS 수능 연계 교재에 한 고교 교사가 2022년 3월 'Too Much Information'(TMI)라는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이 수록돼 있었다.

대학교수 A씨는 2022년 8월경 해당 EBS 교재 감수에 참여하며 TMI 지문을 알게 됐고, 이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활동하며 해당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능 23번 문항으로 출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업부 부당 처리도 드러났다.

평가원 영어팀이 수능 문항 확정하기 전 사설 모의고사와의 중복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해당 문항이 수능에 출제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복 출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빗발치며 215건에 달했음에도 평가원 담당자들이 공모해 이를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축소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수능 출제 또는 EBS 수능 연계교재 집필에 참여한 다수 교사가 사교육 업체와 문항을 거래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교원과 사교육 업체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능이나 모의고사 출제 경력, EBS 수능 연계 집필 경력이 있는 교원이 출제 합숙 중에 알게 된 교사들을 포섭해 문항 공급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교사들은 수능 경향을 반영한 모의고사 문항 2천여 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공급하고 거액의 금품을 제공받았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pinkkang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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