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 변화가 방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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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 변화가 방향이죠
  • 탁계석 칼럼리스트
  • 승인 2020.04.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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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희 작곡 TV’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 알려야죠
탁계석 예술비평가회 회장 (사진=nbn시사경제)
탁계석 예술비평가회 회장 (사진=nbn시사경제)

 

[nbn시사경제] 탁계석 칼럼리스트 =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가 영상화에 진입했다. 방역(防疫)에서 놀란 세계가 한국의 온라인 수업 시스템에 화들짝 다시 놀랬다. 영상마인드가 부족했던 공연과 예술계 역시 극장들의 무대가 닫히면서 일제히 라이브 콘서트로 감상하면서 새로운 문화 정착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한걸음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인 임준희 교수가 처음으로 ‘임준희 작곡 TV’를 개설했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이 만났다.

탁계석 회장: 대학들이 정신없이 분주한데요. 비대면 수업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느라, 교수들도 그렇고 학생들도 혼란인 것 같습니다.

임준희 작곡가: 아무래도 처음하는 것이다 보니 시스템을 처음 알게 되면서 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교적 젊은 선생들과 학생들은 빠른데, 세대차가 여기서도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도 줌(Zoom)을 깔아 화상회의도 하고, K-ART’S 방송을 통해 라이브 콘서트를 내보내는 등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라 무척 바쁩니다.

탁: 학교도 그렇지만 상반기 개인 공연들도 거의 취소가 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임: 저의 경우 3월에 굿모닝 독도에서 ‘독도의 노래’가 발표되었고 이후 국립오페라단 등 여러 공연들이 일부 연기되고는 있지만 운좋게 거의 살아나 공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국립극장 70주년 프로젝트로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 갈라 콘서트와 전북도립관현악단에서 안중근 의사를 다룬 판소리 기법의 작품 ‘코레아 우라’ 등 하반기 일정도 있습니다.

 

탁: 이번 코로나 여파로 한국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우리 것의 자신감과 경쟁력도 한층 살아 날 것이란 기대입니다. 그간 작업의 기조(基調) 정신이 뭡니까?

임: 작곡이란 작곡가의 생각(얼 또는 혼)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써 오늘의 시대 청중들에게 뭔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야 하고 거기에 미적(美的)인 충족감과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그 소통의 어법(語法)이 우리가 배워 온 서양의 발달된 표현 기술과 우리 전통이 갖고 있는 정신의 멋을 잘 녹여서 만든다면 청중뿐만 아니라 세계인들과 호흡을 나누는 독창적인 것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 어법의 치열함에 연구하고 도전하는 것이죠.

탁: 해외 무대에서의 우리 것에 반응이 뜨거운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임: 그렇지요. 2011년 소니 뮤직에서 개인 작품집 <댄싱산조>음반을 발매하였는데, 국내 현대 작곡가의 작품이 메이저 음반사에서 발매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후에 이 음반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아 2013년 5월 31일 비엔나에서 열리는 국제 클래식 음악 마켓인 클래시컬 넥스트에서 100여 단체 중 8개 단체 안에 선정되어 쇼 케이스 공연을 하였고 많은 외국 음악관계자들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한류 열풍과 그동안 고급문화에 대한 콘텐츠 계발 특히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잠재된 우수성을 외면해 왔다는 반성과 함께 음악 저변의 발전을 위해 음반을 낸 것인데, 다양한 작품의 변주가 이어지고 있어 기쁩니다.
댄싱산조에서 보였듯이 전통음악은 전통음악대로의 여백, 농현 등을 통한 음들의 즉흥성, 자유로움 등의 특징을 살리면서 바이올린, 피아노의 익숙한 매체들과의 결합이 신선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탁: 이같은 작업들은 침체되고 있는 클래식 시장에 활력과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일이라고 봅니다. 저의 K-Classic 대표작곡가이시면서 한예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좋은 방향이어서 미래를 여는 희망이라고 봅니다. 오페라에서도 반향이 있었지요?

임: 국립오페라단 위촉으로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된 오페라 <천생연분>은 이후 한국, 일본, 북경 등에서 연이어 공연되면서 “한국 음악적인 요소와 유럽 음악적인 요소의 이상적인 결합”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오페라는 음악, 문학, 무용, 미술 등의 모든 장르가 결합된 총체적 예술로써 한국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들도 여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어려운 때 일수록 수준 높은 차별성이 경쟁력을 갖는 것이니까요.

탁: 작곡가의 특징적 어법이 혼불이란 작품에서 잘 녹아 있는데요.

임: 혼불은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을 바탕으로 하여 한 권마다 특징적이고 인상적인 이미지를 소재로 하여 전통 악기를 위한 협주곡 시리즈로 작곡하여 혼불 5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2002년에 작곡 초연된 <혼불 1-백초를 다심어도>는 정가와 가야금과 국악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라고 한다면 2013년 3월 최근에 초연된 <혼불 5-시김>은 해금 협주곡으로 작곡되어서 어느 정도 작품적으로 브랜드화 되었다고 생각되었죠. 특히 이중 <혼불 1>은 2012년 서양 오케스트라로 편곡되어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지에서 공연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통 연주자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활로가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얻었습니다.

탁: 또 하나의 명작이 칸타타 ‘어부사시사’인데요.

임: 이 작품으로 2011년 대한민국 작곡상 최우수상을 받았죠. 국악칸타타 <어부사시사>는 2010년 국립국악관현악단 황병기 예술감독의 위촉으로 약 2년여에 걸쳐 작곡된 것으로 조선 시조 문학의 최대 걸작 중의 하나인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40수의 시 중에서 18수를 발췌하여 춘,하, 추, 동 4부작 약 1시간 30분의 칸타타 형식으로 작곡된 작품입니다. 초연 시에 120여명의 연주자들이 참여한 대규모 공연으로 윤선도의 높은 시적 미학을 음악 언어로 조화롭게 표현하고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통하여 청중들에게 우리문학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선사하고자 노력한 작품으로 국악 관현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죠.

 

탁: 우리 음악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특히 가야금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고요.

임: 가야의 가실왕이 만들었다는 전통악기 가야금은 명주실이 오동나무를 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 잖아요. 우리나라 사람조차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서양인들은 가야금을 옛날의 고(古)악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매력 있는 악기로 보더라고요. 서양음악의 최전선 학자들과 음반 관계자들이 하나의 음악장르로서 굉장히 미래 지향적인 악기이며 방향이라고 극찬했지요. 우리가 잊고 있는 매력을 발견한 것 같아요. 바이올린은 한 음정에 가장 정확한 소리를 내는 데 반해, 가야금은 왼손으로 줄을 짚어 다양한 음의 변화를 주는‘농현(弄絃)’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선과 리듬, 한음 한음이 살아 있는 느낌을 주는데, 그런 게 굉장히 매혹적이라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전 세계에 이런 악기가 있을까 할 정도로 놀라워하더라고요.

탁: 우리의 전통이 글로벌 시장이 열리면서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망을 어떻게 보세요.

임: 네, 그렇습니다. 자기 고장에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흔한 것이고 익숙해 무관심한 것이 지나쳐 소외되는 면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생활 속에 침투해 있어요. 사극을 봐도 전통 멜로디가 곳곳에 숨어 있어요. 해금, 가야금 선율을 들을 수 있죠. 음악 인구에서 국악이 반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요새는 바이올린보다 가야금을 배우는 아이들도 많고요. 국악이 점점 생활속으로 들어가면서, 사극처럼 대중이 좋아하는 접점을 찾을 거예요. 앞으로 점차 양악, 국악의 이분법은 사라질 겁니다.

탁: K-Classic 본격화를 위해서 현장과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요.

임: 국악과 양악의 조화를 꾀하는 시도도 있지만, 아직은 학교 교육부터 공연 현장까지 철저히 분리돼 있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국악은 국립국악원에서 하고, 서양음악은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식이죠. 그렇다고 청중까지 나눠진다면 자연스럽지 않죠. 비유하자면 서양교육 받고 자라면서 한식도 먹고 한복도 입는 게 우리의 모습이죠. 그러니 음악도 국악과 양악이 하나로 조화돼서 존재하는게 맞는 것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서로의 입장만 지킬 것이 아니라 창작을 통해 새로운 것과 전통이 조화롭게 상생해야 합니다. 몇 해 전 예술의전당에서‘ 칸타타 송 오브 아리랑’ 공연을 할 때 안숙선 명창께서도 너무 좋아하셨거든요. 진도아리랑을 합창과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니 좋았고 청중 반응도 무척 흥겨웠으니까요.

탁: 국악과 양악은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요.

임: 국악과 양악이 기계적으로 섞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겠죠. 소재만 차용해서 비슷하게 하는 것은 실패합니다. 가야금을 모르면서 이게 가야금이겠거니 하고 쓰는 것은 안되죠. 판소리면 판소리, 가야금이면 가야금, 깊숙하게 들어가야 합니다. 퓨전이라 해서 국악과 양악의 결합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죠. 혼합이 아니라 각각에서 좋은 점을 같이 어울리게 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겁니다.

탁: 임준희 작곡 TV는 오늘의 변화에 앞장 서는 또 하나의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임; 그간 저의 작품들이 130 여 작품이 넘는데 이중에는 방송국이나 콘서트장에서 잘 찍은 영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유튜브 시대가 왔으니 작곡가가 직접 작품 해설도 하고 에피소드를 곁들인다면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직접 만날 수 없는 세계인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아니겠습니까. 이 분야의 전문 매체에서의 권유와 도움으로 1인 방송을 개설하게 되었으니 많은 관심을 당부 드립니다.

임준희 작곡가는?

서울 출생, 연세대 졸업,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에 귀국한 후 한국 전통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전통어법의 원형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이면서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한국 창작음악을 작곡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한국음악작곡과 교수로서, 원장으로서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의 길잡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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