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 이점석 기자

김충한은 안무가, 연출가로서 국립정동극장과 경기도무용단의 예술감독을 거쳐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국립무용단, 시립세종문화회관과 삼파전을 이루는 무용에서 우리 춤의 빛깔과 향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무용단이다. 김충한 예술감독은 국립무용단 단원, 삼성무용단 훈련장, 벽사춤아카데미 이사로서 단계적 훈련 과정을 쌓아왔다.
밀레의 ‘만종’을 조택원의 안무에 실은 「가사호접」(출연, 정동극장), 고려 만적의 난을 모티브로 한 댄스컬 「률」(총연출, 경기아트센터), 도교적 수사에 걸친 10장(場)의 「상선약수」(안무·안무감독, 국립국악원 예악당), 고려 가무악에 관한 화려한 동시대적 상상의 「고려가무」(연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 이르는 무용공연은 대한민국 무용사에 김충한의 ‘존재의 이유’를 증거하는 소중한 작품이 되었다.
그 가운데 시월 중순, 국립국악원 무용단(예술감독 김충한) 연출, 정악단(예술감독 이건회) 음악, 김혜자·박성호·백미진의 안무 및 지도, 박거현·윤형욱·고보석·이선희·박치완 작곡의 국립국악원 무용단 기획공연 「고려가무」(高麗歌舞)는 악가무의 세 축이 하나였음을 밝혔고, 민속악단(예술감독 유지숙, 작창 조일하), 김창곤 정악단 악장의 지도·집박이 합세하여 소중한 공연이 되었다.
「고려가무」는 고려시대 궁중 예술의 극상인 정재를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안무로 재생시킨 작품이다. <고려사> '악지'(樂誌)에 전하는 여덟 편의 정재를 해체하여 고려의 자취를 찾고 안무자의 해석을 보태 현시대와 소통하는 현대 정재화 작업이다. 정악단·창작악단·민속악단이 작곡과 연주를 담당하여 악가무의 합을 완성했다. 연희단은 정형화된 정재에 고려의 정취를 불어넣고 변화를 모색하였다.

공연이 있었던 이틀간 국립국악원에는 집채만 한 보름달이 하늘의 상서로운 기운을 뿌리고 있었고, 보름달이 몰고 온 서늘한 기운이 지혜로움으로 「고려가무」를 영접하게 했다. 전통춤 「고려가무」는 ‘오양선’(五羊仙), ‘수연장’(壽延長), ‘동동’(動動), ‘포구락’(抛毬樂), ‘무애’(無导), ‘연화대’(蓮花臺), ‘무고’(舞鼓), ‘헌선도’(獻仙桃)에 이르는 8편으로 구성되었으며 최고의 음악과 조화를 이루었다.
‘오양선’: 고려 기반의 당악정재, 다섯 신선이 임금의 장수를 기원한다. “다섯 명의 신선이 오색의 양을 타고 한 줄기에 여섯 개의 이삭을 가진 육수거를 효성이 지극한 백성에게 주었다.” 내용을 모티브로 이삭을 들고 춤추는 형태로 구성된다. 「악지」의 오양선의 춤 형식·절차 축약과 창사를 한글로 풀었다. 화려한 무희의 자태로 악가무가 어우러진다. 춘풍이 벽도화 두루 피워낸다.
‘수연장’: 고려 기반의 당악정재, 정월 대보름에 임금에게 술을 올리며 장수를 기원한다. 「악지」 '당악조'의 16명의 4개 조 춤이 아닌 8명의 4개 조가 4번씩 상대·상배 한다. 부드러운 바람에 퉁소 소리가 민속적 분위기를 살리고, 현행 보허자와 수연장, 시용향악보의 선율이 고려가요에 대한 상상력을 확대한다. 봄날의 붉은 구름과 고운 빛깔의 상서로운 징조들이 임금님의 광채를 빛낸다.
‘동동’: 월령체의 고려가요로 민속이나 제의 때 불리던 것이 궁중악으로 채택되면서 서정적인 노래로 변모했다. 「고려가무」에 펼쳐진 ‘동동’은 밝고 경쾌한 형식으로 새롭게 푼 춤이다. 「악지」에는 기녀 2인이 춤을 춘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이번 ‘동동’은 6인이 춤추는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 “덕일랑 신령님께 바치옵고 복일랑 임에게 바칩니다. 덕이며 복이며 하는 것을 바치러 오십시오.”
‘포구락’: ‘새롭게 보기’에 집중한 ‘포구락’은 흐름에 맞추어 축약·구성, 놀이에 음악을 접목, 정형의 움직임을 보인다. 재구성 작품은 춤과 놀이, 구호(口號)와 무대(舞隊)의 사(詞)도 분리된다. 당시는 창사를 반복하며 주제를 전했다. ‘포구락’은 창사도 몸동작을 넣어 시각적 흐름을 이어간다. 꽃냄새는 아름다운 자리를 훈훈하게 하고 하늘은 아름다운 복록을 금 술잔에 넘치게 하였다.
‘무애’: 향악정재 ‘무애무’, 원효대사의 호리병이 상상의 시원이다. 무원이 호리병을 두드리며 ‘진퇴’를 반복한다. 홀춤이 이인무, 무리춤으로 양식화되었다. 「고려가무」는 2명의 원무와 6명의 협무가 새로운 장단에 맞추어 다양한 대형을 갖추며, 자유롭고 경쾌한 짜임새로 구성되었다. 5박과 4박을 사용하여 새로운 장단으로 구성된 반주음악에 화자무(花字舞)를 춘다.

‘연화대’: 당악정재, 「악지」에는 합립(蛤笠)을 들고나오는 동녀의 춤만 보이며, 연꽃이나 학춤은 없다. 학춤, 연꽃, 동녀와 연관한 다양한 기록으로 선계와의 연결성을 추론한다. 조선 이후 학·연화대·처용무가 합설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려가무」에서는 죽간자가 아니라 학이 선계에서 온 동녀를 인도해 춤 자리를 제시한다. 동녀가 합립을 들고 춤을 추면 학이 다시 등장해 함께 선계를 그린다.
‘무고’: 「악지」의 ‘무고’, “한 쌍의 나비가 꽃을 감도는 듯”(춤), “날아오르는 두 마리 용이 구슬을 다투는 듯”(북)이라는 대목이 연출가와 안무가를 촉발한다. <정읍사>에 맞추어 춤추면서 시작된다. 이 부분은 세 단락으로 구분되어 완급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한글 가사로 남녀 합창이 이루어졌다. 아악기 ‘부’ 중심의 독특한 음색을 절주로 삼아 시대성을 입히고 장구로 다양한 타악 음색을 그린다.
‘헌선도’: 당악 대곡의 하나, 정월 대보름의 잔치에서 임금의 장수를 송축하기 위해 서왕모가 선계에서 내려와 불로장생의 열매를 바치는 내용의 가무희이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시가 한편씩 노래 된다. 「악지」의 기록과 다르게 「고려가무」는 인무기(引舞妓)와 죽간자와 함께 춤을 인도하고 서왕모와 두 협무가 출연하여 가무희를 연행한다. 창사를 할 때마다 춤추고 창사가 끝나면 다시 연주가 시작된다.
김충한은 민속춤의 건강한 생명력을 되살리는 작업에 앞장서 왔다. 현란한 안무, 미학적 연출, 열정적 출연 작업에 걸친 무용 작업은 ‘김충한무’(舞)에 대한 무한 신뢰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월에 만난 김충한 연출의 「고려가무」는 고려악가무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관객들의 즐거운 기분을 최대한 끌어 올려 고려 악가무에 빠지도록 만든 「고려가무」는 김충한의 또 하나의 걸작으로 기록되었다.
글/장석용(한국예술평론가협회 회장) 사진/ 국립국악원 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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