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n시사경제분석] 구직이 길어질수록 청년은 왜 지쳐가나…장기 실업자 61.8% ‘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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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n시사경제분석] 구직이 길어질수록 청년은 왜 지쳐가나…장기 실업자 61.8% ‘번아웃’
  • 정혜민 기자
  • 승인 2026.09.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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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청년 번아웃 경험률 52.7%…취업 청년보다 1.6배 높아
임시·일용직도 41.1% 경험…불안정한 고용이 ‘진로 불안’ 키워
현장 직업훈련 비중 1.5%…기업 연계 훈련·심리상담 강화 필요
사진= nbn시사경제   Chat   GPT  이미지 생성
사진= nbn시사경제 Chat GPT 이미지 생성

[nbn시사경제] 정혜민 기자

일자리를 찾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년층의 정서적 소진도 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취업 여부뿐 아니라 고용의 안정성과 향후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청년 번아웃을 가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청년층 실업 및 임금근로자 지위별 번아웃 현황 및 시사점’을 지난 7일 공개했다. 분석 대상 청년층은 만 19~34세다. 한국경제인협회 발표 자료

분석 결과 실업 청년 가운데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7%였다. 취업 청년의 경험률인 32.4%와 비교하면 약 1.6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구직활동이 1년 이상 이어진 실업 청년의 번아웃 경험률은 61.8%까지 상승했다. 취업 준비가 장기화될수록 경제적 부담과 반복되는 탈락 경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함께 커지면서 심리적 피로가 누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ㅡ 취업해도 불안정하면 번아웃 높아

일자리를 얻은 청년 사이에서도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가 확인됐다.

임시·일용직 청년의 번아웃 경험률은 41.1%로, 상용직 청년의 29.6%보다 약 1.4배 높았다. 이는 청년층의 심리적 소진 문제가 실업 상태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 안정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번아웃 원인에서도 집단별 차이가 뚜렷했다. 실업 청년의 68.4%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진로 불안’을 선택했다. 이어 일에 대한 회의 9.9%, 일과 삶의 불균형 7.1% 순이었다.

임시·일용직 청년 역시 진로 불안을 선택한 비율이 57.0%로 가장 높았다. 반면 상용직 청년은 일 과중 23.2%, 진로 불안 20.5%, 일에 대한 회의 19.9% 등 여러 원인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고용 지위가 불안정할수록 현재 업무의 부담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정서적 소진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ㅡ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취업 준비비·직업훈련·상담’

진로 불안으로 번아웃을 경험한 실업 청년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지원은 취업 준비 비용 지원으로, 응답률은 36.3%였다. 직업훈련이 23.3%, 고용 상담 서비스가 20.5%로 뒤를 이었다.

임시·일용직 청년은 취업 준비 비용 지원 22.6%, 고용 상담 서비스 20.3%, 직업훈련 20.0% 순으로 답했다. 두 집단 모두 단순한 일자리 정보 제공을 넘어 취업 역량과 구직 비용, 진로 설계를 함께 지원하는 정책을 요구한 셈이다.

다만 국내 직업훈련은 교육기관 중심으로 편중돼 실제 산업 현장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가 인용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전체 직업훈련 지출 가운데 기관 직업훈련 비중은 82.1%로 OECD 31개국 평균인 67.4%를 웃돌았다.

반면 기업 등 일터에서 이뤄지는 현장 직업훈련 비중은 1.5%에 그쳤다. OECD 평균 11.7%와 비교하면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교육 이수 자체보다 실제 취업과 직무 적응으로 연결되는 훈련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사 수치 및 정책 제언

ㅡ 장기 구직자에는 심리·고용 지원 함께 제공해야

한경협은 기업이 청년 대상 현장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훈련비 지원을 확대하고, 산업 수요를 반영한 직무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직기간이 길거나 진로 불안이 큰 청년에게는 취업 상담과 전문 심리상담을 연계하는 맞춤형 고용서비스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에게 취업 준비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청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기보다 구직기간과 전공, 직무 경험, 경제적 여건, 심리 상태에 따라 지원 방식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취업 이후에도 임시·일용직 청년을 대상으로 직무 전환과 숙련 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해 불안정 고용의 반복을 줄일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청년들의 자기응답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실업이나 고용 형태가 번아웃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소득, 가족환경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향후 보다 세분화된 후속 분석이 요구된다.

이번 조사는 청년 고용정책이 단순한 취업자 수 확대를 넘어 장기 구직에 따른 심리적 소진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birdfie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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