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략비축유 감소·중국 원유 구매 변화에 시장 촉각
120달러는 공급 악화 시나리오…수요 위축 등 하락 요인도 공존

[nbn시사경제] 정혜민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다가서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중동산 원유의 운송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공급 공백을 메워온 재고까지 줄면서 시장의 대응 여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9.14달러까지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장중 94.4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100달러 접근’은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두 유종의 가격과 장중·종가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공급 불안의 중심에는 원유 운송과 에너지 시설의 안전 문제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미국의 이란 유조선 타격과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원유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사 충돌이 선박 운항과 시설 가동에 영향을 미치면 생산된 원유를 소비국에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고 감소는 이 같은 충격을 흡수할 여력을 제한한다. 로이터는 8일 미 에너지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 전략비축유가 직전 주 약 120만 배럴 줄어 2억8540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198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전략비축유 감소를 전체 석유 재고의 소진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비상시 활용하는 전략비축유와 기업의 상업용 재고는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중국의 원유 구매 변화도 주요 변수다. 로이터의 7일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8월 해상 원유 수입은 7월보다 소폭 늘었으나, 이란 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40% 적었다. 중국의 구매가 이미 전면적으로 회복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앞으로 수입을 늘릴 경우 제한된 공급 물량을 둘러싼 경쟁이 강해져 국제유가에 추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실제 수입 회복을 전제로 한 수급 분석이다.
배럴당 120달러 전망 역시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마켓워치는 8일 골드만삭스가 걸프 지역 원유 생산이 2027년에도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 경우 브렌트유가 12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보도에서 소개된 골드만삭스의 기본 전망은 올해 말 90달러, 내년 평균 80달러였다. 따라서 120달러는 공급 차질이 심화하는 상황을 가정한 가격이며, 확정적인 도달 목표나 기본 전망과는 구별된다.
원유 가격과 함께 경유 등 석유제품의 수급도 중요하다. 로이터는 8일 정유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정제능력 제약과 지정학적 불안으로 겨울철까지 경유 공급이 빠듯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원유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연료로 바꾸는 정제시설 가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제품 가격은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
이 같은 수급 구조를 종합하면 국제유가의 향방은 군사 충돌의 강도뿐 아니라 실제 원유 수송량, 재고 감소 속도, 중국의 구매 규모에 달려 있다. 운송과 생산이 정상화되면 공급 불안이 완화될 수 있고, 고유가가 소비를 위축시키면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원화 환율과 함께 판단해야 한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의 가격 상승에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 수입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원화 강세는 부담을 일부 줄이는 요인이다. 국내 파급 경로를 분석할 때는 국제유가의 특정 가격선 돌파 여부와 더불어 상승 지속 기간, 석유제품 가격, 환율을 함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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