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조사서 서울 도심 아파트 매매가격 69개 도시 중 3위
산업 성장의 성과와 무주택자 주거 부담 사이 정책 균형 시험대

[nbn시사경제] 김광탁 기자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늘어난 소득이 수도권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수출 주력 산업의 호황이 주택 구매력의 격차로 이어질 경우, 경제 성장과 주거 안정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정부의 과제도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한국 부동산시장을 다룬 기사에서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종사자들의 소득 증가를 수도권 주택 수요를 자극하는 배경으로 지목했다.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의 불만이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이러한 분석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업 실적이 가계의 주택 구매 여력으로 전달되는 경로다. 성과급 등으로 가용자금이 늘어나면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기자본을 확보하거나 기존 주택보다 비싼 집으로 이동하기가 쉬워진다. 추가 수요가 공급이 빠르게 늘기 어려운 지역에 집중될 경우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반도체 호황이 서울 집값 상승을 얼마나 설명하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산업 종사자의 소득 증가와 집값 상승이 함께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직접적인 인과관계나 영향의 크기까지 확정할 수는 없다. 실제 매수자의 자금 조달 구조와 거래 지역, 소득 유입 시점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ㅡ 서울 주택가격의 국제 비교에서도 지표의 범위를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도이체방크가 지난 7월 13일 발표한 ‘Mapping the World’s Prices 2026’에 따르면 서울의 도심 아파트 매매가격은 ㎡당 2만5545달러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69개 도시 가운데 홍콩과 취리히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같은 보고서상 서울의 해당 가격은 2016년보다 128.5% 상승했다.
이는 도심 아파트의 단위면적당 가격을 달러로 비교한 결과다. 서울 전역의 모든 주택 유형을 포괄하는 평균 실거래가격이나 전 세계 모든 도시를 조사한 순위로 확대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매매가격과 임대료의 국제 순위에도 차이가 있었다. 같은 보고서에서 서울은 침실 3개 아파트의 임대료 비교에서는 44위에 자리했다. 보고서는 넘베오의 이용자 참여형 자료를 주요 기반으로 활용하고,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실거래 통계와는 자료 수집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순위 차이는 서울에서 주택을 빌리는 비용보다 소유권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국제적으로 더 높은 수준에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서로 다른 비교 항목의 순위만으로 집값의 적정 수준이나 향후 하락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가계가 실제로 느끼는 부담을 평가하려면 소득, 임대보증금, 주택 면적과 금융비용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늘어난 구매력이 어느 지역과 가격대에 집중되는지 파악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차입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라도 자기자금이 충분한 가구와 대출이 필요한 무주택 가구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시장 안정 효과와 실수요자의 주택 접근성을 함께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호황과 서울 집값의 관계를 점검할 핵심은 기업의 성과급 규모 자체보다 실제 주택시장으로 이동한 자금의 규모다. 지역별 거래량과 실거래가격, 입주 물량, 전월세 부담을 함께 추적해야 산업 성장의 성과가 주거 격차 확대로 이어지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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