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보다 36.7조원 많아…2012년 이후 15년 만의 역전
전체 국세 증가분 중 법인세 비중 68.3%…업황 의존도 확대는 부담

[nbn시사경제] 정혜민 기자
반도체 호황이 국가 세입 구조까지 바꿀 전망이다. 정부는 2027년 법인세 수입이 216조7000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법인세가 소득세를 앞서 최대 세목으로 올라서는 것도 15년 만이다.
다만 전체 세수 증가가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수출 대기업의 실적에 집중된 만큼, 향후 업황이 꺾일 경우 세입 기반도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ㅡ법인세 216.7조원…올해 추경보다 115.4조원 증가
재정경제부의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2026년 추가경정예산 기준 415조4000억원보다 168조9000억원, 40.7% 늘어난 규모다. 국세수입이 500조원을 넘어서는 예산안이 편성된 것은 처음이다.
증가세를 주도하는 세목은 법인세다. 내년 법인세 수입 전망치는 216조6919억원으로, 올해 추경예산에 반영된 101조3215억원보다 115조3703억원 증가한다. 증가율은 113.9%에 이른다.
법인세 증가분은 전체 국세수입 증가액의 약 68.3%를 차지한다. 내년 국세수입 가운데 법인세 비중도 약 37.1%까지 높아질 것으로 계산된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이익 증가를 핵심 배경으로 제시했다. 통상 12월 결산법인은 전년도 사업 실적을 토대로 이듬해 법인세를 신고·납부하기 때문에, 2026년 기업 실적이 2027년 세수에 본격 반영된다.
ㅡ 소득세보다 36.7조원 많아…15년 만에 최대 세목 교체
내년 소득세 수입은 약 180조원으로 예상됐다. 법인세 전망치가 소득세보다 36조7000억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법인세가 소득세 수입을 웃도는 것은 2012년 이후 15년 만이다. 2012년에는 법인세가 45조9000억원, 소득세가 45조8000억원으로 법인세가 근소하게 많았다.
이후 임금 상승과 취업자 증가, 자산소득 확대 등의 영향으로 소득세가 최대 세목의 자리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내년에는 법인세가 세입 구조의 중심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소득세 역시 올해보다 43조2000억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분을 합하면 전체 국세수입 증가액의 약 93.9%에 해당한다. 세수 확대가 두 세목에 강하게 집중된 구조다.
ㅡ 반도체 호황은 반갑지만…세수 변동성 확대 우려
법인세 증가는 정부의 재정 운용 여력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세입이 충분히 확보되면 경기 대응이나 사회안전망, 미래 산업 투자 과정에서 적자국채 발행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법인세는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보다 경기와 기업 실적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반도체처럼 가격과 수요의 순환이 뚜렷한 산업에 세입 증가가 집중되면 업황 하락기에 세수 감소 폭도 커질 수 있다.
실제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고 기업 영업이익이 감소하면 법인세 수입은 짧은 기간에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내년 전망치가 실현되려면 반도체 가격과 수출, 환율, 주요 기업의 수익성이 정부 예상과 비슷한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 전망은 확정된 세금 수입이 아니라 국회 심의를 앞둔 예산안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113.9% 증가율은 올해 실제 징수액이 아닌 2026년 추가경정예산상의 법인세 전망치와 비교한 수치다.
ㅡ 호황기에 재정 완충장치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초과 세수를 고정적인 지출 확대의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향후 업황 악화 때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입의 일정 부분을 경기 하강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안정적인 세원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내년 법인세 216조7000억원 전망은 기업 실적 회복과 수출 호조가 국가 재정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신호다. 동시에 특정 산업의 경기 흐름이 국가 세입을 좌우하는 구조가 한층 강해졌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국세수입 584조원 시대의 관건은 세수가 얼마나 많이 걷히느냐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더라도 필요한 재정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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