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확산에도 판단·책임·공감은 인간의 핵심 영역
기술 개발과 함께 신뢰·교육·사회적 안전망 구축해야

[nbn시사경제] 정혜민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상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면서 국가 경쟁력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은 기술 개발과 산업 전환의 속도를 높여 AI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지만, 전문가들은 경쟁의 성패가 연산 능력이나 모델 성능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고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AI 반도체 육성,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본법 시행과 신뢰성 확보 정책도 병행하면서 기술 혁신과 제도 정비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공개한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6’ 관련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에서 세계 3위,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주요 선도국과 비교한 민간 투자 격차와 AI 인재 순유출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빠른 기술 개발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려면 투자와 인재 기반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ㅡ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역할은 줄어들까?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분석하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결과를 제시하는 데 강점을 갖는다. 그러나 결과의 사회적 의미를 해석하고 윤리적 기준을 세우며, 잘못된 판단에 책임을 지는 역할까지 기술이 대신하기는 어렵다.
의료·교육·금융·행정처럼 개인의 권리와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는 정확도뿐 아니라 판단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 주체가 중요하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맥락과 위험을 검토하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 도입이 아직 전체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직무별 영향에는 차이가 있어 재교육과 직무 전환 지원,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한국의 성공적인 AI 전환을 위해서는 안전성과 신뢰 확보, 중소기업 지원, 노동자의 역량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생성형 AI의 확산을 단순한 일자리 소멸보다 업무 구성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자동화 가능성이 커지는 직무가 있더라도 실제 고용 효과는 기업의 도입 방식과 노동자의 적응 능력, 제도적 보호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ㅡ 속도와 신뢰, 함께 확보해야
한국이 A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활용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데이터 편향과 개인정보 침해, 저작권 분쟁, 허위정보 확산과 같은 부작용을 방치하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고 산업 확산도 늦어질 수 있다.
교육정책 역시 단순한 AI 사용법을 넘어 결과를 검증하고 오류를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창의적 문제 설정과 비판적 사고, 공감과 소통, 윤리적 판단은 AI 시대에 오히려 가치가 높아질 인간의 역량으로 꼽힌다.
결국 AI 주도권은 가장 빠른 기술을 보유한 국가뿐 아니라 그 기술을 안전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국가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AI 전략도 ‘얼마나 빨리 개발하느냐’를 넘어 ‘누가 판단하고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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