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설비·SK 청주·용인 투자…생산 기반 확보에 무게
증설 성패는 고객 주문·양산 수율·투자 회수 속도에 달려

[nbn시사경제] 김성욱 대기자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이 충분한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또 다른 과제가 있다. 미래 수요를 지나치게 낙관하면 공급 부담이 커지지만, 생산시설 확보가 늦어지면 고객의 주문을 경쟁사에 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두 기업이 추진하는 AI 메모리 투자는 이 같은 판단의 접점에 놓여 있다. 투자 규모 자체보다 실제 주문에 맞춰 생산능력을 얼마나 적기에 확보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오픈AI를 둘러싼 최근 매출 논란은 AI 산업의 성장 지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로이터는 지난 8일 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투자자에게 제시한 9월 연환산 매출이 약 500억달러로, 앞서 알려진 약 700억달러와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는 경쟁사와 비교하기 위한 매출 산정 방식이 차이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연환산 매출은 특정 월의 매출 등을 연간 규모로 환산한 지표로, 연간 확정 실적과 구별해야 한다. 따라서 두 수치의 차이만으로 실제 매출 감소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논란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AI 서비스의 매출 증가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들어가는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서비스 이용 확대와 인프라 투자 수익성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같은 속도로 개선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반도체 기업의 증설 판단에는 경쟁 구도도 작용한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생산시설 확대가 한국 메모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생산 기반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산업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증설은 미래 판매량을 늘리는 수단인 동시에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다. 수요가 확인된 뒤에만 시설 확보에 나설 경우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제품을 공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경쟁사의 투자에 맞춰 무조건 생산량을 늘리면 향후 공급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AI 메모리 생산 기반 확충의 주요 축으로 제시해 왔다. 회사는 M15X를 신규 D램 생산 거점으로 정하고, 용인 클러스터와 함께 국내 투자 계획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청주와 용인을 연결하는 생산 기반 확보가 중장기 공급 대응 전략의 핵심인 셈이다.
삼성전자 역시 HBM 대응 설비 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은 지난 7월 충청권 투자 발표에서 온양의 HBM 생산시설 투자와 천안의 관련 설비 증설·현대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제시한 충청권 투자액 약 140조원에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패키지 기판 등이 함께 포함돼 있어, 전체 금액을 삼성전자의 반도체 증설 비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기업이 발표한 투자 계획은 향후 수익을 확정하는 지표가 아니다. 삼성전자도 관련 공시에서 중장기 계획이 시장 상황과 경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시설 확보와 실제 생산 확대, 판매 실적을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증설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먼저 고객의 구매 계획이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는지다. 다음은 늘어난 설비에서 판매 가능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지다. 마지막으로 판매가격과 생산비, 시설 가동 수준을 종합했을 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다. 이는 AI 산업의 성장 기대와 개별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을 구분하기 위한 분석 기준이다.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가한다. 행사 일정과 양사 참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된다. 이번 전시는 기업들이 AI 반도체 시장에 어떤 제품과 기술로 대응하는지 살펴볼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는 증설 속도와 투자 효율을 함께 높이는 것이다. AI 투자 과열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산 기반 준비를 늦추기도 어렵고, 수요 증가 전망만으로 모든 투자를 정당화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확보한 시설의 규모뿐 아니라, 고객 수요에 맞춰 양산하고 이익을 남기는 능력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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