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작업장 제안…기술정보 접근과 실습 교육 함께 개선해야

[nbn시사경제] 김성욱 대기자
전기차 보급이 100만대를 넘어선 가운데 지역 정비업체의 전환 역량이 사후관리 시장의 과제로 떠올랐다. 차량을 판매하고 충전시설을 확충하는 데서 나아가, 운전자가 생활권 안에서 안전하게 수리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올해 4월 15일 100만대를 돌파했다. 보급 초기 차량의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조사 보증 이후의 정비 선택지도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일반 부품과 고전압 배터리의 보증 조건은 제조사·차종·주행거리에 따라 달라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지역 정비망의 어려움은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 오토살롱테크 컨퍼런스’에서도 논의됐다. 현장에서는 전기차 전문 작업에 필요한 시설 투자와 인력 확보, 제조사 정비정보 이용 여건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전기차 정비를 확대하려면 작업의 성격부터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타이어와 일부 소모품 점검 등 일상적인 관리와 고전압 배터리·전력계통을 다루는 작업은 필요한 설비와 안전 절차가 다르다. 모든 정비소가 같은 수준의 시설을 갖추기보다 수행할 업무에 맞춰 장비와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특히 고전압 계통 정비에는 진단장비뿐 아니라 절연 보호구, 배터리 취급 설비, 안전하게 작업할 공간이 함께 필요하다. 소규모 업체에서는 장비 구매비에 더해 공간 확보와 교육에 드는 시간도 투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비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투자비 회수도 쉽지 않은 구조다.
이러한 부담을 나누는 방안으로 컨퍼런스에서는 권역별 공동작업장이 제안됐다. 지역 정비업체가 고객 차량을 접수하고 전문 설비가 필요한 작업을 공동시설과 연계하는 구상이다. 현재 확정·시행된 제도가 아니라 업계가 제시한 대안이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공동작업장이 실제 대안이 되려면 운영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차량 이동과 추가 진단에 드는 비용, 고객에게 견적을 설명할 주체, 수리 이후 하자에 대한 책임이 불명확하면 오히려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 시설을 조성하는 단계부터 작업 범위와 검사 절차, 정비 이력 관리까지 설계할 필요가 있다.
장비 지원과 함께 기술정보 이용 여건도 개선 과제다. 차종별 진단 절차와 수리 기준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면 설비를 갖추고도 작업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제조사의 보안·안전 요구를 반영하면서 정비업체가 필요한 정보와 진단 기능을 적정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은 현장에서 수행할 작업과 연결돼야 한다. 고전압 안전의 기초부터 고장 진단, 부품 교체, 수리 후 점검까지 단계별 실습을 강화하고, 교육을 이수한 정비사가 실제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확인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한 전기차 정비 교육을 안내하고 있으며, 경기도도 올해 자동차정비업 지원계획을 공고했다. 기존 사업을 지역 정비 수요와 연계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전기차 정비망 확충의 성과는 지원한 장비 수나 교육 수료 인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운전자의 이동 거리와 수리 대기기간이 줄었는지, 비용 설명과 수리 품질이 개선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보급 규모에 걸맞은 사후관리 체계를 갖추는 일이 전기차 시장의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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