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구매력 회복과 서비스업 매출 확산이 관건

[nbn시사경제] 김성욱 대기자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한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가계 소비의 회복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출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그 성과가 고용과 가계소득을 거쳐 소비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시된 전망에서 삼성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3.6%에서 3.9%로, 내년은 2.8%에서 3.3%로 높였다. 각각 0.3%포인트와 0.5%포인트 상향한 수치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은 2.4%에서 1.9%로 낮아졌다.
여기서 구분할 점은 성장률 상향과 소비 전망 하향의 발표 기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한 기관이 내놓은 전망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두 전망을 함께 놓고 보면 반도체 중심의 성장 기대와 가계 지출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는 축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수요다.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이어지면 국내 반도체 수출과 생산설비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공장 증설 과정에서는 장비뿐 아니라 건설·전력·용수 등 관련 분야로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확대와 가계 소비 증가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투자 성과가 협력업체의 수주, 신규 채용,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정도에 따라 소비 회복의 폭도 달라진다. 특정 산업의 실적 개선만으로 자영업과 지역 상권까지 고르게 회복된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민간소비 증가율 1.9%라는 전망 역시 소비가 전년보다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다. 예상했던 증가 폭이 작아졌다는 의미다. 전망치 하향과 실제 소비 감소를 구분해야 경기 상황을 과도하게 비관하거나 낙관하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소비의 지속성을 판단하려면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살펴야 한다. 명목소득이 늘어도 물가와 이자 지출 부담이 커지면 추가 소비 여력은 제한될 수 있다. 일시적인 성과급 증가와 안정적인 근로소득 확대 역시 가계의 지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설비투자도 내수에 포함되는 만큼 ‘내수 개선’이라는 표현을 곧바로 ‘가계 소비 회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경제 전체의 성장률과 함께 민간소비, 실질소득, 고용,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을 나눠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의 관건은 반도체에서 발생한 수익과 투자가 경제 전반의 소득 증가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다. 성장률 전망의 상향이 생활 속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산업의 생산 확대와 가계 구매력 개선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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