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환자혁명  가공식품업계의 유일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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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환자혁명  가공식품업계의 유일한 관심:
  • 조한경(기능의학전문의)
  • 승인 2024.06.0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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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다는 오로지 입맛만 노려 매출만 올린다

[nbn시사경제] 편집국

 

조한경(기능의학전문의)
조한경(기능의학전문의)

현대인들 건강의 가장 큰 위협은 제약업계가 의학을 지배한 것과 식품업계가 식탁을 점령한 것이다. 식품공학은 업계를 섬기는 학문일 뿐 건강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미안하지만 그럴 겨를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들에게 식품첨가물은 느슨한 법을 통과할 정도로만 안전하면 충분하다.
어떻게 하면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식재료 값을 줄일 수 있을까? 등등 값싼 식품첨가물을 개발하는 데 매진한다. 원가를 절감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다. 기업이기 때문에 그렇다. 제약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질병 퇴치나 인류의 건강이 아니라, 최대 매출과 최대 이윤 그리고 주가 상승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식품업계가 제공하는 불량 과학을 등에 업은 ‘일부’ 식품공학자들의 기세가 등등하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
MSG, GMO, 인공감미료…… 아무거나 먹어도 안전하다는 그들의 주장은 사실 위안이 되기도 하고 반갑게 들리기도 한다. 현대 과학이 그렇게 증명한다고 말하니 더욱 든든하다. 설성가상으로 담배도 몸에 좋다는 연구 논문이 나오면 많은 이들이 반가워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그런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까지 담배는 건강식품이었다. 식사 후 소화를 돕는다고 하여 흡연이 권장되었다. 미국의사협회(AMA)나 질병통제센터(CDC)까지 나서서 담배를 옹호하던 시절이 있었다. 담배업계가 AMA와 CDC를 돈으로 매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신문, 잡지, TV의 담배 광고 모델은 카우보이 이전에는 의사였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저지른다. 과학도 소유할 수 있고, 언론도 통제할 수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연구 과제와 일치하는 연구 결과를 내는 과학자는 연구비도 많이 타내고 학계에서 승승장구한다. 

반면, 기업의 이윤에 반하는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어김없이 가혹한 공격 대상이 된다. 진정한 과학 정신을 유지하는 과학자들은 얼마 없고 청부 과학자들이 설치는 세상이다. 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는 연구 발표를 했던 서울대 교수가 그리 놀랍지 않은 이유다.

기업을 광고주로 섬기는 상업 언론 역시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들어야 할 정보를 듣는 것이 아니라 주는 정보를 들을 수밖에 없다. 왜 공중파 방송국이 MSG를 향한 국민적 오해를 안타까워하며 이를 풀기 위해 친절한 홍보성 방송까지 제작해야 했냐는 거다. 

아는 사람이 없어도 그만인 정보 아닌가? ‘MSG가 전혀 해롭지 않다’는 것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설령 그것이 오해라 하더라도 해당 제조 업체와 식품업계의 매출 감소 말고는 별문제도 아니다. MSG가 좋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세가 되어버린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 방송 하나로 인해 벌어진 결과다. 

MSG가 아주 해로워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는 것이다. FDA는 MSG를 대체적으로 안전한 식품(GRAS)으로 분류했지만 MSG 민감성 콤플렉스(MSG Sensitivity Complex) 또한 인정하고 있다. 민감한 사람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술을 마셔도 알코올 분해 능력에 따라 각기 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한국의 식품공학자들은 모두가 다 기분 탓이라고 한다. MSG를 먹고 불편한 사람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이에 반론을 제기하면 비과학적이고 연구 논문 하나 찾아볼 줄 모르는 무식쟁이 취급하는 거만함을 보인다. 방송 하나 때문에 생긴 분위기다.

이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유기농을 고집하거나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면, 주변에서는 유난 떨지 말고 대충 먹고 살라며 눈살을 찌푸린다. 반면, 전혀 운동하지 않고 패스트푸드나 과자, 라면 같은 가공(가짜)식품만 먹고 사는 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어 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한국인들의 건강 상태다. 그리고 대한민국 아이들의 건강 상태다. 대한민국 아동들의 자폐 증가율은 세계 1위다. 성인 남성 2명 중 1명이 암에 걸리고, 갈수록 당뇨, 고혈압 환자는 늘어만 간다. 이제 유전이란 말은 무색하기만 하다. 무슨 놈의 유전자가 그토록 빨리 변한단 말인가? 지금의 가파른 질병 증가 추세는 현대 과학이 떠받들고 있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에도 위배된다.

의학계가 유전학적 허무주의에 빠져 손 놓고 있는 동안, 국민들 모르게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식품 원가를 혁신적으로 낮춰 줄 수 있는 새로운 식품첨가물과 가공식품 제조법들이 경쟁적으로 추가되었다. 지금 아이들이 먹는 식품첨가물은 기성세대가 어렸을 때 먹었던 식품첨가물과 비교하면 그 종류도 많을뿐더러 위해성의 차원도 다르다. 사실 이제는 더 이상 위해성을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담배업계들이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자인하기까지는 3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걸렸다. 담배업계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반성을 통해 스스로 각성하고 모든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길고 지루한 싸움, 법정 다툼을 통해 얻어낸 결과였다. 깨어 있는 일부 소비자들이 먼저 기업과 싸웠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그냥 뒀으면 지금도 담배가 건강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을지 모른다.

식품공학자에게 식품첨가물이 안전하냐고 묻는 것은, 담배 세일즈맨에게 담배가 몸에 좋냐고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요리사 백종원 씨는 여느 요리사들과 다르게 TV에 출연하여 설탕을 가득 넣는 비밀 아닌 비밀(?)을 당당히 공개함으로써 사랑받았다. 

원래 솔직하면 매력 있다. 그래서 나도 백종원 씨를 좋아한다. 백종원 씨는 요리사니까 그렇다. 요리사에게는 맛있고 손쉬운 음식을 요구하지 건강식을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식품업계를 향한 제대로 된 기대와 인식이 필요하다.

나는 환자를 보는 입장에서,
• 염증 반응으로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
• 당뇨, 고혈압, 과체중의 대사 증후군 환자들
• 살을 빼고 싶은 다이어트 환자들
• 아이들 알레르기와 아토피, 천식 등 자가면역 질환

등을 치료할 때, 가공식품(식품첨가물)부터 끊고 시작한다. 가공식품만 끊어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먹어오던 대로 가공식품을 계속 먹으면 아무것도 못 고친다. 그저 약 먹고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임상에서의 내 경험이 그렇다. 물론 반대론자들은 공격할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라고.
하지만 ‘경험주의’도 과학이고 훌륭한 의학이다. 진정한 과학 정신이 실종된 시대에 ‘과학주의자’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영어로 된 연구 논문 몇 편 읽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왜 순진하게 본 대로 다 믿는가? 기업들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지는 않은지? 대기업이나 보건 당국이라는 권위에 눌려, 가당치도 않은 신뢰를 너무 많이 준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환자의 입장에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환자의 행위가 있다. 바로 음식을 먹는 것이다. 따라서 식습관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먹는 음식을 바꾸지 않고는 건강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체내에서 수만 가지의 화학작용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정상적으로 호르몬을 분비하고, 효소와 조효소들이 만들어지고 분비되어야 한다. 호르몬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를 공급해주어야 한다. 바로 비타민이고 미네랄이다. 영양가는 하나도 없는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 몸이 건강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반대로, 환경만 만들어주면 우리 몸은 회복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환경도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영웅적인 의학적 개입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식품업계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우리의 소비 패턴에도 문제가 있다. 요즘 미국에서 Korean BBQ 하면 대부분 ‘All You Can Eat’, 즉 ‘고기 무제한’ 집이다. 그걸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고기를 왜 배 터지게 먹어야 하는가? 그것도 질 낮은 고기로 말이다. 
좋은 고기로 조금만 먹으면 될 것을. 누구 말대로 개돼지도 아니면서 우리의 가치관은 그렇게 길들여져 있다. 마트에서 싼 음식만 찾으니까, 식품업계가 싸구려 가짜 음식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니까 판매할 뿐이다. 그야말로 간단한 논리다. 집은 능력이 허락하는 최대 평수에서 빡빡하게 살고, 자동차도 분에 넘치는 배기량으로 허덕허덕 겨우 타면서, 몸에는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 음식을 집어 넣으며 유기농 식품은 비싸다고 외면한다.
가치관과 입맛을 바꿔야 한다. 비만 환자와 대사 증후군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맛의 즐거움’을 느끼는 개인차가 얼마나 큰지 놀라게 된다. 나 자신부터 예전에는 군침을 흘렸으나, 지금은 전혀 끌리지 않는 음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제대로 치료된 환자치고, ‘입맛’이 바뀌지 않은 이를 본 적이 없다.
 

그의 유튜브 채널 ‘Dr. Joshua Cho’는 10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DrJoshuaCho.com
Drjoshuacho@alumni.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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