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 전반에 걸친 고액 자문료 관행의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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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 전반에 걸친 고액 자문료 관행의 폐지
  • 권대정 기자
  • 승인 2021.11.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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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투명성과 개방성

[제주=nbn시사경제] 권대정 기자

과거부터 흔한 현상이었으나 요즘 크게 부각되는 사실이 있다.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현직에서 물러나고 난 후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고문으로 위촉되는 경우이다. 성남시가 민간 합동으로 개발한 대장동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친 고액 자문료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고위공직자 퇴직 후 관련 업종에 일정기간 취직을 제한하는 법률 등을 피하는 수단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에 고문직을 두어 편법으로 임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회사와 공공기관의 임원의 보수체계의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고 있다. 주식회사 등기 임원의 보수 결정의 절차 및 내용에 대한 규정은 상법에서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위 규정은 주식회사 감사의 경우에도 준용된다. 상법에서 주식회사 이사 및 감사의 보수 결정에 대한 내용은 위와 같이 단순한 규정이 유일하지만 그 외 고문 등의 자문료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렇게 결정된 임원 보상을 소수주주 및 투자자 등에게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기 위하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는 상장회사의 사업보고서 및 반기보고서에서 전체 임원 보수 및 연간 5억 원 이상 보수를 지급 받는 임원에 대해서 임원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미등기 임원을 포함해 연간 5억 원 이상으로서 보수총액 기준 상위 5명의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공시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 통상적으로 고문은 미등기 임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주식회사는 설립과 동시에 공공성을 갖는 것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자본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자산규모를 늘릴 수 있다. 이는 개인기업의 확장된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영자가 기업으로부터 배당이 아닌 채무를 지는 형식으로 돈을 가져갔을 경우 이를 갚지 못하면 배임으로 처벌받는다. 기업의 임원으로 등록되어 있지도 않은 자에게 자문료로 지급된 고문에 대한 사실상의 임금은 상법상에 분명히 제한하여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이에 대하여 국세청에서 자문료를 지출항목으로 인정하여준 것도 문제이다. 대장동 사업의 주체인 화천대유가 전직 법관과 정치인 출신의 법률고문단과 봉사사업을 명분으로 하는 사회사업 고문 등에 대한 자문료 명분의 사실상의 임금은 법률적으로나 회계신고상에 인정될 수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전문가 자문료는 R&D사업 등에서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과제 중 연구책임자 및 공동 연구원 등 참여연구원이 아니면 지급이 가능하며 자문건수에 따라 규정된 소정의 금액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자문료는 발생한 건수와 사안에 따라 관련 법규로 규정한다.

기업과 공기업의 개별 보수 공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공시 제도가 도입된 선진국에서의 실증연구 결과는 오히려 보수 공시가 현 경영자의 역량을 관대하게 평가하거나 경영진에게 유리한 벤치마킹 기업을 선정하는 등 보수 수준을 상승시키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개별 보수 공시 제도 도입은 보수의 성과주의를 강화시키고 외국인 투자자 등 보수가 성과에 보다 민감하게 결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여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만든다. 제도 도입으로 공시 부담을 갖는 기업들의 임원급여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게 하고 보수와 성과의 연계가 강화되는 부담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보상위원회 도입을 통해 보수 산정에 충분한 다수의 주주로부터 공감을 기할 필요도 있다.

국가 기관이 국책사업을 빌미로 각 부처 산하의 불필요한 기관이 양산되고 있다. 예전부터 관련공무원이 퇴직 후 취직하던 국가 지원기관은 상당수에 이른다. 경찰은 도로안전공단, 소방공무원은 한국소방안전원, 국토부는 한국안전협회, 환경부는 환경보전협회 등 부처별 이러한 산하기관이나 또는 국가지원 단체 등으로 모든 부처에 서너 개의 유관 기관이 있다. 이러한 기관은 군사정권시절부터 전통적으로 국방부와 국가 보훈청 산하 기관에 가장 많은 유관 단체를 두었고 퇴직 후 군인으로 임원이 채워지고 있던 선례를 따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는 민간단체인지 국가기관인지도 모를 애매한 포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단체의 직원들은 해당 부처 공무원의 가족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며 최근 설립되는 귀어촌센터나 귀농귀촌지원센터 등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만들어지고 있고 해당 부처 퇴직공무원의 자리가 되고 있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산자원공단 등 농림·해양 분야 14개 공공기관의 사규에 대해 부패영향평가를 시행한 결과 퇴직공무원의 고액 자문료를 정기적으로 받은 내용을 포함한 총 83건의 개선사항을 지적했다. 

대한민국이 정치인과 공무원의 천국이란 현실은 사실상 이러한 사회 기득권에서 나온다. 최근 붉어진 강원 랜드의 채용비리 사건은 모든 공기업뿐만 아니라 각 부처의 산하 단체로 구분되는 유관기관 및 단체의 고용에도 일상화된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기관 단체의 실태를 종합한 자료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러한 것에 관심을 갖는 정치세력도 없다. 이는 이러한 모든 것이 정치권력과 연동하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언론 수준은 이러한 사실을 보도할 만큼의 판단과 역량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드러나지 않은 그림자와 같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그러한 모든 유관기관이 사회악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설립 목적과 취지에 따라 그러한 역할은 충분히 다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공정성에 있다.

정권이 바뀌면 100만 개의 자리가 이동한다는 사실은 과장이 아닌 실체다. 청와대 인사팀이 직접 관여하는 인사가 1만 명에 이르고 이 1만 명이 다시 100만 명을 통제한다. 이는 한국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국가권력은 이러한 현실적인 권력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의 척결’을 부르짖는 정치인은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 절차와 순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성이 부여될 수 있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인재발굴도 인사권의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낙하산 인사를 한다는 사실이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정치인이나 고위직 퇴직공무원이 고문으로 들어가 자문료를 받는 행위는 배임행위이고 사후 뇌물죄에 해당된다. 이는 현직에 재직 시 처리한 업무에 대하여 연관성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있는 민간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법률상의 편법을 이용하여 사실상의 임금을 지불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관련 법률에 분명한 규정이 명시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국가의 모든 유관기관이 개방적 구조와 공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djk3545@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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