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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갑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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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 진단을 통한 재정 지원 방식 문제 있다.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강갑원(대진대 명예교수)
 
2021년 9월 3일 교육부는 2021년 대학 기본 역량 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광역시 소재의 전통있는 I 대학을 포함하여 수도권 11개 대학이 탈락(이후 미선정)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국 161개 일반대학 중에서 136개 대학이 선정되고(84.5%), 25개 대학이 미선정되었다. 전국을 5개 권역, 즉 수도권, 대구·경북·강원권, 부산·울산·경남권, 충청권, 호남·제주권으로 나누어 권역별로 90%에 해당하는 대학을 1차 선정하고, 권역과 관계없이 미선정된 대학 중에서 2차 10%에 해당하는 대학을 선정했다. 결국 동일 권역 내 대학 간 상대적 비교를 통해 선발한 셈이다. 일부 평가 항목은 대학 설립 구분에 따라 다른 것도 있다. 법인 책무성에 대한 평가는 사립대에만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각 평가 항목별 점수는 만점 기준에 비추어 도달한 정도로써 채점되며, 만점은 비교 집단 대학의 평균치를 사용한다. 만점 기준도 항목에 따라 대학의 설립 구분별 평균치를 사용하기도 하고(예: 교육비 환원율), 대학설립 구분 없이 통합 평균치를 사용하기도 한다(예: 신입생 충원율). 
  진단 항목은 발전계획의 성과(4점), 교육여건(20점), 대학운영책무성(9점),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29점), 학생지원(13점), 교육성과(25점) 총 100점이다. 선정된(통과) 대학은 교육부의 일반재정지원(대학혁신지원사업), 특수목적 재정지원(국가, 지자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미선정 대학은 특수목적 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제한은 받지 않으나 일반재정지원은 받을 수 없다. 
  평가는 3년마다 이루어져 왔으며 2021년이 세 번째이다. 대학기본역량 진단은 형식적으로는 대학의 자율적 참여에 의한다지만 현실적으로는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평가이다. 일반 대학의 경우 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어야 교당 3년간 평균 48.3억을 지원받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평가는 단순히 재정지원만 걸린 문제가 아니다. 미선정 대학이 되면 이미지 실추와 함께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고 학자금대출도 받을 수 없는 대학을 누가 지원하겠는가?     
   교육부는 오랫동안 대학에 교부하여야 할 재원을 다양한 평가를 통해 선별적으로 차등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대학기본역량진단 이외에도 대학혁신지원사업, LING+사업,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 SW중심대학사업, 4차산업혁명혁신선도대학사업, 디지털신기술인재양성 혁신 공유대학 사업, 미래교육선도과제, 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 원격대학혁신산업, 사학혁신지원사업 등의 재정 지원 사업은 물론 재정 지원과 관련이 없는 교원양성기관평가, 전공평가 등 다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평가를 실시해 왔다. 평가 홍수 속에 대학은 이미 피로감이 쌓였다. 연중 교수와 직원은 평가 준비에 내몰리고 있고, 행정력이 소진되자, 급기야 외부 업체에 평가 준비를 맡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 본연의 임무는 어느새 교육부의 평가를 잘 받는 것으로 뒤바뀌었다. 반복되는 평가로 인해 대학은 실질적 대학 발전보다는 재정 지원이라는 과실을 목표로 한 형식적이고 관성적 평가 준비를 하고 있다. 10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러한 사업에 목을 맨다. 평가를 잘 받지 못한 대학의 총장은 대학 동문이나 학생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 대학기본역량평가 지표를 보면 평가를 잘 받으려면 대학은 크게 두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하나는 대학과 학교 법인이 돈이 많아야 한다. 둘째는 학생이 많아야 한다. 평가를 잘 받으려면 전임교원을 많이 확보해야 하고, 전임교수 보수가 높아야 하고 등록금 수입금 대비 교육에 투입한 돈(교육비 환원율)이 많아야 한다. 학교 법인이 교직원의 연금이나 보험료의 일부를 부담하는 법정 부담금과 대학 교비를 충당하는 법인 전입금이 많아야 한다. 강좌 수가 많아야 하고, 강의 규모는 작아야 하며, 외부 강사의 강사료는 높아야 하고, 일정 인원수 이상의 강사를 채용하여야 한다. 이 모든 것에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 이 항목들의 반영 비율이 약 30%를 차지한다. 신입생과 재학생이 정원 대비 비율이 높아야 한다. 이 항목은 20%를 차지한다. 첫 번째 조건과 두 번째 조건이 차지하는 평가 항목의 비율은 약 50%를 차지한다. 한 마디로 돈이 없는 대학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의 성패는 여기에서 결정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평가지표가 대학이 노력한다고 해도 하루 아침에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할 경우 무기력증이 생긴다. 대학기본역량진단 신청도 하지 않은 대학은 혹시 무기력증에 빠진 것은 아닐까?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했지만 평가의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정성은 의미가 없다. 대학의 소모적 경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만점 기준을 참여 대학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소모적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전임교원 확보율 평균이 2015년 71.37%, 2018년 79.42%, 2021년 79.99%로 상승하였고, 교육비 환원은 2015년 211.32%, 2018년 234.53%, 2021년 248.3%로 각각 증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학이 교원 충원율을 높이기 위하여 인건비가 적게 드는 형태의 교원 충원을 하자 교육부는 교원의 최저 임금을 설정하여 이를 막았다. 교육비 환원율이 2021년에 평균 약 250%에 달했다. 학생 등록금 이외에 등록금의 약 1.5배의 돈을 더 투입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구도에서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공립대가 아닌 사립 대학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평가 지표 1점을 올리려면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 이러니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의 자존심은 갈수록 올라가고 사립대의 자존심은 갈수록 떨어진다. 국·공립 대학의 광고에서 유독 국·공립대임을 강조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도교육청으로 관리가 이관되고 국가의 재정 지원으ㄹ받는 초·중등 학교 사학은 국공립과 다를 바가 없다. 유독 교육부가 관장하고 있는 대학만 사정이 이러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 교육은 사학이 이끌어 왔고 현재도 그러하다. 국가는 사학의 한국 교육에 공헌한 바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평가에서 적어도 국·공립 대학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현재 방식의 대학기본역량 진단 평가 자체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약 85%의 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치고는 대학과 교육부의 행정 소모가 너무 과하다. 미선정 대학은 낙인이 찍힌다. 결과적으로 이 평가는 징벌적 평가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 해결 방법은 평가 결과를 재정 지원과 연계하지 않는 것이다. 조건 없이 각 대학의 규모에 맞게 재정지원금을 교부하여야  한다. 역량 진단 본연의 취지를 살려 타당한 절대 준거를 개발하고 평가 결과 미달 대학에 대해서는 행정 컨설팅 등과 같은 적극적 처방으로써 지원할 필요가 있다. 1점 미만의 점수 차이로 낙인이 찍히는 이러한 평가 방식을 이제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 현 평가체제상에서도 다음과 같은 구체적 문제점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상대평가를 함으로써 대학 간 끝없는 소모적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절대평가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둘째, 대학에 예산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평가 지표가 너무 많다.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셋째, 학생 충원율 지표와 같은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보다 싼 국공립대가 유리한 지표의 비중을 완화하거나 사립대와 국공립대의 구분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넷째, 동일한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서울과 서울 이외 지역 간에 여건의 차이가 크고, 서울 이외 지역도 남부와 북부의 여건의 차이가 크다.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에서 가장 유리한 대학은 서울에 소재한 대학이고, 가장 불리한 지역은 수도권 북부에 소재한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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