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환자혁명] 전염성 질환 신종 플루에서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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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환자혁명] 전염성 질환 신종 플루에서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까지
  •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 승인 2022.05.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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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nbn시사경제]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질병은 크게 감염성 질환과 대사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감염성 질환은 주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고, 전염을 통해 옆 사람에게 확산될 수 있는 질병들을 의미한다. 반면 대사 질환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암처럼 감염이 아닌 정상적인 신체 대사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들이다.
감염성 질환은 플레밍이 항생제를 발명하고, 위생과 격리에 관한 개념이 생겨나기 전까지 오랫동안 인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던 질병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전염병이 확산되면 별다른 대책도 없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 두려움은 지금도 이어진다. 2015년 한국의 메르스 사태, 2009년의 전 세계적인 신종 플루 대유행(pandemic) 그리고 미국에서는 2014년 에볼라와 2015년 디즈니랜드 홍역 사태, 2016년 지카 바이러스까지 전염성 질환에 대한 보도는 늘 사람들의 공포심을 유발했다. 상업 언론 특유의 선정성과 자극성 때문인지 몰라도, 불구경하듯 자극적인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메르스 때만 해도 시시각각 늘어나는 감염 확정자와 사망자 집계가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2009년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머물 때 신종 플루가 유행했다. 아이 엄마가 병원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울면서 인터뷰하는 모습이 9시 뉴스에 보도되었다. 병원에 왔는데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가 동났다는 것이다. 당시 타미플루가 품귀 현상을 빚었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뉴스를 보며 근심하는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신종 플루? 내년 여름 되면 아무도 기억 못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종 플루 사망자 수가 일반 계절성 독감보다도 적었다. 한국에서 계절성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0년 기준으로 약 2370명이다. 이는 국내 전체 사망자 수의 1%에 해당한다. 미국은 1만 명에서 3만 명 정도다. 물론 건강한 사람이 독감으로 사망하지는 않는다. 영유아와 노약자 그리고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이다. 독감으로 지병이 악화되거나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서 2014년 에볼라 뉴스가 터졌을 때, 그리고 2015년 초에 디즈니랜드발 홍역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언론에선 난리가 난 듯 떠들어댔고, 나는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다.
“내년 여름에 봐. 아무도 기억 못해.”
다행스럽게 나의 예언(?)은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전염성 질환의 발병 및 확산에 관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늘 드는 생각은, 언론이 그야말로 엉뚱한 내용을 보도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 뭐 하나 발표하면 언론은 그냥 앵무새처럼 떠드는 건 알겠는데, 확산율이나 유병률, 사망률 때문이라면 정말 보도해야 할 것이 신종 플루나 메르스가 아니라 당뇨와 암이다. 국내 당뇨 환자는 2010년 이미 48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6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신종 플루 덕에 타미플루 재고량 모두 처리 

2009년 조류독감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유일한 치료제는 로슈(Roche)의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였다. 당시 엄청 많은 양을 생산하는 바람에 재고가 잔뜩 남았는데, 재고품의 유효기간이 다가오자 때마침 터진 것이 전 세계적인 신종 플루였다. 공교롭게도 치료제는 똑같은 타미플루였다. 결국 신종 플루 덕분에 재고를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로슈의 주가가 올라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타미플루 생산은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에서 하고 있지만, 미국의 바이오벤처 기업 길리아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가 개발했고, 이 기업의 회장은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부 장관이다. 타미플루는 럼스펠드, 부시, 딕 체니 가문을 떼부자로 만들어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타미플루 덕분에 럼스펠드의 자산은 1200배 증가했다.
2014년의 에볼라 관련 뉴스도 드라마틱했다. 미국인 환자를 방역 장치가 된 비행기에 싣고 본국으로 데려와 격리 시설된 병원에서 치료하는 모습이나, 미국 내에도 에볼라가 퍼져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국민들의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방영되면서 미디어에서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급으로 센세이셔널하게 다뤄줬다.
당시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1000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전문가들이 방송에 출연해 우려를 쏟아냈지만, 막상 따져보면 매년 독감 사망자가 미국에서만 수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독감 사망자의 실시간 집계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2012년엔 전 세계 홍역 사망자가 12만 2000명이 넘었다. WHO에서는 에볼라보다 홍역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홍역은 감염 경로라든가 병리 역학이 에볼라 바이러스와 아주 비슷하다. 재채기나 기침으로, 혹은 가까운 신체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쉽게 전달, 감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홍역 사망자 대부분이 위생 상태와 영양 상태가 열악한 아프리카 빈국에서 발생하고 미국에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제3국의 홍역이나 볼거리 사망자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지역의 풍토병에 불과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갑자기 뉴스화되었던 걸까? 에볼라가 지역적으로 확산되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현상은 주기적으로 있었던 일인데, 왜 2014년에 느닷없이 미국에서 뉴스거리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은 에볼라가 아니라 뉴스였다. 2011년 타미플루와 마찬가지로 에볼라 뉴스와 때를 맞춰 에볼라 치료제가 준비되고 있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바이오벤처 맵 파마수티컬(Mapp Pharmaceutical)에서 지맵(Z Mapp)이라는 에볼라 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었고, 에볼라 뉴스가 나가기 1년 전에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혈청으로 개발하니까 약뿐만 아니라 백신도 나온다는 건데, 백신 판매를 위해선 대중의 공포가 필요했다.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무엇 때문인가

2016년에는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 뉴스가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머리통이 유난히 작은 아이들의 기괴한 사진과 함께 뉴스가 퍼져나갔다. 임신부가 감염되면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지면서 공포가 확산되었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는 말은 늘 따라붙는 수식어. 미국 보건 당국이 남미와 중미 여행 자제를 권고하면서 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브라질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모두들 흥분하고만 있을 때, 일부 과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8년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되었는데, 지난 60년간 별 탈 없던 바이러스가 과연 2015년 말에 갑자기 늘어난 소두증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역학조사 결과, 당시 브라질에서는 4780건의 소두증 의심 사례가 보고되었고 그중 404건이 소두증으로 확인되었으며 그중 17건만 혈액검사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다. 404건 중 17건이라면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
반면, 콜롬비아의 경우에는 3117명의 임신부 지카 바이러스 확진자 중 신생아 소두증 사례 보고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자 모기가 퍼뜨리는 지카 바이러스가 원인이라 했던 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주장은 쏙 들어갔다. 하지만 공포는 이미 확산되었고 뒷수습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2015년 말과 2016년 초에 급증한 소두증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었다. 우선 아르헨티나 의사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피리프록시펜(Pyriproxyfen)이 들어간 물을 마신 결과로 신생아 소두증 발병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피리프록시펜은 유전자 조작 작물로 유명한 몬산토의 제휴사인 일본 스미토모 화학이 개발한 해충 박멸제다. 소두증 발병이 집중된 지역의 지방정부가 모기 유충의 성장을 막기 위해 수돗물에 피리프록시펜을 첨가한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브라질 정부는 피리프록시펜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다른 용의자는 아트라진(Atrazine)이라는 제초제다. 몬산토의 라운드업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인데, 2011년 임신 중 노출되었을 때 소두증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위험성을 경고한 제품이다. 브라질 해당 지역 농작물에 과다 살포된 바 있어 의심을 받고 있다.
또한 영양 결핍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두증 급증 지역 주민들은 비타민 A와 아연 결핍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A는 결핍 시 소두증을 유발한다고 밝혀진 바 있다. 아연 또한 뇌의 구성과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브라질 정부가 2015년부터 시행한 임신부 TDaP 예방접종 의무화다. TDaP는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복합 백신이다. 해당 백신은 뇌염과 같이 뇌신경에 손상을 가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공교롭게도 TDaP 백신 의무접종 실시 몇 개월 후부터 신생아 소두증이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임신부에게 백신보다는 비타민 A와 아연을 공급하는 게 훨씬 유익했을 것이다.
결국 소두증 증가의 원인은 모기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보다는 열악한 위생 환경, 영양실조,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TDaP 백신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금까지 사스, 조류독감, 신종 플루, 메르스, 에볼라 등 거의 해마다 애먼 바이러스나 모기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면서 마치 온 인류가 멸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효과도 없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하는 제약 회사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았다.

 

감기 vs 독감 vs 유사 감기: 감염성 질환에 대한 오해들

감기에 안 걸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감기가 어떤 병인지 잘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대부분 감기와 독감과 몸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의사들이나 알면 되지 일반인들이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나의 자녀들이나 부모, 형제, 친척, 친구 등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알아두면 대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감기는 건강한 일반인들에게 큰 장애를 남기는 위험한 병은 아니지만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이고 발열, 콧물, 기침 등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준다. 일분일초가 소중한 현대인들에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전체 인구가 감기 때문에 결근하는 일수(日數)를 더해 경제적 손실을 계산하기도 한다.
감기는 의학적으로는 상기도 감염증, 그중에서도 급성 비인두염을 말한다. 원인은 바이러스. 콧물감기를 주로 일으키는 리노 바이러스, 고열과 몸살을 일으키는 콕사키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 2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너무 다양한 데다 변이도 잦아서 치료제나 예방 백신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가능하겠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
비인두에서 염증이 시작되면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염증 매개 물질이 뇌에 전달되고 전신 증상이 시작된다. 콧물이 흐르고, 몸에 열이 나고, 기운 없고, 소화 안 되고, 두통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들은 엄밀히 따지자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증상이 아니다. 우리 뇌의 지시에 따라 우리 몸이 일으키는 증상이다. 왜일까?
답은 감기 바이러스와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서다. 바이러스들이 일단 몸 안으로 들어오면 이에 대한 인체의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인체의 대사 기능을 활성화하여 저항력을 키우려 하는 것이 발열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다. 반면, 감기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백혈구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열이 1도 올라가면 10% 정도의 대사 기능 향상이 이루어진다. 그러다가 열이 지나치게 오를 경우, 두뇌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편도가 열을 차단한다. 편도선이 붓는 것이다. 또한 기침과 콧물을 통해 바이러스 침입 경로인 호흡기에서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치료랍시고 해열제를 먹여 열을 낮춘다. 조금 불편하다고 콧물약을 먹이고, 진해거담제를 먹여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한다. 편도는 불필요하니 잘라버린다. 응원은 못해줄망정 감기와 싸우려는 우리 몸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엄마들의 가장 큰 공포는 열이다. 고열로 인해 뇌가 손상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발열은 보통 38.4도에서 40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41.5도가 넘어가면 뇌에 영향을 끼치지만 대부분의 경우 41도를 넘지 않는다.
38도 이하의 열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이가 열이 날 때 엄마가 해야 할 일은 해열제를 먹이고 편히 자는 것이 아니라 열이 더 오르지는 않나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열이 오를 때는 미온수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 해열제만큼이나 효과가 좋다. 간단히 해열제 하나 먹으면 될 일을 가지고 왜 유난 떠느냐는 생각이 든다면 해열제를 먹여도 된다. 어디까지나 각자의 판단에 달린 일이다.
일기예보를 보면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환절기에 감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걸까?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거나, 또는 더워졌거나 일교차가 심할 때 걸리는 감기는 반드시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니다. ILI(Influenza like illness)라고 해서 굳이 번역하자면 ‘유사 독감’이다. 바이러스와는 관계없이 우리 몸이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추기 위해 부대끼는 몸살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기나 독감 증상을 보이는 사람 중에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는 13%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나 환경 변화에 맞추기 위해 몸이 부대끼는 몸살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감기나 독감은 비율상 얼마 되지 않는다.
흔히 알려진 상식으로, 감기 바이러스는 저온에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남극에선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남극에서도 열나고 콧물 흐르고 감기에 잘만 걸린다. 바이러스와 상관없이 몸살에 걸리는 것이다.
변화하는 기온과 환경 속에서 우리 몸이 36.5~37.5도를 항상 유지하기 위해선 보통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변온동물인 파충류처럼 일주일씩 굶을 수도 없다. 끊임없이 음식을 먹어야 한다. 항온동물의 숙명이다. 외부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을 때, 시상하부의 체온 중추가 작동해 체온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때론 지나치게 체온이 올라가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가 흔히 감기라고 생각하는 증상인 발열이나 콧물, 재채기뿐만 아니라 변비, 설사, 피로 등을 동반하는데 바로 유사 독감이다.
환절기 외부 온도 변화뿐만 아니라 과도한 노동이나 갑작스럽게 무리한 운동, 스트레스, 수면 부족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충분한 수면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쉬어가라는 몸의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감기와 독감을 같은 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증상이 미미하면 감기, 증상이 심하면 독감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다. 독한 감기가 독감이 아니라 둘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로 발병한다. 독감의 원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한 가지다. 다만 인플루엔자의 종류가 다양하다. H1N1 하는 식으로 알파벳과 숫자로 나가는 바이러스다. 매년 변종을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기도 힘들고, 치료제를 만들기도 어렵다.
감염성 질환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것이다.
독감 바이러스에 스치기만 해도 독감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거나 재채기하는 사람 옆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격리 시도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유비무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독감이 증상을 일으킬 확률은 3%도 안 된다. 유행성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생존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메르스도 치사율이 40%나 된다고 해서 우려했던 것이지 전염성은 오히려 낮았다. 메르스의 감염병 재생산지수(reproduction number)는 1 기준으로 0.6 수준이고, 전염성이 강한 홍역의 경우 12에 달한다. 재생산지수가 1이면 한 사람의 감염자가 한 명의 2차 감염자를 만든다는 의미다. 숫자가 클수록 전염력이 높다.
감염자가 모두 증상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독감 시즌에는 거의 대부분이 목에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잠을 못 잤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영양 섭취가 부실해서 내 몸의 면역력이 약해질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전염병이 확산될 때,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면서도 어떤 의료진은 감염되고 어떤 의료진은 괜찮다. 그 차이가 방역복 잘 입고 마스크를 잘 쓰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안전 수칙을 잘 지키고 안 지키고의 차이도 아니다. 개인의 면역력 차이다. 이 개인 면역력을 결정짓는 것은 단순히 백신을 맞았는가, 안 맞았는가의 여부보다 영양, 수면, 스트레스, 위생 이 네 가지가 가장 큰 작용을 한다.
아이가 감기에 잘 걸린다고 해서 면역력이 약한 약골로 단정 지어선 안 된다. 통계에 의하면 성인은 1년에 감기 2~3번, 소아의 경우 6번이 평균적이다. 아이가 성인보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은 아이의 면역력이 아직 훈련 중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감기 안 걸리는 아이는 없고, 감기를 통해 면역력이 보다 튼튼해지는 것이다. 그 아이가 커서 정말 약골이 되었다면, 혹은 커가면서 잦은 중이염, 폐렴, 천식, 알레르기, 아토피 등으로 고생한다면, 어려서부터 자주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항생제를 먹인 엄마의 잘못일 수도 있다.
나는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단 한 번도 항생제를 먹어본 적이 없다. 항생제가 쓸데없는 약이라서 안 먹인 것이 아니다. 항생제는 죽을 사람을 살려내는 기적의 약이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구해냈다. 우리 아이들은 다만 죽을 일이 없었을 뿐이다. 감기는 죽을병이 아니기 때문에, 중이염도 죽을병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중이염에 걸린 적도 없었지만) 항생제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대신 모유 수유를 했다. 여름 내내 얼굴이 새까매지도록 밖에서 뛰어논다. 잠자는 시간은 매일 열 시간 이상 잔다. 아이들에게 하루 열 시간의 수면은 아이의 성장, 정서, 면역,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숙제나 공부는 감히 잠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없다.
샐러드나 채소를 거부하지 않고 좋아한다. 양파, 마늘, 셀러리, 가지, 당근, 파프리카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가능하면 유기농으로 먹였다. 입맛은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여준 덕분이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풍요로운 환경에선 아이들을 키우면서 항생제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위생 상태와 영양 상태가 좋기 때문에 감기가 중이염으로, 또는 폐렴으로 쉽게 번지지 않는다. 폐렴이 발생하면 그때 항생제를 써도 늦지 않다. 미리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폐렴을 예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인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의미하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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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아무리 좋아도 남용해선 안 되는 이유

메르스나 지카 바이러스는 치료제가 없다고 해서 공포심이 확산되었는데, 매년 꼬박꼬박 찾아오는 감기나 독감도 치료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치료약이 없다는데 무서운가?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나면 그렇게 두렵지만은 않다. 메르스는 감기의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다. 한때 유행했던 사스(SARS)와 똑같은 바이러스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워낙 증세가 미미해서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없었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 가치조차 없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기 때문에 메르스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던 것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어떤 바이러스에 의해 감기에 걸렸는지 알 길이 없다는 사실도 약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치료제도 없는데 병원은 왜 갈까? 치료제는 없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들은 많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해열 진통 소염), 진해거담(기침 가래 제거), 항히스타민제(콧물 억제) 같은 약들이 있다. 때론 증상 자체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을 완화시킬 필요도 있고, 환자의 불편함을 해소시켜 휴식 혹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약들이다.
그런데 병원 가면 이런 증상 완화제들과 함께 항생제를 처방해준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항생제 처방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미국 어린이들은 스웨덴 어린이들보다 다섯 배 이상 항생제를 많이 복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가 아무 조치도 안 해주는 것에 대한 환자의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환자들의 의식이 그렇지 않다 보니 의사들도 뭔가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항생제를 처방해준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때는 의사와의 상담이나 조언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조치를 바라고 왔기 때문에 그냥 돌려보내면 불만을 토로한다. 안심하고 푹 쉬라는 의사의 말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안심하고 푹 쉬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처음부터 병원에 약을 탈 마음으로 간 것이기 때문에 약을 얻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기는 약물보다는 집에서 잘 쉬는 게 올바른 처방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부분은 99.9%를 의미한다. 일주일 정도 잘 쉬면 자연치유되므로 항생제가 하는 역할은 없다. 항생제는 항바이러스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에 작용하지만 감기나 독감은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유사 독감이나 몸살의 경우엔 해당 사항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잘 이해하는 의사들은 신중하게 항생제를 처방하기 때문에 의원에 따라 항생제 처방 비율은 0%에서 95%까지 그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다. 항생제 처방을 즐기는 의사들은 폐렴이나 중이염 같은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의학적으로 볼 때 전혀 근거가 없다. 항생제는 예방 효과가 있는 약이 아니고, 함부로 남용해도 되는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이에 대해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중이염에 걸린 소아 환자에게도 항생제 처방을 자제하거나 신중히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소아 환자들의 경우 항생제 남용을 주의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뉴욕 의과대학에서 동물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고, 연구 논문이 2015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되었다. 특정 항생제가 청력 상실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지원한 한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의 논문이 2015년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등재되었다.
둘째, 항생제 남용이 소아비만을 유발한다. 2016년 3월 《미국소화기학회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만 1714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서 2세 이하 아동이 항생제 치료를 받을 경우 소아비만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항생제는 오히려 어린이들의 면역을 크게 약화시킨다. 최근 에 어린이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등 면역 계통의 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항생제 오남용이다. 우리 면역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장내 유익균이 멸절하기 때문이다.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 폐렴과 중이염에 반복해서 걸리는 아이, 방광염이 자꾸 재발하는 할머니 등 모두 항생제 남용이 원인일 수 있다.
넷째, 항생제가 위장 장애를 일으켜 무기질 영양소의 소화와 흡수를 저해하면 영양 결핍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영양소가 결핍된 상태로 무슨 건강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반복되는 크고 작은 감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항생제를 처방받을 것이고, 결국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드는 것이다.
다섯째, 항생제 과다 처방은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행위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덕분에 오늘날의 현대 의학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항생제 종류가 늘어나고, 의사들의 처방량이 급증하면서 항생제의 기적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있다. 내성균이 출현하면서 약효가 점점 떨어진 것이다.
의학계는 당혹해하며 더 센 제품을 생산해냈지만, 그럴수록 더 강한 내성균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폐구균만 해도 1986년에는 페니실린으로 완치가 가능했다. 그러나 1990년 내성률이 25%로 치솟더니, 2000년대에 들어와선 80%를 넘어섰다. 내성률 80%란 항생제를 처방했을 때 100마리 세균 가운데 80마리가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약의 기능을 거의 못하는 셈이다.
급기야 1997년에는 ‘항생제의 마지막 보루’라 여겨지던 반코마이신(Vancomycin)에도 절멸하지 않는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이 출현했다. 이로써 항생제는 만병통치약에서 ‘위험한 약’ 취급을 받게 되었다.  

 

조한경 기능의학 전문의
조한경 기능의학 전문의

[필자소개] 지은이 조한경 (Joshua Cho, DC) 
환자들을 향해 ‘병원에 오라’고 외치는 대신,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의사.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남가주대학(USC)을 졸업하고 2000년 카이로프랙틱 척추신경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에 위치한 진료실에서 열정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레이저 통증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던 당시, 콜레스테롤 저하제 복용 환자들에게서 말초신경통이 흔하다는 사실과, 단순한 레이저와 약물 치료만 받는 환자들에 비해 지방산 복용을 처방한 환자들의 치료 결과가 더 좋다는 사실에 착안해 본격적으로 영양학과 기능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항노화학회와 통합의학학회의 수련의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기능의학 보드 펠로 과정 중에 있다.
조한경 원장이 추구하는 진료는 환자들의 ‘질병을 관리’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건강’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 교육’과 ‘영양’뿐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의사의 말이라면 맹목적으로 따르는 ‘무식한’ 환자들을 일깨우기 위해 왜 병이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환자 본인도 한 번쯤은 직접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는 환자의 관심이 치료 결과를 바꾼다고 확신한다. 
조 원장은 환자들에게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온 것으로 내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주체가 되고, 의사는 도울 뿐이라는 것이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관절염, 골다공증, 암 등 대부분의 현대 성인병들은 환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고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유튜브 채널 ‘Dr. Joshua Cho’는 10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maceye06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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