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ㆍ전세값 폭등에 절망한 중년 서민들이 민주당 참패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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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ㆍ전세값 폭등에 절망한 중년 서민들이 민주당 참패 안겼다
  • 이원영 기자
  • 승인 2022.06.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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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단지.(nbnDB)
서울의 아파트 단지.(nbnDB)

[nbn시사경제] 이원영 기자

6.1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가운데 최대 패인은 집값 상승에 따른 '전세 난민'의 실망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은 이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예리한 정치 평론을 제시해와 주목을 끌고 있는 이주혁 씨(의사)는 1일 <참패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가 중요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해 절망한 중년 서민들이 전 정부에 등을 돌린 것이 민주당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사는 "나는 탄핵 이후 승승장구한 민주당이 어려움에 빠지고 국힘당이 예상치 못한 큰 승리를 거두게 된 이유는 민주당의 반성이 부족해서도, 이재명때문도 조국때문도 송영길 때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수완박때문도 청문회때문도 박지현 때문도 아니다. 부동산 때문이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 중에서도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값이 미친듯이 올라간 게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들을 투표장에 안 나가게 만들어, 대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의사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인 수도권 거주 40대 남성들은 대개가 가장들이며, 이들이 집값/전세값 상승으로 인해 너무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이 풍향계를 180도 바꿔 놓은 요인이라 분석할 밖에 없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 정부가 만약 재건축을 막 추진하고 온갖 규제를 다 풀면, 집값은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론적으로 이전 정부의 정책을 거의 바꾸지 못할 것이다"며 "수도권에서 적극적으로 국힘당에 몰표를 줬던 유주택자들은 오히려 향후 1년 정도가 지나면 굉장한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이주혁 의사의 이 글은 포스팅한 지 채 12시간도 지나지 않은 2일 오전 1000건이 넘는 '좋아요'와 50회 이상 공유되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다음은 이주혁 의사의 포스팅 글 전문.

 

<참패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가 중요하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진 후 계파간 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당내 리더쉽이 실종되리라는 건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리더쉽이 없이 의석만 많은 조직은 혼돈 속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는 것 역시 충분히 예측했던 일이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치른 선거가  지리멸렬할 것 역시 매우 뻔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대선 직후 허니문 기간에 치뤄진 이 지방선거가 민주당에게 아주 안 좋은 결과로 나올 꺼라는 것 역시 충분히, 누구나 예측하던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선거에 대해 너무 길게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같다. 이 이후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것같다. 
새누리당- 자한당- 국힘당의 정체성은 결국 "기득권 수호 정당"이다. 그 기득권 수호 정당만이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전통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이 국힘당의 지지자들이 되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은 어느 때나 기득권에 저항하는 정당이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  계급의 고착화에서 탈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 하는 소망을 가진 자들이 민주당의 지지층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국힘당쪽 후보가 거꾸로, "공정과 상식"이라는 슬로건을 열심히 외쳤지만, 사실은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우리 국민 70% 이상이 알고 있다. 국힘당은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가진 후엔 지들이 기득권 정당이 되어, 불공정하게 이득을 챙겼다" 라는 프레임을 유포하고 박원순 조국 김경수 등을 거기에 열심히 몰아넣어 집권의 명분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나는 본다. 여전히 국힘당은 전통적인 기득권층을 수호해 온 정당이고 민주당은 기득권층에 저항해 온 정당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몇 십년을 그렇게 이어온 게 단 몇 년만에 거꾸로 뒤바뀌었을 꺼라 믿는 사람은 없다. 
나는 탄핵 이후 승승장구한 민주당이 어려움에 빠지고 국힘당이 예상치 못한 큰 승리를 거두게 된 이유는 민주당의 반성이 부족해서도, 이재명때문도 조국때문도 송영길 때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수완박때문도 청문회때문도 박지현때문도 아니다. 
부동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값이 미친듯이 올라간 게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들을 투표장에 안 나가게 만들어, 대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을 만들었다. 
2019년 9월에 윤석열 검찰의 난이 있었고 2020년 4월 총선은 민주당이 역대급 승리를 거둔다.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이 시행되고 2020년 말 집값과 전세값이 수직상승해 버렸다. 이후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불과 12개월 사이에 저렇게 민심이 뒤바꿀 수 있는 사건은 많지 않다. 
SH사태, 조국 사냥 검찰의 난, 박원순 시장 여비서 김씨 사건, 이런 것들은 모두 도덕/윤리적 이슈들이다. 그거 갖고 1년만에 민심이 저 정도로 바뀌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인 수도권 거주 40대 남성들은 대개가 가장들이며, 이들이 집값/전세값 상승으로 인해 너무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이 풍향계를 180도 바꿔놓은 요인이라 분석할 밖에 없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오고 있다. 
그러나 임대차 3법이 나쁜 법인가? 그건 나쁜 법이 아니다. 이 법이 전세값을 급등시킨 이유는 이게 나온 시기가 마침 집값 급등기였기 때문이다. 만약 집값 하락장에 저 법이 나왔다면, 집주인들은 그렇쟎아도 집값 하방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절대 전세값을 높이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 현재 집값 상승장은 끝났다는 점이다. 즉, 선거 기간에는 문재인 정부가 규제를 너무 많이 해서 집값이 올라갔다고 그렇게 욕을 욕을 해서 당선이 되놨는데, 이게 앞뒤가 바뀐 언사였다. 민주당이 규제를 너무 해서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집값이 하도 시장에서 올라가니 잡으려고 규제를 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자기들도 집권하면 그렇게 할 꺼면서....) 
어쨌든 그거 욕해서 당선돼 놨으니 윤석열 정부는 이제 규제를 확 풀 것이라 믿고 기대하는 수도권 국민들이 엄청 많았다. 공약사항인 분당/일산 재개발 규제완화, 대출규제 완화, 재산세종부세 완화가 그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막상 새 정권이 출범하자 엽때껏 규제를 풀 생각을 안 한다. 기껏 다주택자 양도세 1년 유예만 해 놨는데 이것갖고는 시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지금 거래량은 역대 최저이며 매물만 쌓이는 중이다. 집값은 떨어지지도 올라가지도 않고 있다. 집주인들이 집값 호가를 한 푼도 낮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1도 없기 때문이다. 양도세 1년 유예? 저거 끝날때쯤 되면 또 더 유예할 껀데 뭐. 이렇게들 생각하고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거래는 성사 안 돼고 집값은 안 떨어진다. 
선거 전에 열심히 입 털었던 대로 만약 재건축을 막 추진하고 온갖 규제를 다 풀면, 집값은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론적으로 이전 정부의 정책을 거의 바꾸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정책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전망을 봤을 때 수도권에서 적극적으로 국힘당에 몰표를 줬던 유주택자들은 오히려 향후 1년정도가 지나면 굉장한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결국 국힘당의 지지도는 떨어지게 돼 있다. 
민주당은 차라리 조직이 완전히 쭈그러들었으면 좋겠다. 분열이 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총선 앞두곤 또 합칠 테니) 
시험도 완전히 망쳐  봐야 자기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이 뭔지 라이벌의 약점과 강점이 뭔지 더 고민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승리에 취해 있을 때는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참혹한 패배와 시련을 겪어야 더 강해진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의 참패를 계기로 여러 어려움과 내홍을 겪겠지만, 그로 인해 앞으로 작아도 좋으니 더 탄탄한 자기 정체성을 되찾게 되길 바란다.
 

qido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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