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환자혁명] 고혈압 증상에 불과한 숫자에만 집착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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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환자혁명] 고혈압 증상에 불과한 숫자에만 집착하지 마라
  •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 승인 2022.07.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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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경 기능의학 전문의
조한경 기능의학 전문의

[nbn시사경제]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당뇨의 원인이 고혈당이 아닌 것처럼 고혈압의 원인 역시 높은 혈압이 아니다. 고혈당이 증상에 불과하듯 고혈압도 증상일 뿐이다. 물론 유전적으로 혈압이 높은 경우도 분명 존재하지만 흔치 않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원인이 존재하고, 그 원인만 제거하면 쉽게 혈압을 낮출 수 있다. 아니, 어렵고 쉽고를 따질 일이 아니다.

원인이 되는 것들을 확인하여 삶에서 제거하는 것은 병원 치료와 별개로 환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혈압약을 처방하는 의사들도 생활 습관과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환자들이 철저하게 잘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뿐이다.
그렇다면 점검해볼 만한 고혈압의 원인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사 증후군의 원인이 인슐린 저항이다 보니 대사 증후군 환자는 혈당이 높고 살이 찐다. 혈당이 높다는 뜻은 피가 맑지 않다는 뜻이다. 피가 끈적하면 혈류 저항이 강해서 온몸 구석구석까지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려면 더 큰 압력이 필요하다. 자연히 혈압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한 혈당 수치가 높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혈압이 올라간다.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소는 스트레스다.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경우, 먹는 음식까지 당분이 높다면 최악의 콤비라고 할 수 있다.

살이 쪄도 혈압이 올라간다. 우리 몸이 500g 살이 찌면 3km 이상의 혈관을 더 필요로 한다. 더 길어진 혈관에 피를 돌리려면 더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심장이 더 격렬하게 피를 짜내 혈압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혈관이 탄력을 잃는 것도 문제다. 혈관은 빨대처럼 빈 관이 아니다. 혈관에도 근육이 있어서 심장을 도와 피를 이동시키는 데 일조한다. 수축과 이완을 통해 혈압을 조절한다. 다른 근육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하면 오랫동안 튼튼하게 잘 사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퇴화된다. 그 때문에 유산소 운동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운동 부족이 대부분인 현대인들의 경우, 나이 들면서 혈관의 근육들은 거의 기능을 상실한다. 심장 혼자 일을 다해야 하니 혈압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근육 없는 혈관들이 더 이상 효율적으로 혈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나이가 들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정상

나이 들면 피부가 노화하듯 혈관도 노화를 겪는데, 영양 상태가 안 좋으면 혈관 조직은 더 빨리 탄력을 잃는다. 콜라겐과 비타민 C, 비타민 E, 비타민 K 등이 부족하면 혈관 노화는 더 빨리 진행된다.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마당에 오랜 시간 방치된 호스가 탱글탱글함을 잃고 푸석푸석해지듯 혈관도 노화가 가속화된다. 바로 동맥경화다. 동맥경화가 발생한 혈관을 통해 피를 보내려면 혈압을 높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흔히들 고혈압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고 거꾸로 알고 있다. 동맥경화가 없다면 혈압이 높아도 문제 될 것이 없다. 혈관이 건강한 운동선수는 격렬한 운동을 할 때 수축기 혈압이 180을 넘지만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걱정하지 않는다. 단순히 압력 때문에 터지는 게 아니라 혈관 상태가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터지는 것이다. 건강한 혈관은 터지지 않는다.

이 순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치료 접근법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고혈압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심장마비의 원인으로 보았기 때문에, 혈압 낮추는 것만으로 치료가 된다고 믿어왔고, 실제로 병원에서도 여전히 그렇게 처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어서 혈압약을 아무리 먹어도 심장마비나 뇌졸중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탄수화물과 트랜스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혈관 벽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켜 동맥경화가 가속화된다. 지난 50년간 현대인들의 식단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트랜스지방과 탄수화물, 특히 콘시럽이다. 

혈압약은 심장 근육을 못 뛰게 하는 역할

몸은 허튼짓을 하지 않는다. 우리 몸이 혈압을 올리는 것은 온몸 구석구석에 피를 보내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겠다는 노력이다. 나이 들어서 혈압이 올라가는 이유는 갈수록 심장이 더욱 강해져 피를 세게 내뿜기 때문이 아니다. 그만큼 피 상태가 안 좋고 혈관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일종의 살겠다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때 오히려 혈압 낮추는 약을 먹는다.

병원에서 혈압약을 처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혈관이 터지는 것은 대형 참사인 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처럼 첫 증상이 사망인 경우가 많다 보니 약을 먹어서라도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하지만 실상은 높은 혈압이 문제가 아니라 동맥경화가 문제다. 동맥경화로 인해 부서져 나온 혈전이 심장에서 막히면 심장마비가 되는 것이고, 뇌에서 막히면 뇌졸중의 원인이 된다. 

혈압약은 다양한 방법으로 혈압을 떨어뜨리지만 대표적인 방법이 심장 근육을 못 뛰게 막는 것이다. 심장 근육이 약하게 뛰면 혈압은 당연히 떨어진다. 하지만 이 방법이 심장 건강에 더 좋다는 증거는 없다. 심장이 맘껏 뛰지 못하게 거대한 집게로 심장을 집어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심장에 더 무리가 가고 서서히 심장을 죽이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환자들은 그것도 모른 채 혈압약만 잘 챙겨 먹어 정상 혈압만 나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에서 주는 혈압약을 깜빡 잊고 안 먹으면 당장 큰일이 나는 줄 알고 불안감에 휩싸인다. 혈압약 없이는 비행기도 못 타는 할머니들이 많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 중에 깜박 잊고 운동을 건너뛰었다든가, 과다한 탄수화물을 먹었다고 해서 걱정하는 환자를 본 적이 없다. 약만 열심히 챙겨 먹지, 막상 더 중요한 것들에는 관심이 없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혈압약으로 조절되는 혈압은 의미 없어

이상적인 정상 혈압은 120/80mmHg이다. 하지만 평생 운동도 하지 않고 근육량도 적은 할머니에게 120/80mmHg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축기 혈압이 최소한 140mmHg는 되어야 온몸 구석구석까지 혈액순환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혈압약을 먹어서 120/80mmHg로 낮추고 안심한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다시 약이 안 듣고 혈압이 올라간다. 왜냐하면 몸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피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혈압약의 효과를 거슬러서라도 다시 혈압을 끌어올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병원에서는 약의 개수를 늘리거나 종류를 바꿔 다시 혈압을 끌어내린다.

90세 할머니가 어지러워 쓰러지셨다. 고혈압 환자인데 저혈압 증상이 나타났다. 의사는 혈압약이 너무 세서 저혈압이 되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호사가 혈압을 재보니 145/110mmHg 고혈압이었다. 이 할머니의 경우 혈압이 160mmHg 정도는 되어야 정상적인 혈액순환이 가능한 것이다. 혈압약 때문에 혈압이 145/110mmHg로 나오지만 이 할머니 입장에서는 저혈압인 것이다.

아파트로 치면 수압이 너무 낮아서 15층까지 수돗물이 못 올라가는 것과 같다. 이렇듯 환자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다. 모두 다 똑같이 120/80mmHg 혈압에 맞추려는 시도가 어딜 봐서 과학적인가? 노인들의 혈압을 억지로 낮춰 놓은 결과, 뇌에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부족해서 치매만 늘어
났다. 
그럼 혈압이 높아도 그냥 놔두란 말인가? 물론 그건 아니다. 혈압이 그렇게 올라간 상태가 이미 오랫동안 잘못 살아온 결과이니 치료 대상이다. 단, 혈압약을 먹어 혈압이 떨어졌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다는 의미다.

고혈압 환자의 95%는 1차성 고혈압이다. 나머지 소수의 사람들은 2차성 고혈압을 앓고 있다. 2차성 고혈압은 신장 질환이나 갑상선의 문제, 색전증, 임신 또는 약물 과다 복용 등 다른 질병이나 원인에 의해 혈압이 오르는 것을 말한다. 반면,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해당되는 1차성 고혈압은 별 이유 없이 혈압이 오르는 증상을 말한다. 그래서 원발성 고혈압이라고도 한다.

공식적으로는 유전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하지만, 유전은 원인이 아니라 위험 인자일 뿐이다. 그래서 유전이라는 말 대신 가족력이라고 부르는데 맞는 말이다. 분명 가족력은 존재한다. 그렇다고 가족 중에 고혈압 환자가 있으면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가족이 모두 같은 병을 앓는다는 것은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했기 때문이지 타고난 유전자 탓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명확해진다.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아 혈관을 튼튼히 해주면 된다. 피를 맑게 해주면 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음식이 원인이 되었으니 음식부터 점검해야 한다. 혈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피하고,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데, 입맛과 식단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렵다. 반면에 혈압을 낮추는 약은 일고여덟 종류나 있어서, 약을 먹으면 일단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약으로 혈압을 낮추는 치료가 당연하고 쉽게 선택되고 있다. 

간헐적 단식과 탄수화물 줄이고 잠 잘자면 효과적

고혈압 환자들이 혈압을 낮추기 위해 시도해볼 만한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간헐적 단식과 탄수화물 제한식 그리고 질 좋은 수면이다. 세 가지 모두 병행하면 가장 좋다. 안전하고 돈이 안 드니 해볼 만하다. 

흔히들 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포화지방과 소금은 오히려 별문제 되지 않는다. 2017년 보스턴 대학 예방의학과의 린 무어 박사는 나트륨을 하루 권장 섭취량보다 적게 먹는 사람이 많이 먹는 사람보다 장기적으로 혈압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미국심장협회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대치된다.

하지만 코코넛 오일이 위험하다 하고, 여전히 버터보다 마가린을 권하는 미국심장협회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미국심장협회는 학회가 아니라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제약 회사와 식품업계로부터 지원받는 로비 단체에 불과하다. 본인에게 맞는 식단은 본인 스스로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지방과 소금이 적당할까? 본인의 입맛에 달려 있다. 너무 짜면 못 먹을 테니(지방의 경우 너무 느끼하면 못 먹는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양이 적당량이다. 소금은 생명이다. 다만 고혈압, 당뇨 등 이미 인슐린 과잉 상태에 있는 환자들은 나트륨 섭취량을 하루 7g 이하로 유지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혈압약은 역류성 식도염과 치매, 관절염 등 부작용 불러

소금 외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들로는 칼륨과 마그네슘을 꼽을 수 있다. 칼륨은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내려주는데 검푸른 잎채소, 콩, 감자, 아보카도, 버섯, 바나나, 호박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마그네슘은 심장 건강에 기본이 되는 영양소다. 주로 근육에서 필요로 하는데 전체가 근육으로 이루어진 심장은 다른 근육에 비해 20배가 넘는 마그네슘을 필요로 한다.

새빨간 색으로 피를 연상케 하는 비트도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비타민 K2는 동맥경화를 예방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50% 감소, 사망률을 25%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력한 항산화제인 비타민 E도 암과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콜라겐과 비타민 C도 혈관의 연결 조직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현대 의학이 오랜 기간 혈압이라는 숫자에만 매달려온 결과, 혈압약 시장만 팽창했다. 다양한 종류의 혈압약만 늘어났다. 당연히 혈압약으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늘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역류성 식도염과 치매, 관절염이다. 모두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질환들이다. 반면, 혈압약을 통해 예방하고자 하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은 줄지 않았다. 뇌출혈은 줄었지만 뇌경색은 증가했다. 사망률은 줄었지만 응급조치와 대응이 발전했기 때문이지 혈압약 덕분은 아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콜레스테롤 이론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콜레스테롤에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혈압약 처방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 저하제만 추가되었을 뿐이다. 먼 훗날 지금의 의료를 돌아보면 정말 미개한 시대를 살았다며 혀를 찰지도 모를 일이다.  

 

지은이 조한경 (Joshua Cho, DC) 
환자들을 향해 ‘병원에 오라’고 외치는 대신,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의사.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남가주대학(USC)을 졸업하고 2000년 카이로프랙틱 척추신경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에 위치한 진료실에서 열정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레이저 통증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던 당시, 콜레스테롤 저하제 복용 환자들에게서 말초신경통이 흔하다는 사실과, 단순한 레이저와 약물 치료만 받는 환자들에 비해 지방산 복용을 처방한 환자들의 치료 결과가 더 좋다는 사실에 착안해 본격적으로 영양학과 기능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항노화학회와 통합의학학회의 수련의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기능의학 보드 펠로 과정 중에 있다.
조한경 원장이 추구하는 진료는 환자들의 ‘질병을 관리’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건강’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 교육’과 ‘영양’뿐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의사의 말이라면 맹목적으로 따르는 ‘무식한’ 환자들을 일깨우기 위해 왜 병이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환자 본인도 한 번쯤은 직접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는 환자의 관심이 치료 결과를 바꾼다고 확신한다. 
조 원장은 환자들에게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온 것으로 내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주체가 되고, 의사는 도울 뿐이라는 것이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관절염, 골다공증, 암 등 대부분의 현대 성인병들은 환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고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유튜브 채널 ‘Dr. Joshua Cho’는 10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DrJoshua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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