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쌀값만 폭락'...45년만에 최대 하락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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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쌀값만 폭락'...45년만에 최대 하락 폭
  • 노준영 기자
  • 승인 2022.08.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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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부분의 물건 가격이 오르는 고물가 국면에 유독 쌀값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다른 대부분의 물건 가격이 오르는 고물가 국면에 유독 쌀값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nbn시사경제] 노준영 기자

다른 대부분의 물건 가격이 오르는 고물가 국면에 유독 쌀값만 하락세를 보인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도매가격)은 20㎏ 기준으로 4만 2522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 쌀값(5만 5630원)에 비해 23.6% 떨어진 것이다. 이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7년 이후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가격은 2018년 3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쌀값이 폭락한 것은 극심한 공급과잉 탓으로 분석된다. 수요가 예상보다 더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생산은 기대 이상으로 늘어 공급과잉이 예상보다 컸다는 것이다.

작년 쌀 생산량은 388만 2000t으로 전년 대비 10.7%가 늘었다. 벼 재고량이 예년의 두 배 수준인 데다 올해는 풍작까지 예상돼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쪽은 감소가 더 극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쌀 소비량이 예상보다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줄면서 외식업계에서 소비되는 쌀의 양이 급감한 게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쌀 수요를 측정하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 93.6㎏에서 작년 56.9㎏으로 21년 만에 39.2% 줄었다. 같은 기간 529만 1000t에서 388만 2000t으로 26.6% 줄어든 쌀 생산량에 비해 감소 폭이 더 크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올 2월 14만 4000톤을 시작으로 5월 12만 6000톤, 지난달 10만 톤까지 총 37만 톤의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했다. 쌀 격리 조치를 위해 사용된 정부 예산만 9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 농협 쌀 창고에 쌓아둔 묵은쌀은 지난 7월 말 기준 총 42만 8000톤에 달해 전년 동기대비 무려 81%(19만 1000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농협 창고에는 2021년산 쌀 재고가 산적한 가운데 신곡 출하를 앞둔 농민들은 쌀값이 더 떨어질까 우려하면서 올해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뒤늦은 시장격리’와 ‘최저가 입찰 방식’을 쌀값 하락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 개정된 양곡관리법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업단체는 "국가가 주식인 쌀 생산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한다는 것은 더 이상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신곡 수확이 임박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쌀값 하락 사태에 대한 관심도, 해결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정부의 대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 농민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오는 29일 서울역 앞에서 약 10만 명이 참가할 농민대회를 예고했다.

한편 정부는 쌀 과잉생산과 소비량 감소에 따른 재고량 증가를 쌀값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밀과 콩 등 타작물 재배 지원, 쌀가루 산업 육성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shwnsdud_1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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