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환자혁명] 심장마비, 심근경색: 단순한 배관 문제로 보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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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환자혁명] 심장마비, 심근경색: 단순한 배관 문제로 보면 안 되는 이유
  •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 승인 2022.09.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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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경 기능의학 전문의
조한경 기능의학 전문의

[nbn시사경제]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심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뻔한 말 같지만 가장 확실한 치료다. 그리고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약물은 생활 습관 교정을 이길 수 없다. 절대로! 하지만 현대 의학에서는 심장 질환을 규정하는 패러다임이 따로 있다. 패러다임은 굳건한 믿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대 의학은 심장 질환의 원인을 관상동맥의 배관 문제로 바라본다. 그 패러다임 위에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심장 질환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심장을 에워싸고 있는 관상동맥 일부가 막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진단 영상 기술로 막힌 곳을 찾아내고, 발달된 수술 기술로 막힌 곳을 찾아 관상동맥 우회술이나 스탠트 삽입 혹은 혈관 성형술로 막힌 곳을 뚫는 것이 주된 치료다. 최근 들어서는 수술할 때 레이저나 로봇이 동원돼 더 멋져 보인다. 화려한 배관공인 것이다.

이 배관 작업의 효율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검증이 필요하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1978년에 이르러 미국에서 연간 7만여 건의 관상동맥 우회술이 시행되었다. 당시만 해도 대학병원 같은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한 수술이었다.

관상동맥 우회 수술 전혀 효과 없어

관상동맥 우회술은 과학적으로 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 연구가 시도된 몇 안 되는 수술 중 하나다. 다른 수술들은 이런 연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첫 번째 연구는 1977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로, 미국 재향군인병원에서 실시되었다. 관상동맥이 막힌 596명의 환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 그룹은 관상동맥 우회술을 시술받게 했고 다른 그룹은 일반적인 약물 치료를 했다. 식이요법이나 생활 습관 개선이 없는 단순 약물 치료였다. 5년 뒤 두 그룹 사이에 사망률의 차이가 없었다. 사망률은 연간 4%로 동일했다. 수술을 통한 효과가 전혀 없음이 밝혀진 것이다.

심장외과학회 의사들이 이 연구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관상동맥 우회술에 관한 다른 연구에 착수했다. ‘관상동맥 수술 연구(CASS, Coronary Artery Surgery Study)’로 이름 붙인 이 연구는 5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1983년에 논문이 발표되었다. 관상동맥 우회술에 관한 가장 신뢰할 만한 결정적 연구다. 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780명이 참여하여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 모두 6개월 이상 협심증(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고, 3분의 1은 심장마비 경험이 있었으며 관상동맥의 75%가 막혀 있는 중증 환자들이었다. 정기검진을 통해 우연히 혈관의 막힌 곳이 발견된 환자들이 아니라 실제로 심한 증상을 느끼고 있는 환자들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약물 치료의 효과도 큰 차이 없어

이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게 했고, 다른 그룹은 약물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 역시 두 그룹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관상동맥 우회술이 생명을 구하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만 확인했다.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연간 사망률은 1.6%였다.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사망률은 1.1%로 근소하게 낮았다. 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준에 그쳤다. 생명을 구하는 목적으로서의 관상동맥 우회술은 실패로 결론 났다. 생명 연장 효과는 전혀 없었다. 연구 저자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통증이 감소했다는 결론을 맺고 있다. ‘수술 후 통증 감소’가 전부였다.

약물 치료를 받은 그룹을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 하나가 막힌 환자의 사망률은 1.4%였다. 두 개가 막힌 환자의 사망률은 1.2%로 오히려 낮았고, 세 개가 막힌 환자들은 2.1%의 사망률을 나타냈다. 혈관 하나가 막혔을 경우와 두 개, 세 개로 늘어남에 따라 사망률이 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큰 차이가 없음을 볼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이 단순히 심장을 에워싸고 있는 관상동맥의 배관 문제로 보는 패러다임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두 번째 연구가 진행될 당시에는 연간 18만 건의 관상동맥 우회술이 집도되던 시기였다. 이미 산업으로서 추진력이 붙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의과대학 교육기관과 교수들이 수련생들에게 우회술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종합병원은 수술을 위한 의료 장비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수술이, 이제는 인구 5만 명밖에 안 되는 소도시의 중소 병원에서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관상동맥 우회술이 심장 질환 환자 대부분을 살려낼 수 없다는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았다.

연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통증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왜 통증이 줄었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수술 과정에서 모든 신경이 잘려나갔기 때문에 환자가 더 이상 통증을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경미한 심장마비가 있었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이 줄어든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생존 효과는 전혀 없었다. 논란과 상관없이 현재는 연간 40만 건 이상의 관상동맥 우회술과 80만 건 이상의 혈관 성형술이 시행되고 있다.

바람직한 식생활이 가장 바람직한 치료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없는 심혈관 질환 외과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일까? 미국의 경우, 수술 비용은 연간 740억 달러에 달한다. 국방 예산에 가까운 금액이라 크게 와닿지 않는다. 1년 365일로 나누면 하루 2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수술에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2억 달러도 감이 안 올 수 있다. 이는 대략 한 시간에 1000만 달러꼴이다. 이 무슨 난리란 말인가?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이나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심장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면 모를까? 사망 위험을 현저히 낮출 방법이 있다. 바람직한 식습관이 이를 가능케 한다. 그리고 적절한 운동이 이를 가능케 한다.

우리 몸이 스스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굳이 해부학적인 구조를 재조정할 필요가 없다. 모든 수술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부상으로 뼈에 복합 골절이 일어난 경우나 맹장 수술처럼 절실한 경우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응급수술이 아닌 이상, 심장 관상동맥의 배관에 손대는 것은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수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심장 질환 치료로서의 수술이 최선의 선택인가 하는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 받지 않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수술을 받지 않고 견딜 용기가 없다. 의심 따위를 품을 여유는 전혀 없다. 우리 몸이 스스로 막힌 혈관 주위로 우회하는 혈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능력을 믿지 않는다. 심장 질환이라는 질병의 위중함에 비하면 음식이나 운동은 너무 빈약한 느낌이다. 공포심이 크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길 가다 갑자기 쓰러져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한마디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저하제 효과 없어

그렇다면 수술이 아닌 약물 치료는 어떤가? 심혈관 질환 치료 약물은 과다하게 개발되고 생산되어 있는 상황이다. 심장약은 현대 사회에 넘쳐난다.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약물로 혈압을 낮춘다는 것 역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합병증에 대한 예방 효과는 미미했고 부작용은 흔했다. 그래서 새롭게 채용된 콘셉트가 콜레스테롤 이론이었다. 콜레스테롤이 혈관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콜레스테롤을 인위적으로 낮출 기술이 있었고 콜레스테롤 저하제가 대대적으로 처방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다. 리피토 하나의 매출이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넘는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전혀 효과가 없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존 에이브럼슨(John Abramson)은 《약물 과다 미국(Overdosed America)》(2014)에서 의사들이 어떻게 특정 약물 처방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를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예로 들었는데, 의학 논문이라는 것이 제약 회사 광고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의학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 중 대부분이 제약 회사와 금전적 관계를 맺고 있다. 대놓고 급여를 받거나 컨설턴트나 자문위원으로 보수를 받는다. 이들의 논문과 글, 강연 등이 의사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상당수가 대학교수들로서 수련의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콜레스테롤 약물만 놓고 봤을 때, 콜레스테롤 저하제가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나이와 상관없이, 콜레스테롤 수치에 상관없이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콜레스테롤 저하제가 60세 이상 남성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약물 복용이 도움 되는 그룹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높은 60세 이하 남성 중 심장마비 경험이 있거나 협심증이 심한 경우다. 이는 전체 약물 복용자의 50명 중 1명 꼴에 불과한 비율이다. 환자들이 스타틴 약물을 복용하는 이유는 의사가 지시했기 때문에 그 조언을 따르는 것이고, 미국의 경우에는 TV 광고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약의 득실에 대해 정확히 따져보고 먹는 환자는 거의 없다. 사실을 알면 약 복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물 넘쳐나지만 건강은 최하위, 미국

미국인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약물 덕분에 세계에서 3위로 낮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건강 상태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평균수명 역시 바닥권이다. 미국의 당뇨, 고혈압, 비만 환자들이 그 어느 국가보다 넘쳐난다. 낮은 콜레스테롤이 건강이나 수명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스타틴 약물 처방이 지나쳐서 미국인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것뿐이다. 미국을 보면 의료 비용 지출이 반드시 건강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많은 고지혈증 환자들 가운데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해서 큰 덕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므로 값비싼 약과 비교했을 때 생활 방식과 식습관 개선이 비용적인 측면이나 혜택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많은 의사들이 이에 동의하지만 환자들이 실천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물을 처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사들이 너무 빨리 포기한다.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면 환자들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지금 처방 약물을 홍보하는 데 쓰이는 노력과 비용의 10분의 1만 제대로 된 식품 정보와 건강 정보에 투자한다면 환자들의 인식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연구 결과들을 내놓는다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방편’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그 어떤 약물보다 강력한 약이요 강력한 처방이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의 단계나 위중함에 상관없이, 생활 습관과 음식이 곧 치료법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나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부작용도 없고, 해될 것이 전혀 없으며, 공짜니까. 거부하고 버틸 이유가 없다!  

 

지은이 조한경 (Joshua Cho, DC) 
환자들을 향해 ‘병원에 오라’고 외치는 대신,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의사.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남가주대학(USC)을 졸업하고 2000년 카이로프랙틱 척추신경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에 위치한 진료실에서 열정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레이저 통증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던 당시, 콜레스테롤 저하제 복용 환자들에게서 말초신경통이 흔하다는 사실과, 단순한 레이저와 약물 치료만 받는 환자들에 비해 지방산 복용을 처방한 환자들의 치료 결과가 더 좋다는 사실에 착안해 본격적으로 영양학과 기능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항노화학회와 통합의학학회의 수련의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기능의학 보드 펠로 과정 중에 있다.
조한경 원장이 추구하는 진료는 환자들의 ‘질병을 관리’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건강’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 교육’과 ‘영양’뿐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의사의 말이라면 맹목적으로 따르는 ‘무식한’ 환자들을 일깨우기 위해 왜 병이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환자 본인도 한 번쯤은 직접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는 환자의 관심이 치료 결과를 바꾼다고 확신한다. 
조 원장은 환자들에게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온 것으로 내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주체가 되고, 의사는 도울 뿐이라는 것이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관절염, 골다공증, 암 등 대부분의 현대 성인병들은 환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고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유튜브 채널 ‘Dr. Joshua Cho’는 10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DrJoshuaCho.com

Drjoshuacho@alumni.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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