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혁명] 장점막 누수 증후군: 온전한 건강 회복을 위한 첫걸음
상태바
[환자혁명] 장점막 누수 증후군: 온전한 건강 회복을 위한 첫걸음
  •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 승인 2023.05.10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한경 기능의학전문의
조한경 기능의학전문의

[nbn시사경제] 조한경(Joshua Cho, DC) 기능의학전문의

‘장점막 누수 증후군’은 일반에겐 생소할 수도 있지만 온전한 건강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의학계는 장점막 누수 증후군에 대해 사이비 취급을 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이와 관련한 논문이 셀 수 없이 많아졌고, 더 이상 장점막 누수 증후군의 존재를 부정하는 의사도 없다. 또한 기능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 손쉽게 검사가 가능하다.

장점막 누수 증후군은 말 그대로 장점막에 누수 현상이 발생한 상황을 말한다. 장점막 누수 증후군은 점잖은 표현이고, ‘Leaky gut syndrome’을 그대로 번역하면 ‘장이 줄줄 새는 현상’이라는 다소 과격한 뜻을 담고 있다. 물론 장에 있는 모든 음식물들이 줄줄 새는 것을 상상해선 안 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분해가 덜 된 거대 단백질 분자들이나 유해 요소들처럼 체내로 흡수되어선 안 되는 것들이 장벽(腸壁)을 통과해 체내로 흡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해부학적으로 볼 때 입에서 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관은 체외, 즉 ‘몸 바깥’에 해당한다. 내가 꿀꺽 삼켜서 배 속에 있는 사과는 아직까진 몸 밖에 있는 것이다. 그 사과가 소화되어 영양분이 장벽을 통해 흡수되어 혈관으로 들어와야 비로소 체내에 진입한 것이다. 내가 삼켰다가 토해낸 사과는 단 한 번도 내 몸속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소화기관을 덮고 있는 점막은 상피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포 한 개 두께에 해당하는 얇은 조직이다. 이 조직은 비록 얇지만 정교하기 때문에 보호막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한다. 몸 외부(소화기관 내)에 있는 음식물을 흡수하거나, 몸에 들여선 안 될 것들을 차단한다. 동시에 상피세포는 항체를 분비하고, 효소를 작동시키며, 효모균과 기생충을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소화관 속에 들어온 물질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장벽을 통과한다. 마그네슘, 칼륨, 나트륨 같은 전해질과 유리지방산은 삼투압을 통해 별다른 노력 없이 세포 안으로 흡수되듯 들어간다. 반면, 대부분의 영양소는 ‘능동수송(active transport)’이라는 과정을 통해 장벽을 통과한다. 특정 단백질이 셔틀처럼 영양소를 운반하는데 아미노산, 지방산, 포도당, 미네랄 그리고 비타민이 능동수송을 통해 세포막을 통과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정상적으로 건강한 점막의 상피세포들은 잘 쌓아 올린 벽돌 건물처럼 모서리와 면이 딱 짜맞추어져 있다. 촘촘하고 정교해서 빈틈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치밀한 결합조직이 있어서 물샐틈없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셔틀을 타고서만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 상피세포가 부풀어 오르면서 더 이상 단단한 결합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엉성하게 쌓아 올린 제주도의 돌담들처럼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생긴 빈틈으로 체내에 흡수되어서는 안 될 거대한 크기의 단백질 입자가 통과하는 것이다. 거대 단백질 입자는 분해가 덜 된 상태, 즉 소화되지 않은 단백질을 의미하며 정상적으로 우리 체내에 유입되어선 안 되는 단백질이다. 우리의 면역 시스템이 이 커다란 단백질을 접하면 어떻게 될까?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으로 인식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항체를 활성화하고 세포 활성 물질(cytokines)과 활성 산소의 생산을 촉진시킨다.

‘면역반응이 작동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백신처럼 일부러 병원균을 주사해서 항체를 만드는 마당에 면역반응 활성화가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좀 더 살펴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면역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염증을 유발한다. 알레르기, 아토피, 여드름, 건선, 관절염, 갑상선 기능 항진, 천식, 동맥경화, 심장 질환, 당뇨와 같은 자가면역 질환과 염증성 질환을 유발하거나 그 증상을 악화시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병원균이 아닌 정상적인 세포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진 세포는 모두 공격하게 된다. 바로 자가면역 질환이다.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우리 몸의 정상적인 장기나 세포를 외부에서 유입된 병원균으로 오인하여 공격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체세포와 유사하게 생겨서 면역 세포를 자주 헷갈리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우유 단백질 카제인(casein)과 소 단백질이다. 둘 다 소에서 나왔다. 아토피 환자에게 우유를 섭취하지 말 것을 권하는 이유다. 아이들 아토피를 치료하면서 우유부터 끊으라고 조언해주지 않는 소아과 의사라면 의사부터 끊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3세 미만의 유아는 상피세포 미성숙으로 인해 장점막 누수 증후군이 더 발생하기 쉬워 아토피 체질이 되는 경향이 있다. 분유 수유가 좋을 리 없다.

예전에 비해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부쩍 증가한 이유 중 하나가 늘어난 유제품의 섭취다. 물론 장점막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유제품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장점막 누수 증후군이 있는 환자의 경우 유제품을 멀리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자가면역 질환은 없지만 장점막 누수 증후군을 의심해볼 만한 증상이 몇 가지 있다. 음식을 먹으면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는 경우가 있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설사나 잦은 대변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또 고기만 먹었다 하면 바로 복통과 함께 대변을 보아야 복통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육류의 단백질과 지방이 느슨해진 장점막에 자극을 주어 그렇다. 밀가루 음식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면 이는 지방이나 단백질 같은 분자량이 큰 물질이 아닌 분자량이 작은 물질에도 반응하는 것이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일 수 있다.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도 장점막 누수 증후군이 원인일 수 있고, 헛배가 부르거나 실제로 배가 점점 나오는 증상도 의심해볼 만하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거나 피부 질환이 있는데 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장점막 누수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장점막 누수 증후군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확정된 것은 없지만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한다. 나의 판단으로는 어느 한 가지만 지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두 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 스트레스와 코르티솔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장과 혈관도 얇아진다.

둘째, 약물 과용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성 약물과 아스피린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피부가 얇아지고 장내 점막도 얇아지면서 장점막 누수 증후군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들이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합성을 저해하여 점막의 재생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아토피에 걸린 어린이에게 백날 약을 먹여도 낫지 않는 이유다

셋째, 가장 심각한 문제로 장내 세균 불균형(dysbiosis)을 들 수 있다. 장내 세균 불균형은 장기간의 항생제 복용 또는 수년간의 도정된 곡물, 설탕, 첨가제 등의 섭취로 장에 있어야 할 유익균들이 죽어버린 상태를 말한다.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지면서 유해균이 우세해질 경우, 유해균들이 독소를 발생시킨다. 그 독소가 몸에 흡수되려 할 때, 장점막 조직에 자극을 주게 된다. 이는 장내 염증을 유발하고, 염증은 점막을 느슨하게 만든다.

넷째, 술은 우리 인체에 빠르게 흡수되면서 장점막을 약하게 만든다. 술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하이드가 장점막을 손상시킨다. 여드름과 아토피 환자들이 반드시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다.

다섯째, 기생충, 칸디다균 감염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섯째,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크론병 같은 소화 계통의 만성 염증성 장 질환 역시 장점막 누수 증후군을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글루텐(gluten)이다. 글루텐은 밀, 보리, 호밀 등의 곡류에 함유된 불용성 혼합 단백질이다. 쉽게 밀가루 음식을 생각하면 된다. 글루텐에 대해선 찬반 논란이 많다. 현재 재배되는 밀이 과거의 밀과 달리 변종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인지, 밀가루에서 검출되는 글라이포세이트 농약이 문제가 되는지, 다양한 추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민감한 체질의 경우 글루텐을 섭취하면 증상이 심해지고, 글루텐을 끊으면 증상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물론 글루텐을 섭취한다고 해서 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글루텐을 비롯한 특정 음식 성분에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민감한 장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의약품이나 영양제 캡슐 중에도 글루텐 성분을 함유한 경우가 많은데 최근 글루텐에 대한 문제의식이 야기되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글루텐 과민 반응은 단순한 장점막 누수 증후군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예로, 장점막 염증이 비타민 B의 흡수를 방해해서 비타민 B군 결핍(deficiency) 혹은 불충분(insufficiency)이 발생한다. 따라서 장점막을 먼저 회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영양제와 좋은 음식을 골라 먹어도 헛수고인 셈이다.

비타민 B군이 부족하면 혈중 호모시스테인 레벨이 증가한다. 호모시스테인의 별명은 ‘조용한 살인자’다. 그래서 심혈관 질환 환자들의 경우 혈중 호모시스테인 레벨을 꼭 검사한다. 호모시스테인 레벨이 높으면 혈관 경련(spasm)을 일으킨다. 다리에 쥐가 나듯 혈관도 쥐가 날 수 있다. 혈관 중에서도 관상동맥에 쥐가 나면 바로 심장마비의 원인이 된다. 심장마비 사망 환자를 부검해보면 정작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지 않고, 혈관도 막혀 있지 않아서 원인을 판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단순히 특정 음식에 대한 민감성이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촉발된 비타민 B군 결핍이 심장마비와 같은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글루텐 민감성이 있는 사람이 글루텐을 먹어도 아무런 이상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당장 구토가 나거나 피부 발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느낌 없이 맛만 좋은 것이 문제다. 이를 ‘식품 감수성(food sensitivity)’이라고 표현한다. 언뜻 생각하면 음식 알레르기나 식중독을 떠올릴 수 있는데 그런 증상이 전혀 없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증상이 존재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장점막 누수 증후군에 관심을 보이는 의료인은 국내에 드물다. 하지만 기능의학 분야에서는 매우 중시하는 개념으로, 다양한 질병과 증상들의 원인을 설명 가능케 하고 있다. 장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영양소를 통한 치료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장이 줄줄 새는데 아무리 좋은 걸 먹은들 무슨 소용인가? 영양소는 흡수하지 못하고 염증만 일으키는 장을 가지곤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할 수 없다.

장점막 누수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장점막 누수 검사와 대변 검사를 통해 장점막 누수 증후군이 확실한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원인이 밝혀지면 그에 맞는 처방과 프로그램을 통해 장벽의 염증을 완화시키고 손상된 장점막을 재생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러한 과정은 때론 수개월이 걸리기도 하고, 환자 자신의 철저한 식이요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위에 언급된 원인이 되는 음식들은 절대 입에 대선 안 된다. 장점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과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지은이 조한경 (Joshua Cho, DC)]
환자들을 향해 ‘병원에 오라’고 외치는 대신,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의사.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남가주대학(USC)을 졸업하고 2000년 카이로프랙틱 척추신경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에 위치한 진료실에서 열정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레이저 통증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던 당시, 콜레스테롤 저하제 복용 환자들에게서 말초신경통이 흔하다는 사실과, 단순한 레이저와 약물 치료만 받는 환자들에 비해 지방산 복용을 처방한 환자들의 치료 결과가 더 좋다는 사실에 착안해 본격적으로 영양학과 기능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항노화학회와 통합의학학회의 수련의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기능의학 보드 펠로 과정 중에 있다.
조한경 원장이 추구하는 진료는 환자들의 ‘질병을 관리’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건강’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 교육’과 ‘영양’뿐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의사의 말이라면 맹목적으로 따르는 ‘무식한’ 환자들을 일깨우기 위해 왜 병이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환자 본인도 한 번쯤은 직접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는 환자의 관심이 치료 결과를 바꾼다고 확신한다. 
조 원장은 환자들에게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온 것으로 내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주체가 되고, 의사는 도울 뿐이라는 것이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관절염, 골다공증, 암 등 대부분의 현대 성인병들은 환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고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유튜브 채널 ‘Dr. Joshua Cho’는 10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DrJoshuaCho.com

nbn 시사경제, nbnbiz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