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효도도 약속하는 시대? 효도계약서, 정말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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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효도도 약속하는 시대? 효도계약서, 정말 필요할까?
  • 임경숙 변호사
  • 승인 2023.07.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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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프리픽
출처=프리픽

 

임경숙 변호사
임경숙 변호사

[nbn시사경제] 임경숙 변호사

‘효도계약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효도는 부모와 자식 간의 천륜으로 당연히 행해야 할일인데, 어떻게 계약서를 쓸 수 있냐고 하는 사
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자식들이 부모의 재산을 모두 가져간 후 요양원에 보내는 등의 현대판 고려장 이야기가 종종 들려오는 걸 보면,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년의 A에게는 장성한 아들 B가 있었는데, B는 최근 사업 실패 후 변변한 집한 채 없이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었다. A는 이처럼 남의 집살이를 하는 아들이 안쓰러운 마음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 한 채를 B에게 증여하였다. A와 B는 아파트 증여 당시 ‘B는 A의 집에 한 달에 두 번 이상 방문하고 A에게 매달 50만 원을 용돈으로 주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B는 A에게 아파트를 반환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의 이른 바 효도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정식 법률 용어로는 조건부 증여 계약서라고 할 수 있겠다. 재산을 증여하는 대신 조건을 붙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A에게 평생 효도할 것만 같았던 B는 아파트를 증여받고 난 후 180도 돌변하였다. B는 같은 동네에 사는 A를 1년에 한차례도 방문하지 않을 때가 많았고 A에게 처음 몇 달만 용돈을 주었을 뿐 그 이후에는 연락조차 잘 받지 않았다. 이 경우 효도계약서는 효력이 있을까? A는 B로부터 아파트를 반환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효도계약서는 민법 제561조의 부담부증여를 의미한다. 즉, 효도계약이란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되 효도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자녀가 효도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모가 증여 계약을 해제하여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효도계약서에는 원칙적으로 법률적 효력이 인정되며, 계약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효도계약서상의 계약 내용을 주장할 수 있다.

2015년 12월, 법원은 부모가 아들에게 20억 원 상당의 주택을 증여하면서, “같은 집에 살며 부모를 잘 봉양하고 만일 제대로 봉양하지 않으면 집을 돌려받겠다”라는 ‘효도각서’를 받았는데, 아들이 이후 돌변하여 함께 살면서 식사도 같이 하지 않았고 허리디스크를 앓는 어머니의 간병도 따로 사는 누나와 가사도우미에게 맡겼으며 어머니에게 요양원에 가기를 권하기까지 한 사안에서 부모가 아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택의 반환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효도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효도계약서에는 ①증여하는 재산의 표시, ②자녀의 효도 의무에 관한 내용, ③효도 의무 불이행 시 재산을 반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②와 ③의 내용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 효도계약서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니 유의하여야 한다.

또한 자녀의 효도 의무에 관한 내용은 추상적이어서는 안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효도 의무에 관한 내용이 추상적일 경우 부담부증여의 조건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후 반환 소송에서 자녀의 효도 의무 불이행을 입증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부
모님을 자주 찾아뵙는다’라는 기재보다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부모님을 찾아뵙는다’라는 표현을, ‘용돈을 넉넉히 드린다’라는 기재보다는 ‘한 달에 30만 원을 용돈으로 드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위의 사례의 경우 A와 B가 작성한 효도계약서상 B의 효도 의무에 대한 내용으로 ‘B는 A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방문하고 A에게 매달 50만 원을 용돈으로 주어야 한다.’라는 표현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표현은 효도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하기에 충분히 구체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는 B의 효도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자신이 증여한 아파트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sanwoo36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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