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여기어때?] ‘한국이민사박물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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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여기어때?] ‘한국이민사박물관’ 탐방
  • 김형만 기자
  • 승인 2024.01.04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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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민사박물관의 '이민자생활공간' 전시 (사진=김형만 기자)
한국이민사박물관의 '이민자생활공간' 전시 (사진=김형만 기자)

 

[nbn시사경제] 김형만 기자

12월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달이다. 내년 신학기 시작 전까지 아이들과 함께 긴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해 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한인 이민의 첫 출발지였던 인천에서 이민의 역사와 그들의 삶을 재조명해 놓은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소개해본다. 

인천 월미도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은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해외 개척의 의미를 되새기고 선조들의 강인한 삶에 대한 의지와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인천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뜻을 모아 건립해 2008년 6월 개관했다. 박물관에는 이민 첫 출발부터 정착, 삶의 여정을 담은 희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인천에 세워진 것은 하와이 이민과 근대 인천이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하와이로 이주한 최초 이주민 121명 중 거의 절반 이상이 인천 사람들이었고 초기 이민자들의 상당수는 인천 내리교회 교인들이었다. 당시 내리교회 목사인 존스의 권유와 설득으로 내리교회 교인들과 그들의 지인들이 하와이로 떠났다. 

100여 년 이민의 역사는 제1~제4전시실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민 초기 인천 개항장 모습과 대한제국 최초 여권이었던 ‘집조’, 한인 노동자들이 목에 걸고 다녔던 번호표인 ‘방고’ 등 한국 이민사를 대표하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또한 곳곳에 한인 노동자들의 삶이 모형으로 재현돼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전시실(사진=김형만 기자)
한국이민사박물관 전시실(사진=김형만 기자)

 

‘미지의 세계로’ 1전시실에서는 이민의 출발지였던 개항 당시의 인천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첫 공식 이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국내정세 및 하와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이민자들을 실어 나르던 ‘갤릭호’ 모형에 승선해 이민자들의 길고 험난한 여정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1전시실에서 눈여겨볼 유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집조(여권)과 이민자 모집과정이다. 하와이행 첫 이민자들은 1902년 고종황제 때 설치된 ‘유민원’의 총재가 발급한 집조(여권)를 소지하고 떠났다. 하와이 이민을 첫 이민으로 간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민원이 발급한 집조는 한지 한 장을 좌우로 나누어 왼쪽에는 여행인의 주소, 성명, 연령, 여행 목적 및 목적지와 보증인의 성명, 주소, 직업 등을 명기했다. 대한제국 외무부는 1903년 11월 중순까지 한문으로 된 집조를 발행했다. 

2전시실 ‘극복과 정착’에서는 하와이에 정착한 한인들의 애환과 개척자로서 미국 전역에 뿌리를 내린 발자취 등을 담은 사진자료 및 유물을 볼 수 있다. 사탕수수농장 한인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생활을 담은 영상과 하와이 한인학교를 연출해 놓은 교실에서 그 당시 사용한 교과서를 볼 수 있다.

이민 1세대들에게 하와이는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매일 12시간 동안 억센 수숫대를 잘라야 했고, 말도 통하지 않는 농장 감독자들의 비인간적 처우와 부당한 횡포에 시달렸다. 그래도 이들은 한인교회를 세워 공동체 결속을 다지고, 피땀 흘려 번 돈을 쪼개 독립자금에 보탰다.

이민자들의 강인함은 노동 현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가난 속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 낯선 이국땅에 학교를 짓고 교과서를 만들었다.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로 넉넉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그들은 자녀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았고, 학비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서 장학금을 조성하기까지 했다.

갤릭호 모형(위), 갤릭호 내부(아래) (사진=김형만 기자)
갤릭호 모형(위), 갤릭호 내부(아래) (사진=김형만 기자)

 

3전시실에는 ‘국경을 넘어 세계로’라는 제목과 함께 중국, 러시아, 일본, 사할린 등 한반도 주변 지역으로의 이주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중남미와 독일 등지로 떠나는 과정과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하던 그들의 활약상이 전시되어 있다. 또 우리에게는 '애니깽'으로 알려진 멕시코 에네켄 농장에서 사용했던 수레를 비롯한 작업 도구를 볼 수 있다.

또 남녀의 어색해 보이는 결혼식 사진도 눈에 띈다. 미국 이민 초기, 이민자의 90%가 남자였던 탓에 결혼을 못 한 노총각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사진신부’다. 수백 명의 어린 신부가 사진만 보고 하와이로 건너가 평균 15살이나 많은 신랑과 결혼식을 올리고 살았다.

마지막으로 “세계속의 대한인” 4전시실에는 하와이 이민자들의 교육적 열망을 담은 인하대학교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인하대학교는 1954년 4월 인하공과대학으로 개교한 뒤 1972년 3월 종합 대학으로 승격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천과 하와이의 첫 자를 따서 인하라는 교명이 만들어졌다.

최초의 여권(집조) (사진=김형만 기자)
최초의 여권(집조) (사진=김형만 기자)

 

설립자금에는 하와이 한인기독학원 부지 매각 대금과 정부 지원금, 시민들의 성금 등이 포함되었다. 인하대학교의 설립은 하와이 교포들의 정신적인 귀환이자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염원을 실현한 상징이기도 하다. 

또, 150여 나라에 진출한 700만 해외동포의 현황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 세계 각국으로 진출하여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700만 해외동포의 근황과 염원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밖에 한인이민사를 재조명하고 한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각종 해외이민 기념사업과 축제, 문화 활동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전경(사진=김형만 기자)
한국이민사박물관 전경(사진=김형만 기자)

 

‘한국이민사박물관’ 관람시간은 09:00 ~ 18:00까지로 관람 마감시간 30분 전까지 입장가능하다. 정기휴일은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월요일은 제외), 1월 1일이다. 좀 더 체계적으로 설명을 듣고 싶다면 문화관광해설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10:00 ~ 17:00 문화관광해설사 해설 진행, 10:30, 13:30, 15:00 정기해설 희망 시 안내데스크 문의하면 된다.)

주변 관광지로는 월미문화의거리, 월미도등대길, 월미전망대, 인천항갑문홍보관, 정통정원 등이 있다.

hyung_man7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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