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후견인인 형이 내 재산으로 본인 명의의 집을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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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후견인인 형이 내 재산으로 본인 명의의 집을 샀어요
  • 임경숙 변호사
  • 승인 2024.01.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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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
임경숙 변호사

[nbn시사경제] 임경숙 변호사

2013년 성년후견제가 도입된 이래 법원은 대체로 가족 구성원 중에서 후견인을 선임하고 있다. 후견인 제도는 전적으로 피후견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즉, 후견인이 되었다고 해서 피후견인의 재산을 함부로 사용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피후견인의 재산을 임의로 소비하는 등의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가족은 잠재적 상속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일까. 피후견인의 재산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A와 B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A는 결혼하여 처자식이 있으나 B는 아직 미혼이다. 어느 날 B가 회사에서 저녁 늦게 퇴근하고 집으로 오다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였다. A가 B를 극진히 간호하였지만 B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뇌병변 1급 장애와 함께 사지가 마비되어 거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A는 B를 돌보기 위해 법원에 성년후견 개시 신청을 하여 후견인이 되었다. A는 B의 교통사고 보험금을 받아 일부는 B의 병원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로는 B를 계속 보호하기 위한 집을 구입하기로 하였다. 당연히 B의 명의로 집을 구입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A는 나중에 세를 주거나 집을 팔게 될 경우 거동이 불편한 B의 명의로 되어 있으면 재산권 행사에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새로 구입하는 부동산의 명의를 A로 하였다. 

그런데 A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후견감독인이다. 성년후견 개시를 하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고, 그와 동시에 후견인에 대한 후견감독인을 지정한다. 즉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제대로 보호 관리하는지 법원이 지속적으로 감독을 한다는 것이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임의로 소비하거나, 피후견인의 신상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법원은 후견인의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고, 후견인에게 엄히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출처=프리픽)
(출처=프리픽)

후견감독인은 A가 B의 보험금으로 집을 구입하면서 명의를 A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A에게 새로 구입한 부동산의 명의를 B 명의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A는 어차피 평생 B를 돌보아 주어야 하고, A 명의로 등기하는 것에 B도 동의를 하였으며, 다시 명의 변경을 하려면 취득세 등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생긴다는 이유로 법원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후견감독인은 A를 B의 교통사고 보험금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검찰에 고소하였고, 검찰은 A의 횡령 사실을 이유로 법원에 기소하였다. 법원은 후견인 A가 피후견인 B에 대하여 재산관리상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보았으며, 친족상도례도 적용되지 않고, 횡령이 성립한다고 보아 징역 8월을 선고하였다.

성년후견 개시 신청을 하여 법원으로부터 후견인으로 결정을 받고 나면,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피후견인을 위하여만 사용해야 한다. 후견인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후견인 자신을 위해 사용하면 안 된다. 후견인이 되었다고 하여 피후견인의 재산이 후견인의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 사례에서 A가 성년후견 개시를 받고 나면 B의 재산을 B 본인이 직접 관리하기 어려우므로 A 명의로 한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A가 B보다 먼저 사망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A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이 A의 자녀들에게로 상속이 된다. 그리고 그 자녀들은 B의 간병이나 간호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B의 재산은 B의 명의로 되어 있어야 한다. 법원은 후견 개시 이후 후견인이 피후견인에 대한 신상관리나 재산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후견감독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만약 후견인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법원은 후견인을 변경하거나, 불법행위를 한 후견인을 형사 처벌할 수도 있다.

sanwoo36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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