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유유자적 도심 속의 힐링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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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유유자적 도심 속의 힐링 명소
  • 원충만 기자
  • 승인 202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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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시장·골목·산길·숲길… 발 닿는 곳곳이 힐링 자리

[nbn시사경제] 원충만 기자

구리한강시민공원 유채꽃 단지
구리한강시민공원 유채꽃 단지

도시는 삭막하다. 서울 주변의 도시는 더욱 그렇다. 도시나 시골이나 삶을 키우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망중한의 유유자적이다. 유유자적은 힐링이다. 힐링(healing)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정화하는 것이다. 

구리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도시이다. 서울 인접 여느 도시와는 달리 문밖에만 나가도 몸과 마음을 안식할 수 있는 힐링의 장소가 도심 곳곳에 있다. 20만 구리시민이 유유자적하는 힐링 자리를 알아본다. 

장자호수공원
장자호수공원

착한 며느리 전설이 깃든 장자호수생태공원
구리시 토평동에는 “옛날 옛적에 아주 먼 옛날에 마음씨 착한 며느리와 놀부보다 많은 부자 장자가 살았단다”로 시작하는 권선징악의 장자못 설화가 전한다. 장자못의 물은 인근 농가의 농수로였고, 서울 근교에서 알아주는 낚시터였다. 

하지만 도시화로 각종 생활하수의 악취로 시민에게 천덕꾸러기로 여겼던 곳이였으나 1990년대 토평지구 택지개발 붐이 일자, 이곳을 근린공원으로 조성해 천연의 장자못에서 인공의 장자호수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수양버들이 넘실대고, 사시사철에 따라 제철의 꽃이 피고 바위섬에는 철새들이 날아든다. 까치놀이 호수에 걸리는 새벽부터 별들이 소곤대는 한밤중까지 사람의 발걸음과 물멍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연간 200만이 웃도는 시민이 찾는 구리시 최고의 힐링 자리이다. 

이문안호수공원
이문안호수공원

재잘재잘 구리시 공무원의 망중한 이문안호수공원
구리시청 앞 이문안호수공원에는 정오가 지나면 청춘남녀가 넘실댄다. 이들은 구리시청 소속 공무원 무리다. 손에는 테이크아웃 찻잔을 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재잘재잘 거닌다. 공무원의 망중한 속 소확행이다. 낮에는 청춘이 힐링하고 아침과 저녁은 동네 주민의 몫이다. 

이곳은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1945년에 축조된 저수지였으나, 농토가 사라지고 주택이 들어서면서 원래의 모든 기능은 상실됐다. 시는 이곳을 2017년부터 2년간 친환경 수변공원으로 개발했다. 줄곧 안골저수지로 부르던 것을 이문안호수공원으로 바꿨다. 

봄에는 산수유,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단풍이 오롯이 어울리며 작아서 더 아름다운 곳이다. 호숫가에는 철철이 풀꽃과 꽃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백로·왜가리·원앙·쇠물닭·청둥오리 따위 철새가 주는 즐거움은 덤이다. 

옛 저수지와 현대적 감각이 잘 어우러진 멋진 곳이다. 저수지 주변의 상가들은 카페로 변신해 멋진 궁합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왕릉군에서 만나는 전원교향곡…동구릉
“다음은 우리나라 최대 왕릉군 동구릉입니다.” 버스 안내방송마저 정겨운 동구릉은 한성에서 동쪽에 아홉 기의 왕릉이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이곳은 태조의 건원릉, 현종과 현덕왕후의 현릉, 선조와 의인왕후·인목왕후의 목릉, 인조의 계비 장렬후의 휘릉, 현종과 명성왕후의 숭릉, 경종의 원비 단의왕후의 혜릉, 영조와 정순왕후의 원릉, 추존 문조익황제와 신정익황후의 수릉, 헌종과 효현왕후·효정황후의 경릉 조선 518년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고이 간직한 곳이다. 

60만평의 너른 숲에 수령 100년 안팎의 소나무와 능원이 피곤한 눈을 맑게 해 주고, 늘어진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강장제 같은 곳이 동구릉이다. 

2009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세계가 인정한 자연치유의 장소다. 발 닿는 곳마다 전원교향곡이 들린다. 

이곳에서의 꿀팁은 숭릉 앞 지당(연못)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풍수 원리에 걸맞게 시설한 이곳에서는 연잎과 연꽃, 오리의 자멱질, 바람이 머물고 간 물결의 하모니를 바라보는 물멍이다.

무덤에서 만나는 근현대 인문학의 보고서 망우리공원
가까운 과거 명동에서 구리로 넘어올 때‘청량리 중랑교 망우리가요.’버스 안내양의 카랑카랑한 소리가 ‘차라리 죽으러 망우리가요.’로 들렸다. 무덤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넘쳤던 곳이 최근 근현대 인문학의 보고서를 다시 쓰게 했다. 

한용운·오세창·박희도 3.1만세운동 민족대표와 유관순 열사의 유해가 묻힌 이태원합장묘 등 애국지사와 어린이를 사랑한 소파 방정환, 김상용·김말봉·계용묵·박인환·김이석·함세덕 등 문인, 이인성·이중섭·권진규 등 미술가 등 60명 안팎의 근현대 선각자들이 누워 있기 때문이다.

동그란 4km의 산책로에는 아름답다 못해 예쁜 봄의 벚꽃 터널이 반기고, 초여름 아카시아 향기가 넘치고, 여름의 녹음은 저절로 시원하며, 가을의 단풍이 절경을 이루며, 겨울 설경은 그저 고즈넉하다. 

이곳에 누워 있는 이들의 시집과 소설책, 화보 한 권을 들고 무덤가에 앉아 읽어 내려가면 이보다 고급스러운 힐링은 없다. 묘비명을 읽어 내려가며 선열의 뜻을 기리고, 한강과 구리시의 전경을 멍하니 바라보라. 

구리전통시장
구리전통시장

걷고 먹으면서 힐링하는 구리전통시장 먹자골목
세파에 지친 육체와 영혼을 위해 먹으면서 힐링하라. 지상명령과 같은 말이다. 경기동북부 최대 전통시장인 구리전통시장은 이 지상명령을 지키기에 최적이다. 

시장은 1968년에 오픈해 55년 묵은, 사람으로 치면 꽃중년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장을 보러온 이들과 상인들의 목소리로 늘 왁자지껄하다. 소리는 캐노피에 반사되어 웅웅거린다. 

어른만 모이는 곳이 아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 팔짱을 낀 젊은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잣거리로 불리는 재래시장부터 명물 곱창골목, 낭만청춘거리, 선술집포차거리 등 전통과 함께 갬성을 느끼며 힐링하는 곳이다. 

불을 끄고 시장이 철시하면 주변 골목은 불야성이다. 낭만청춘거리는 젊은이가, 선술집포차거리는 중장년이, 곱창골목은 청소년이 장악한다. 그들은 떠들고 먹으면서 하루의 피로를 씻는다. 구리전통시장은 보고, 느끼고, 만지고, 먹고, 즐기는 오감 만족의 최적량 힐링 자리이다.

삼국의 격전지 고대인과의 데이트 아차산
아차산은 295.7m의 야트막한 산이다. 소설가 박완서는 수필집 노란집에“아차산은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도전할 정도로 높지도 험하지도 않다. 서울을 둘러싼 기품이 있고 웅장한 명산과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라고 예찬했다. 

아차산은 4세기에는 백제가 5세기에는 고구려가 6세기에는 신라가 평정한 삼국시대의 격전장으로 복원한 보루성에서 삼국인의 기상과 숨결을 느끼며 고대인과 데이트할 수 있다. 
사람 키만 한 소나무와 마주친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굽이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는 여유야말로 행복이다. 

산길을 오를 때와 내려올 때 다르게 연출하는 풀꽃과 나무와 인사하고, 반갑게 지저귀는 새와 동무하고, 검은 눈을 껌벅이며 경계하는 다람쥐에게 말을 걸고, 잔걸음 소리에 놀란 꿩의 비상에 같이 놀라면서 호젓이 걷는 것은 큰 축복이다. 

정상에서 망우리공원, 용마봉, 시루봉을 거치면 수십 갈래로 이어진 호젓한 하산길은 개척자의 마음에 경건함까지 주는 행복한 산길이다.

골목마다 커피향 가득 청년 카페
구리시 수택동 주택가와 교문동 이문안 호수공원에는 열 평 남짓 작은 카페들이 저마다 브랜드를 내걸고 성업 중이다. 요즘 청년 세대의 로망으로 번지고 있는 ‘파이어(FIRE)족’을 꿈꾸는 청년들이 구리시에도 진출한 것이다. 

이들은 주머니가 두터운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보다는 골목상권에 걸맞은 가벼운 패러다임으로 커피 향과 빵내음을 풍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수리단길’이다. 이 길은 돌다리에서 검배공원까지 이어지는 주택가에 형성돼 있으며, 젊은 사장의 젊은 맛집들이 제법 늘어나고 있다. 오래된 맛집과 조화를 이루는 신흥 먹거리 골목이다. 카페와 경양식, 퓨전 횟집이 하나둘 들어서더니 지금은 열 곳이 넘는다.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수택리에 있어 마니아들이 수리단길이라 명명해 준 제법 유명한 곳이다. 

구리시청 앞 이문안호수공원 주변의 카페 골목은 호수를 끼고 시청을 바라보면서 ‘ㄷ’자로 형성돼 있고 이곳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수택동에 있어 ‘수리단길’이라면 교문동 이문안호수공원에 있으니 ‘교리단길’ 혹은‘이리단길’라고 부르면 어떨까. 

꽃과 물, 바람의 조화 구리한강시민공원 
구리시를 대표하는 유채와 코스모스 축제는 구리한강시민공원에서 매년 펼친다. 축제가 있는 한 달 동안 이곳에 100만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간다. 

1995년부터 돌을 고르고 다지고, 옥토로 만들어 정원을 꾸며 2001년 첫 코스모스 축제를 열었고 이듬해 유채꽃 축제를 열어 오늘에 이른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환호하는 이유는 유채와 코스모스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외를 대표하는 초화류와 관상수들이 산책로 주변을 가득 메워 조경했기 때문이다. 

시민이 사시사철 이곳을 애용하도록 가족 힐링 주간 캠핑장, 버스킹 공연장도 꾸며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캠핑과 버스킹을 즐겨 자연과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도록 다기능 공간으로 조영했다. 

또한, 180m의 등수국 터널은 여름철 무더위를 피할 수 있고, 33번째 한강횡단대교가 완공되고 보수공사를 마치면 사진·시화·그림 등 여러 장르의 전시물을 감상하고, 밤에는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며, 울긋불긋 다양한 색상의 조명 사이를 산책하는 휴식 명소로 거듭날 것이다.
한강 최대 꽃단지로 위상을 뽐내고 있는 이곳은 꽃과 한강 그리고 바람이 주는 구리시 최대의 힐링 자리이다.
 원충만기자

fdn8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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