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억울하니’ 바람핀 남편으로부터 각서를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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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숙 변호사의 이기는 법 ‘억울하니’ 바람핀 남편으로부터 각서를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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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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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n시사경제] 임경숙 변호사

임경숙 변호사
임경숙 변호사

  흔히들 사랑은 유치하다고 한다. 별거 아닌 사소한 것에도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별은 더 유치하다. 다 큰 어른인데도 네가 잘못했네, 아니다 네가 더 잘못했네, 하며 싸운다. 
‘그때 네가 잘못했잖아! 각서도 썼잖아!’ 하며 과거의 이야기까지 가져와서 누가 더 잘못했는지 시시비비를 가려달라고 한다. 마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앞에서 ‘얘가 더 잘못했는데 저한테 괜히 그래요’, ‘아니거든요. 얘가 더 잘못했어요’하고 이르는 아이들 같다. 사랑이 유치한 만큼 이별의 과정도 참 유치하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 딱 걸렸다. 증거도 완벽하게 모았다. 이혼하자고 했다. 남편이 잘못했다고 한다. 싹싹 빈다. 또다시 바람을 피우면 전 재산을 아내 명의로 해 주겠단다. 다시는 안 그런다고 각서를 쓰겠단다. 혈서라도 쓰겠다고 한다. 이때, 각서를 받으면 안전할까? 또다시 바람을 피우면 진짜 각서대로 전 재산을 아내 명의로 가져올 수 있을까? 
  아니다.
  각서는 각서일 뿐 법적으로 직접적인 효력이 없다. 정상 참작의 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다시 바람을 피우면 전 재산을 아내의 명의로 하겠다.’라고 각서를 썼다. 이 각서 한 장으로 부동산의 명의를 변경하고, 은행에서 남편의 예금을 즉시 인출하여 내 계좌로 이체할 수 있겠는가? 

  그럼 각서가 무슨 소용이람? 그러나 소용이 있기는 있다. 이혼 소송으로 갈 경우 남편의 유책을 증명하는 증거자료로 쓸 수 있다. ‘에이~ 그럼 받으나 마나네?’ 그렇지 않다. 이 각서 하나가 있고 없고에 따라 나중에 혹시나 있을 소송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무리 판사 앞에서 ‘예전에 남편이 바람을 피웠네. 어쩌네. 유책 배우자’라고 목소리 높여 외친들 주장만 있을 뿐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모든 증거는 보험 든다고 생각하고 차곡차곡 모아 두어라. 나중에 요긴하게 쓰일 날이 온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남편이 있다. 젊어서는 직장이 지방에 있는 관계로 주말부부를 했다. 그런데 부인이 바람을 피웠다. 들켰다. 울고불고 빌어서 관대하게 용서했다. 남편이 늙어 은퇴하고 집에만 있자, 부인이 남편 꼴 보기 싫다고 이혼 소송을 했다. 남편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뒤통수 맞은 격이다. 남편이 이혼 법정에서 아내가 바람을 피운 내용을 주장했으나,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법원은 증거로만 말한다.

  각서를 두리뭉실하게 ‘바람을 피우면 전 재산을 주겠다.’라고 쓰면 의미가 없다. 각서를 받으려면 아주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육하원칙에 따라 ‘잘못’을 구체적으로 쓰고, 그에 따른 지급 액수, 은행 계좌번호, 지급 방법, 지급날짜 등을 확실하게 적는다. 이렇게 구체적인 각서를 써두면 아주 확실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sanwoo36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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